청소하던 냉동고에 천 개 넘는 실험 샘플이…


유학시절 중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나는 요로감염증 환자의 소변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요로감염증 환자의 소변이 적어도 백 개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험실 인근에 큰 병원이 있어서 나는 매주 그 병원에 찾아가 요로감염증 환자의 소변을 얻었었다. 하지만 매번 갈 때마다 하나나 두 개 밖에 얻을 수가 없었다. 실험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개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출근을 했더니 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선생님은 나에게 복도에 있는 냉동고 청소를 하라고 시켰다.

‘아니, 내가 한국에서는 의과대학 교수고, 의학박사고, 소아과 전문의인데, 내가 뭐가 답답해서 여기에까지 와서 냉동고를 청소하나? 실험해서 논문 쓰기도 바쁜데….’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겨우 참았다.

▲ 김동수 장로는 미국 유학 시절 하나님의 도우심을 가슴 깊이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2012년 탄자니아 의료선교 장면.

“그 냉동고는 뭐하는 겁니까?”

내가 물으니 선생님은 5년 전에 자기 친구가 죽으면서 자기한테 기증한 것이라고 했다. 그 친구가 평생 동안 실험하면서 모아놓은 것이 통째로 들어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냉동고로 가 뚜껑을 열어봤다. 5년 동안 한 번도 열지 않아서인지 냉동고 안은 얼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얼음을 들어내고 뭐가 들어있는지 헤쳐 보았다. 그 속에는 굵다란 시험관이 열 댓 개씩 들어있는 바구니가 가득 차 있었다.

“이게 뭐야?”

시험관을 꺼내보니, 그 속에는 요로감염증 환자의 소변이 들어있었다. 그 냉동고에는 그렇게 천 개가 넘는 요로감염증 환자의 소변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냉동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제 하나님의 그 전권과 예비하심 속에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곳에 올 것을 5년 전부터 알고 계셨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위해 이미 5년 전부터 이 냉동고를 준비해 오신 것이다.

“이 냉동고는 5년 후에 내 아들, 내가 사랑하는 아들 김동수가 와서 쓸 재료니까 아무도 손대지 마라.”

기나긴 준비 속에 그 ‘마침내’가 진정으로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실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돌아갈 때가 되자, 논문이 딱 네 편이 만들어졌다. 하나님께서 “내 귀에 들리는 대로 행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처음 미국에 온 날, 나는 예배당에 앉아 논문 네 편을 쓰고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다. 2년 뒤, 나는 하나님께서 이미 5년 전에 준비하신 재료를 가지고 네 편의 논문을 완성했다. 정확하신 하나님,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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