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기독신문 만평 연재 마감한 차형 장로

 “모퉁이는 내 자식!” 본지에 만평 ‘모퉁이’를 1200회 연재한 차형 장로. 차형 장로는 풍자와 응원 섞인 만평으로 지난 26년간 한국 교회를 조명했다.

 
자식 같았던 ‘모퉁이’…촌철살인 메시지 달라고 늘 기도
아쉬움 크지만 만화선교사역에 또다른 열정 쏟아갈 터


참 오래 함께 했다. 자그마치 26년, 일수로는 9323일 동안 매주 기독신문의 날카로운 눈이 되어 한국 교회를 통찰했다. 볕 좋은 앞마당보다 그늘진 골목어귀가 그의 자리였다. 사건의 표면과 이면을 다 보길 원했기 때문이다. 본지 만평 ‘모퉁이’를 1200회 연재하며 한국 교회를 꿰뚫어 본 차형 장로(76세, 분당안디옥교회·본명 차형수). 그가 기독신문과 동행했던 지난날의 소회를 밝혔다.

1989년 1월 14일, ‘모퉁이’가 본지에 처음 실린 날이다. 당시 차형 장로는 기독지혜사에서 성경만화를 그리고 있던 터였다. 본지에서 만화가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자원했다. 실기면접에서 남다른 실력을 뽐낸 차형 장로는 곧바로 본지 만평 작가로 등용됐다. ‘모퉁이’ 첫 회의 내용은 어땠을까. 차형 장로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여럿 있는 다방이 배경이었다. 다방 카운터에서 “사장님 전화왔어요”라고 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이어 “목사님 전화왔어요”라고 하자, 똑같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는 내용이다. 사장만큼 흔하고 너무 쉽게 목회자가 되는 세태를 꼬집은 것이다.

“기독신문 만평을 맡으면서 먼저 욕먹을 각오를 했어요. 만평의 묘미는 풍자에 있습니다. 목사님이나 장로님들은 싫어했겠지만, 제가 가진 재능으로 따끔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로서 꼭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형 장로의 ‘모퉁이’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무엇보다 그날 신문의 핵심내용을 담는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남달랐다. 4컷 만화 안에 한국 교회를 향한 풍자와 응원을 압축시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 구상 전 언제나 기도를 드렸다.

“‘모퉁이’는 제 자식과 같습니다.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어요.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달라고 기도했어요. 1200번의 기도 덕분에 26년 간 1200회의 ‘모퉁이’를 연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점도 있다고 했다. 전구를 초롱초롱 빛낼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비판적인 메시지가 강하면 제재가 들어왔다고 한다. 창작자로서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독신문이 교계 최고 언론이라고 자부하고, 기독신문에 보탬이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교단지다 보니 작품에 대한 제재가 적지 않았어요. 일반신문 만평만 봐도 대통령이나 사회지도층을 가감없이 지적하는데, 기독교 언론은 너무 목사님들 눈치를 봐요.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할 때 기독신문도 발전하고, 한국 교회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만평 ‘모퉁이’를 그리고 있는 차형 장로. 차형 장로는 작품 구상 전 항상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차형 장로는 26년간 한국 교회의 주요 사건을 재해석했다. 때문에 그만큼 한국 교회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작가의 눈으로 본 한국 교회는 어땠을까. 차형 장로는 애정 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제가 종로에서 만화전도지를 나눠주곤 하는데, 요즘은 마주치는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따갑습니다. 성경대로 살지 않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 교회가 이런 현실을 만든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파요.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는 것을 믿고 성경대로 실천하기 바랍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회복시켜주실 것입니다.”

만화가는 그에게 천직이었다. 전업작가로 46년간 외길을 걸었다. 젊을 때 그린 ‘진돗개 훈련병’으로 신문만화윤리위원회로부터 상도 받았고, 큰 인기를 누렸던 ‘동물 삼국지’ 등 800여 권의 단행본을 펴냈다. 지금은 한국기독만화선교회 일원으로 만화선교사역에 열심이다. 만화를 그리면 마냥 행복했다고 했다. 한편으로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서 후회가 남는다고 토로했다.

“만화가로 평생을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큰 은혜에도 불구하고 달란트 개발에 미진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싶어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노력이 부족했어요.”

차형 장로의 만화일기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본지 만평 ‘모퉁이’도 120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감한다. 서운하지만 그를 위해 쉼을 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차형 장로는 만성신부전으로 투병 중이다.

“제가 아픈 것을 아신 하나님이 이제 좀 쉬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음세대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안겨줄 만화선교를 할 겁니다. 아프고 늙은 저도 열심히 사역할 테니, 기독신문도 개혁의 선두에 서서 한국 교회를 선도하는 언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도 차형 장로는 모퉁이에 있다. 골목을 돌아 마주칠 누군가에게 복음이 깃든 만화를 전하기 위해서. 눈에 띄거나 드러나지 않지만, 조용하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천생 만화가가 서 있는 그 자리가 유난히 빛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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