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째로 사라지나’ 턱밑까지 찾아온 위기

교육부 평가 따라 입학정원 축소 불가피…학교 재정도 해마다 줄어
상향 평가 받기 위한 자구노력 안간힘…총회차원 지원대책 모색해야


총신대학교가 학생정원을 최소 15명 줄이기로 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21명을 더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대학이 입학정원을 줄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벌써부터 총신대 8개 학과 가운데 “OO학과의 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왜 총신대는 입학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을까.


위기 직면한 총신대

저출산 영향으로 2018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수가 전체 대학교 정원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현재 전국 대학정원은 56만 명인데, 2020년이 되면 고등학교 졸업생은 40만 명뿐이다. 이에 교육부는 정원미달 사태에 대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3차례에 걸쳐 전국 대학을 평가하고, 단계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력 없는 대학교를 미리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정원감축 정책은 총신대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을 구분해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서 정원을 2만8000명을 감축하기로 하고, 현재 대학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의 계획은 이렇다. 오는 8월말 ‘대학구조개혁평가편람’을 만들고, 각 대학이 편람의 기준에 따라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한다. 교육부는 그 보고서를 검증하고, 대학별로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 5단계로 등급을 매긴다. 최우수등급을 받은 대학은 자체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 정원감축을 안해도 되는 것이다. 우수등급 대학은 현 정원에서 2% 감축, 보통등급은 5~10% 감축, 미흡은 정원감축을 넘어서 정부의 교육비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매우미흡은 거의 퇴출된다고 봐야 한다.

총신대는 어느 등급일까? 총신대 관계자는 “아무리 잘해도 보통이다. 미흡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보통등급을 받는다면, 총신대는 최소한 현재 입학정원 360명의 5%를 감축해야 한다. 최소 18명에서 36명까지 정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10%가 감축된다면, 학과 한 개가 없어지는 것이다.

▲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의 목회자와 인재를 양성하는 총신대학교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큰 파도를 만났다. 그러나 총회의 지원이 미미한 상황에서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대학의 무한생존경쟁 속에서 총신대의 미래가 안개 속에 있다.

 내부 경영도 만만치 않다

총신대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작년 12월 총신대 총장선거에서 총장후보자들이 내세웠던 핵심 공약은 ‘재정확충’이었다. 길자연 총장은 무려 230억원을 모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4명의 총장 중 백만기도후원운동 외에 10억원 이상을 모금한 사람은 없었다. 왜 학교 재정문제가 핵심공약으로 떠올랐을까.

총신대는 학교운영을 위한 재정을 거의 100% 등록금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 재정은 늘 적자였다. 그 적자를 총회신학원을 통해 충당해 왔다. 그러나 2000년을 기점으로 총회신학원 입학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400명에 이르던 총회신학원 학생이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2013학년도 총회신학원 입학생은 8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식으로 총회신학원에서 감소한 재정이 매년 5억원에 이른다.

또한 2011년부터 대학반값등록금 운동이 일어났다. 교육부도 대학을 평가하면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학교를 우대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총신대는 2011년 이후 등록금수입이 10% 정도 감소했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고 재학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등록금감축을 했지만, 총신대의 재정 상황은 더 힘들어졌다.

결국 지난해 총신대는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한 결과, 당장 2014년부터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향후 4년 동안 적자를 메우기 위해 20억원이 필요하다는 결과보고를 들어야 했다.


본질 빼고 모두 바꾼다

물론 그동안 총신대가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총신대는 교육부 평가를 위해 교수충원, 학습여건개선 등을 위해 노력했다. 현재 교수충원율은 70%에 이르러 교육부 평가에서 안정권에 이르렀고, 낙후된 강의실과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환경도 많이 개선했다. 그러나 대학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된 도서관이 없는 것은 큰 흠결로 남아 있다.

또한 교육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대학 부총장 함영용 교수는 “정말 교수님들이 학생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다. 한 개 학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과가 취업률 70%를 넘었다”며, “현재 각 학과장까지 참여하는 확대대학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교육부의 평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신대의 자구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평생교육원을 개설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계약학과를 시작해서 ‘신학’ 외에 총신이 내세울만한 학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총신대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수도권대학특성화지원사업에 공모했다. 이를 위해 ‘신학과 아동사업단’과 ‘사회복지와 영어교육사업단’을 발족시켰다. 현재 1단계 평가는 통과하고 2단계 평가를 받는 중이다. 특성화지원사업 대상자로 결정되면, 매년 3억원씩 5년 동안 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대학 부총장이 주관하는 확대대학구조조정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교육부에 현 정원의 5% 정도인 15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정원을 감축할 학과를 결정하기 위해 ‘취업률’을 기준지표로 정했다. 가장 취업률이 저조한 3개 학과에서 8명, 5명, 2명을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총신대는 지금 수도권 대학들과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 학교의 정체성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다. 총신대학교를 운영하는 재단법인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다. 총신대 생존을 위해 총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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