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이 밀고 문화선교가 이끈다

 촘촘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본질 강화…열린 문화사역으로 연결, 성장 선순환 일궈

급변하는 시대 속에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변화시켜가야 할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교회의 참모습인지 알지 못한 채, 지킬 것과 버릴 것을 혼돈하기 때문에 흔들리게 마련이다. 때문에 교회의 본질을 확실히 하고, 그 본질에 가까이 가기 위해 무엇을 개혁할지 고민하는 일은 고단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 개봉동 남현교회(이춘복 목사)는 ‘개혁교회는 날마다 개혁돼야 한다’는 정신을 성실히 실천해 온 작은 모델이다.

▲ 이춘복 목사(남현교회)

이춘복 목사는 1981년 개봉동에 남현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교회의 목적이 전도와 양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큰 예배당을 짓고 많은 교인들이 모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그러한 것들은 본질이 지켜지고, 하나님이 원하실 때 자연스레 뒤따른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전도사 신분이었던 이 목사가 집중한 것은 제자훈련. 제자훈련이란 말 자체가 생소했던 때라 밤낮 없이 교인들을 모아 말씀을 가르치는 이 목사를 이단시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개척 1년 동안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남현교회는 167명이 새가족으로 등록했다. 주위에 목사들이 시무하는 교회가 네 군데나 있었던 터라, 감격은 더 컸다.

이 목사가 제자훈련에 공을 들인 이유는 설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설교가 교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삶의 방향을 찾도록 제시하기는 않지만, 정작 믿음이 성숙해지고 질적인 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꾸준히 제자훈련을 실시해 온 덕에 남현교회 교인들에게 제자훈련은 일상이 됐다. 지금도 새가족성경공부를 비롯해 총 9개의 제자훈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성도들이 제자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제자훈련 33년 사역을 돌아보며 이 목사는 제자훈련에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지금 교육하는 것은 5년 후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어렵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말씀 훈련을 꾸준히 해 나갈 때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으로 대표되는 전도와 양육이 남현교회가 지켜온 교회의 본질이었다면,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부분이었다. 이 목사는 2002년 안식년을 맞아 적잖은 고민에 빠졌다. 20년 동안 모든 목회 방법을 다 구현해 본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사역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민이 깊어 목회를 그만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안식년 동안 국내외 교회들을 탐방하며 자료조사를 하는 가운데 마침내 이 목사가 찾은 결론은 ‘열린교회’와 ‘문화선교’였다.

▲ 남현아름미(美)문화선교단이 문화선교 사역 일환으로 지역민들을 무료로 초청 <발칙한 흥부전> 공연을 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 연합집회를 갔는데, 아이들이 방방 뛰면서 찬양하는 것을 봤어요. 이 아이들이 십 수 년 후면 기성세대가 될 텐데, 우리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옛날 것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 목사는 안식년을 마친 후 주일오후예배와 수요예배를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워십과 뜨거운 찬양이 어우러진 예배 형식으로 바꿨다. 문화사역으로 꽃꽂이 강습을 실시하고, 예배당 앞 건물을 빌려 탁구장도 마련했다. 이웃들이 교회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현재의 예배당을 신축해 입당하면서부터는 열린교회와 문화선교 목표를 더 구체화했다. 예배당 지하에 체육선터를 마련해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남현아름美(미)문화선교단을 비롯 색소폰선교단, 중창단, 워십팀 등을 조직해 문화선교에 앞장서도록 했다.

남현아름미문화선교단의 경우 2009년 <가스펠>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빈방 있습니까?>, <신 불효자는 웁니다>, <발칙한 흥부전> 등을 무대에 올려, 지역주민들이 남현교회를 찾게 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10여 년 동안 문화선교 사역을 하며 이 목사가 새삼 깨닫는 것은 “문화선교는 말씀훈련, 제자훈련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말씀과 훈련으로 기본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면 문화선교 사역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남현교회의 경우 20년 넘게 다져온 제자훈련이 문화선교를 건강하게 시행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자훈련과 마찬가지로 문화선교 역시 교회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문화선교를 시작한 2003년 1000명이었던 청장년 교인이 지금은 3000명으로 늘어났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문화선교 프로그램으로 교회를 찾은 교인들 중 대부분이 제자훈련에 연결된다는 점이다.

