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던 16살 우즈벡 소녀가 걷기 시작했다


▲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 김동수 장로는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피폐해진 오지를 찾아다니며 의료사역을 펼쳐왔다. 사진은 김 장로가 해외의료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
처음부터 내키지 않는 해외의료봉사였다. 그 동안 나는 수많은 해외 재난지역에 긴급 의료구호 활동을 해왔고 근래에 들어서는 MBC와 함께 ‘코이카(KOICA)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세네갈과 탄자니아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특히 탄자니아를 다녀와서는 심한 허리 통증으로 한 달간 물리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나이가 환갑을 넘어서면서 해외봉사를 힘들게 다니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더 이상 해외의료봉사는 중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매년 다니는 어린이병원 의료봉사 지역인 캄보디아는 거리가 멀지 않아서 한 번 더 다녀오기로 했고, 이것을 마지막으로 해외봉사는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에 KT(케이티)회사에서 연세의료원과 해외봉사 협약을 맺었고, KT에서는 어린이병원과 함께 의료봉사를 가기를 바랐기 때문에, 어린이병원장인 나로서는 기획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KT에서는 처음에는 라오스 지역을 선정하였다가, 현지에 연결된 선교사나 사역자가 없었기 때문에 베트남 지역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사역을 하고 있는 후배도 있었고 나도 이미 그 지역을 답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하였다. 그러다 KT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베트남보다는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 지역을 바꾸어 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아직도 우즈벡이 사회주의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무슬렘 지역이라 열심히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출발하는 당일은 주일이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오후 비행기로 출발하려고 계획하였다. 주일예배 설교는 사도행전 3장 1∼10절 말씀을 주제로 나면서부터 앉은뱅이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는 기적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 설교를 듣는데 내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적은 지금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즈벡에 도착해 진료를 하는데 16살 먹은 한 소녀를 아버지가 안고 들어 왔다. 어디가 아파서 왔냐고 물었더니 어려서부터 고관절에 문제가 있었고, 11개월 전에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가 걷지 말라고 해서 지금껏 누워있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설교말씀이 생각났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 아이를 일으키라는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나는 소녀에게 말했다. “자! 내 손을 잡고 일어나라. 그리고 내가 끄는 대로 걸어라” 그런데 놀라운 일이 내 눈 앞에 벌어졌다. 소녀는 내가 끄는 대로 걸어오고, 또 뒤로 걸으라고 했더니 역시 뒤로 걸어 침대로 가서 앉았다. ‘할렐루야’ 나는 속으로 하나님을 찬양했다. 아버지도 놀랐다. 11개월 동안 누워만 있던 아이, 그 아이가 자기 눈앞에서 걷는 것이었다. 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라도 두 주일 정도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근육이 약해져서 못 걷는다. 그런데 이 소녀는 11개월이나 누워 있었다. 그 소녀가 사람들 앞에서 걷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주일예배 때 주신 은혜는 바로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아시고 주신 말씀이었던 것이다. 나같이 연약한 죄인을 사용하셔서 당신의 도구로 사용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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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장로는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7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999년 터키를 시작으로 2002년 아프간, 2005년 인도네시아, 2010년 아이티 등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된 지역과 오지를 찾아다니며 환자를 돌봤다. 2005년 세계의사협회로부터 ‘세계의 참 의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송기성 목사)에서 장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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