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원인과 결말


“교회분쟁 승패는 없다 … 모두가 공멸할 뿐”

분쟁 사례 급증 … 폭발 직전 한국사회 갈등 교회도 예외 없어
재산권 싸움으로 번져 다툼 증폭 … 목회 리더십이 주요 원인

질문. 들어가는 입구는 수십 개인데, 나오는 출구는 하나인 것은?
정답은 ‘교회분쟁’이다. 교회분쟁의 원인과 방법은 다양하나 마지막 길은 하나밖에 없다. 모두가 공멸이다.

교회분쟁 전성시대
주위를 둘러보면 교회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 성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기독교인 세 명이 모이면 그 중 한 명은 교회분쟁을 겪고 있다” “싸움 없이 멀쩡한 교회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교회분쟁이 늘었다고 말하지만, 정작 교회분쟁에 대한 자료나 통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법원의 소송건과 <총회 보고서>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2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1년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 건수는 629만건. 국민의 20%를 기독교인으로 봤을 때 125.8만건 정도가 기독교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전부다.

<총회 보고서>는 교회분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총회 보고서>에는 재판국 보고건이 1~2건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는 10건을 넘어섰다.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20~30건으로 증가했다.

이를 통계로 내보면, 1990대년에는 4.77건에 불과하던 교회분쟁이 2000년대에는 12.11건으로 늘었다. 그리고 2010년 이후에는 26.6건으로 폭증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5.57배 늘어난 것.

특히 2013년 29건, 2014년 32건 등 최근들어 재판국으로 넘어오는 분쟁건 수가 확연히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 너무 많다
교회분쟁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2007년 새 예배당을 마련한 서울 H교회는 건축과정에서 빚어진 사소한 갈등이 증폭돼 급기야 용역업체가 동원될 정도로 극심한 분쟁을 겪었다. 문제는 무리한 건축을 시도하다가 100억이 넘는 부채가 발생하고, 이를 두고 담임목사와 당회원간의 책임공방이 일어났다. 3년 넘는 갈등은 결국 교회도 잃고 성도도 잃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증경총회장 Y목사가 시무하던 교회는 목회를 이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교회가 분열하기도 했으며, 전임목사의 부동산 투자가 문제가 된 수원의 S교회는 후임목사가와 성도들이 그 책임을 떠안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목회자의 서울 A교회는 담임목사의 설교가 표절로 드러나면서 갈등을 빚고 있으며, J교회는 담임목사의 교회재정 유용이 발각돼 극심한 내홍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이단까지 합세해 교회분쟁을 격화시키는 것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복음이 변질됐다
교회분쟁의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시대적으로 교회분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피스메이커(이사장:이철 목사) 한 관계자는 “한국사회의 갈등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과거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교회도 신앙의 힘이나 리더십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풍토”라고 설명했다.

신앙의 변질과 교권도 주요 요인 중에 하나다. 서문강 목사는 “교회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복음이 세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면서 “교회는 말씀의 힘이 없고 총회는 정치만 있다. 복음이라는 본질을 바라보지 않고, 사람이나 정치력에 편승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화상태가 된 교회와 목회자도 원인이다. 기독교화해중재원 여삼열 상임운영위원은 “과거에도 교회분쟁이 잦았다. 그러나 갈등이 빚어지면 교회를 분립하는 형식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고, 그것이 한국교회 성장의 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교회분쟁이 발생하면 분립하지 않고 재산권 싸움으로 번져 갈등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에 교회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분립도 어렵고, 목회자도 분립했을 때 교회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게다가 기존 교회에는 재산이 있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는 것.

목회자 리더십이 핵심
목회자 리더십은 교회분쟁의 핵심이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가 목회자의 강력한 카리스마다. 그러나 카리스마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교회를 단숨에 성장시키기도 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안산의 D교회, 서울 동대문구 B교회, 대구 S교회, 서울 서초구 D교회 등 교회분쟁을 겪은 교회들 대다수가 목회자의 리더십이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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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은퇴나 예배당 건축 등과 같은 전환기에 흔들리기 쉽다. 교인들은 담임목사의 카리스마에 눌려 있다가 은퇴를 전후로 불만을 제기한다.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영적 권위’이지만 성도들의 입장에선 ‘독재’라고 생각한다. 정년은퇴, 후임목사 선정, 건축비 등 다양한 부분에서 불만이 표출되고 결국 분쟁으로 이어진다.

이밖에 맘몬주의에 물든 교회관도 문제가 된다. 교회를 성도의 공동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로 인식해 재산권 다툼이 나고, 잘못된 재정집행의 관행도 빚어진다.

또한 여성문제, 설교표절, 공금유용과 같은 목회자 도덕성 때문에 교회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허술한 교회의 법조항 때문에 사건이 증폭되기도 한다. 임직과 선거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잘못된 회의절차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단논란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 됐던 간에, 교회분쟁의 끝은 ‘공멸’이다. 승자와 패자도 없는 죽음의 게임인 것이다. 주의에서는 “정의는 우리 편이다” “승산이 있다”고 달콤하게 유혹하지만, 교회분쟁의 끝은 목회자도 죽고, 성도도 죽고, 교회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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