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교단장협 추후 행보 ‘주목’

세월호 기도회 기점으로 연합운동 주도 요구 높아져 … 9월 총회까지 차분한 준비과정 필요

세월호 참사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사건과 8월 가톨릭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교계 연합운동의 지평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자는 국가적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교계 내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고, 후자는 교황 방문 이후 국내 종교계의 무게 중심이 가톨릭으로 쏠림으로 개신교계의 영향력이 급감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보수교계를 대변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홍재철 목사)는 더 이상 보수권의 지지를 받기 힘들어졌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대표회장:박종덕 사관)는 가톨릭과 연합기구를 결성하는데 까지 나아가 보수교계로부터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양 기구는 그동안 한국교계 연합운동의 시금석 중의 하나였던 부활절연합예배를 공동개최하는데 실패하는 등 이렇다 할 연합 사업을 벌이지 못해 왔다.

▲ 세월호 참사 대처와 예정된 가톨릭 교황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현직 교단장들의 모임인 ‘한국교단장협의회’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9개 교단장들이 교단장협의회라는 이름으로 5월 21일 진행했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위로 금식 기도회’ 모습.
세월호 기도회로 교단장협 재가동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4월 부활절연합예배를 앞두고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던 교단장협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교단장협의회는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사태 이후로 재가동을 시작했는데 교계에서는 오는 9월 각 교단 총회에서 교단장협의회의 참여를 교단별로 결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조되고 있다.

2001년 24개 공교단 대표들이 참여함으로 활동을 했던 교단장협의회 재가동의 필요성은 올해 부활절연합예배를 앞두고 다시 제기됐다. 2011년 이후 부활절연합예배를 두 세군데 연합기관이 따로 따로 드리는 일이 반복되는 창피함을 어떻게든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미래목회포럼,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2월 13일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한 호소문’을 통해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의 재가동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교회 모든 연합기구가 대표성을 상실한 지금 정통성을 가진 주요 교단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2001년 12월 17일 결성해 2006년까지 활동한 바 있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의 재가동에 적극 나서 달라”며 “그 어느 기구도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교회의 대표성을 지닌 교단장들이 다시 만나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드리고 통일한국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등의 요구는 결실을 맺지 못하는 듯 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재통합론이 오고가고, 예장합동을 중심으로 한 제4의 기구 설립이 논의됐으며, 부활절연합예배는 이미 위원회를 가동한 상태였기 때문에 교단장협의회의 재가동에 크게 주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교단장협의회의 활동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CTS기독교텔레비전(회장:감경철 장로)의 대표주주 교단인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독교감리회의 수장들은 때마침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직을 그만둔 장헌일 장로(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를 사무총장으로 삼고, 개신교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교단장들은 기독교한국침례회와 기독교한국성결교단 등을 더 초청해 남북통일과 사회 통합을 꾀할 수 있는 계획들을 논의하고 이를 발표하고자 준비했으나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부활절연합예배를 앞둔 시점임을 고려해 이를 연기했다.

한국교회위원회 등장으로 결성 의지 굳혀
다시 주춤하던 교단장협의회를 교계의 전면에 나서게 한 것은 세월호참사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위원회(위원장:김삼환 목사)의 출범이었다. 세월호 참사 지원을 위한 연합 사업이 요청되는 시점에서 한국교회위원회는 모임을 갖고 연합기도회 개최와 20억 모금 및 2년간 피해자 상담 사역 지원을 발표했다.

5월 초 한국교회위원회는 교단장들을 초청해 안산제일교회에서 연합기도회를 가졌다. 한국교회위원회의 활동에 자극을 받은 교단장들은 출발을 고려했던 교단장협의회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기로 결의하고 교단장협의회만의 세월호 참사 위로 기도회를 5월 중순 백주년기념관에서 가졌다.

한때 한국교회위원회와 교단장협의회는 세월호 위로라는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별도의 기도회를 개최해 교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교회위원회가 6월 1일 명성교회에서 개최한 기도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양 기관이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었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위원회측의 조성기 목사(전 예장통합 사무총장)는 “오해다. 한국교회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지원을 위한 순수모임이며 20억 원의 구호금을 모금하는 것 외의 모든 활동은 지난 6월 1일 기도회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면서 “모금활동과 사후 시행은 간사단체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 목사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향후 재단법인을 만들어서 활동을 계속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함에 따라 향후 교단장협의회의 활동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고 특히 예장합동측의 행보가 주요한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단장들은 7월 중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교회와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한기총, 한교연, 교회협 등 연합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교단장협의회가 연합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오는 9월 각 교단 총회들이 교단장협의회를 통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결의를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회성이 아니라 최근처럼 혼란한 교계연합기관들의 활동이 정리가 되기까지 교단장협의회가 힘을 받아 일을 하려면, 교단 총회 차원의 참여 결정이 필요하고,  그에 의거해서 현직 교단장, 현직 부교단장, 현직 총무 등이 참여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9월 총회때 교단장협의회 참여 결의해야
더불어 교단장협의회가 다뤄야 할 아젠더- 통일 준비, 사회적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 등- 들을 9월 총회 전까지 논의해야 하며, 교단장협의회의 참여 범위 역시 공교회적 차원에서 차분하게 점검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연합기관의 실무책임자들은 “교단장협의회는 과거에 참여 조건이 있었다.

즉 공교회성을 띠고 있는 지방회나 노회로부터 선출된 교단의 교단장, 사회적 인준을 받은 신학대학과 신대원을 갖춘 교단의 대표를 회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계에서는 현재 시작한 예장합동, 예장통합, 기감 등 5개 교단장들이 이미 준비한 사역들을 진행해 나가면서 올해 연말을 전후해서 명실상부한 교단장협의회를 재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