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계’ 뇌관 놔두고 또 총회 맞을 수 없다

공청회 과정서 일괄·단계적 정비안 의견 팽팽
최종 결론 내리고 교단 동의 구해가야

 

총회헌법 정치 제10장 제2조에 따르면 노회는 일정한 지방 내에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우리 교단은 이런 틀이 무너진 지 오래다. 특별히 지방이나 소도시에는 노회 경계가 비교적 확실하지만, 대도시로 갈수록 노회 혼재는 심각해진다. 강원도 고성군에는 강동노회 소속 교회만 4군데가 있고, 영월군이 경우 다른 노회 소속 교회들이 몇 군데 있지만 강동노회 교회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서울 양천구의 경우 남서울노회 소속이 13군데로 가장 많지만, 남서울노회 이외에도 양천구에 소속 교회가 있는 노회는 39곳에 달한다. 양천구가 어느 노회 지역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청회 의견 작년과 비슷해

노회 지역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그간 대부분의 노회간 갈등이 지역 경계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교회의 경우에는 소송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치리회의 헌법적 기능 약화도 문제다. 지역이 불분명할 경우 지리적, 물리적 어려움으로 인해 노회의 감독권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무지역노회의 경우 서울에 있는 시찰장이 부산에 있는 교회를 살펴야 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이단교회 침투에 취약한 것도 문제다. 지역 내에 있는 교회가 어느 노회 소속인지 불분명해 교단 교회가 확실한지, 교단 로고를 도용한 이단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노회 지역 경계 혼재로 인한 교단적 어려움이 많고, 갈수록 이 같은 어려움이 자주 반복되는 상황에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노회정비개편연구위원회가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네 차례 실시한 지역별 공청회에서는 지역 경계 정비에 대한 거부감과 부담감이 그대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공청회에서 지역 경계 문제 해결방안으로 ‘기존 지역노회 기준의 단계적 정비안’과 ‘국가 행정단위 기준 일괄 정비안’을 제시했는데, 두 가지 안 모두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특별히 서북지역 공청회에서는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서북지역 노회를 없애는 것은 성급하다”는 발언도 나왔다. 서울중부지역 공청회에서는 “노회 정비가 새가족(구 개혁측)을 흔들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노회가 대상이 돼 정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계적 정비안과 행정단위 일괄 정비안 모두 서북지역 노회와 새가족측 노회의 협조와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쉬운 점은 이 같은 교단 상황에서 노회정비개편연구위원회가 노회 경계 정비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노회정비개편연구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청회를 열었는데,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 역시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지난해 한 차례 공청회와 달리 지역별 공청회를 진행해 지역의 의견을 청취한 것은 진전된 것이긴 하나, 적어도 올해는 의견을 종합해 단계적 정비안과 행정단위 일괄 정비안 중 어느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지난 회기 노회정비개편연구위원회가 제98회 총회에 올린 청원서에는 2단계 추진일정으로 ‘노회구역재정비 방안 연구’와 더불어 ‘노회행정운영제도 표준화 연구’를 포함시켰다. 노회행정운영제도 표준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부담이 따르더라도 두 가지 정비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 노회정비개편연구위원회가 주관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노회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속한 정비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속히 정비안 결론 내야

정비안을 빨리 결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비안이 정해져야 그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공청회에서는 정비안에 대한 관심과 함께 총회와 노회 내 정치권과 기득권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이 컸다. 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노회 전입순 서열제도 폐지, 노회 임기직 완전자유경선제, 노회 회원권 정비 등을 제안했는데, 정비안에 따라 이 부분 역시 조정이나 개선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 문제는 노회 경계 정비 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고 후폭풍이 거셀 전망으로, 이를 보다 빨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위원회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99회 총회가 80일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위원회는 6월 26일 제3차 회의에서 가안으로 마련된 행정단위 기준 일괄 정비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해 일괄 정비안을 진행하기 위한 연구위원을 두자는 의견도 나왔고, 시범 지역을 정해 일괄 정비안을 시행해보자는 등 발전적인 의견 제시도 있었다. 한 위원은 반발이 있더라도 원칙을 정해 최종 결론을 내리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위원회는 행정단위 일괄 정비안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의견을 모았을 뿐,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앞으로 한두 차례 회의를 거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기 경기남노회와 황해노회 분립위원회가 활동한데 이어 이번 총회에도 상당수의 노회가 분립 청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노회가 분립될 때마다 이른바 ‘헤쳐모여’ 식으로 소속 노회가 정해졌고, 그만큼 노회 지역 경계는 불분명해졌다.

‘교단이 갈수록 무지역화 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교단으로부터 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노회정비개편연구위원회가 책임감을 갖고 어떠한 형태로든 결론을 내고 교단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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