새가족을 대상으로 이 목사가 직접 인도하고 있는 확신제자학교의 경우 2003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300여 명이 수료했다. 새가족들 중 80% 이상이 이 훈련을 수료한 셈이다. 이 목사는 “제자훈련으로 준비된 성도들이 문화선교에 헌신하고, 문화선교로 연결된 새가족들은 제자훈련을 통해 다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질은 지켜 나가되,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결단이 교회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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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눈떠야 세상과 소통”

문화사역 목적 영혼구원에 둬야 의미

인터뷰/ 이춘복 목사

▲ 이춘복 목사는 교회가 문화에 눈을 떠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 그럴 때 전도 텃밭을 일굴 수 있다며, 한국교회가 문화선교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아직 하고 싶은 문화선교 사역의 3분의 1밖에 못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춘복 목사는 하고픈 사역들을 줄줄 쏟아냈다. 길거리 농구대회나 탁구대회도 열고 싶고, 마당극도 기독교적으로 각색하면 효과적인 전도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마인드의 반만이라도 이해하는 동역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앞으로 신학교에서 문화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목회자도 양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교회의 문화선교는 더 발전해야 하고, 내가 1000분의 1이라도 도전을 주면 좋겠다”며 다짐 섞인 바람도 보탰다.

30년 넘게 한 교회에서 목회를 했으니 새로운 변화를 주저할 법도 하지만, 이 목사는 문화사역만큼은 요셉과 같이 날마다 ‘꿈꾸는 자’다. 이 목사가 문화사역을 통해 소망하는 목표는 단 한 가지, 영혼구원이다. 드러나게 표현은 안하지만, 모든 무대와 프로그램을 통해 한 영혼이 교회에 발을 내딛고,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목사는 “영혼구원이 목적이 아니라면 문화사역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 목사는 남현교회의 그간의 문화선교 발자취가 한국교회 전체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또한 자신의 때뿐 아니라, 후임자 때에도 남현교회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그런 바람의 밑바닥에는 묵직한 교회 사랑이 깔렸다. 이 목사는 은퇴까지 제법 남았지만, 5년 전에 이미 후임자를 정했다. 당회에서 너무 이르다며 반대를 하긴 했지만, 이 목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목사의 뒤를 이를 후임자는 남현교회 부목사 출신으로, 현재 유학 중이다. 이 목사가 후임자 선정을 서두른 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목사이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아들에게 세습할 생각이 단 1%도 없었지만, 혹시나 오해를 할까 염려가 됐다”며 “남현교회는 내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이자 성도들의 교회이며, 후임자가 진실하고 성실하게 목회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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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위한 사랑의 섬김도 계속

6월 27일 남현교회 실내체육관에서는 어르신들의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수준 높은 공연과 맛깔스런 식사, 정성 가득한 선물에 300여 명의 어르신들은 너나없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노래자랑 시간에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어르신들도 여럿이었다.

남현교회는 근처에 사시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3년 전부터 매년 효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까지 5월에 열던 것을 올해는 6월로 시간을 바꿨다. 여기저기 오라는 데가 많은 5월을 피해, 보다 많은 어르신들을 모시자는 생각이었다.

겨울이면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도 갖는다. 지난해에도 남녀전도회 회원 100여 명이 참여해 이틀 동안 2000여 포기의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과 노인정, 경찰서 등에 전달했다. 20년 넘게 실시해 온 김장나누기 행사는 이웃을 향한 남현교회의 사랑의 손길이자, 복음을 전하는 귀한 통로가 됐다.

▲ 남현교회는 활발한 지역 섬김으로 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사진은 남녀전도회 회원들이 사랑의 김장나누기를 하는 장면.

이외에도 구청이나 주민자치센터 등과 연계한 섬김과 봉사, 교회 내 사회사역팀의 장애인 복지기관 정기방문 등 남현교회은 여러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인들에게도 정말 도와줄 곳이 있으면 언제든 교회에 이야기하도록 했다. 이런 활동들 때문에 남현교회는 개봉동 일대에서는 ‘좋은 교회’로 소문이 자자하고, 구청장으로부터 다섯 차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춘복 목사는 “표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활동이 지역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해석했다. 이 목사는 이어 “하나님이 교회를 크게 해주신 것은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라는 것이 아니다”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더 많이 섬기고 사랑하는 교회로 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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