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교육은 청지기의 책무”
장소·프로그램에 밀려 안전의식 미흡 … 응급 교육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신앙교육의 꽃, 여름사역의 계절이 다가왔다.
올해 여름사역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총회 교육부가 제시한 ‘전도’를 비롯해 기도 선교 말씀 부흥 등 다양한 주제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공통된 키워드는 ‘안전’이다. 올해 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와 세월호 참사 등 잇단 대형 사고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 특히 해외 비전트립이나 캠프 등 여름사역이 예배당을 벗어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어 안전에 대한 주의가 각별히 요구된다.
안전, 성령님께 맡긴다?
섭씨 30도를 넘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06년 8월. 인천 A교회 중고등부 학생 43명이 여름수련회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천 강화군 화도면 앞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 김모(고3)양과 김양의 남동생(고1) 등 중·고생 4명이 썰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30분 뒤 인근 갯벌 등에서 김양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동생은 구조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은혜의 현장이어야 할 여름수련회가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안전사고는 A교회만의 일이었을까?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3년동안 발생한 여름철 물놀이 사고를 분석한 결과 135명이 인명피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68.9%에 달하는 93명이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사이에 사고를 당했다. 주일학교 여름사역이 집중된 시기에 사고도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물놀이 사고뿐만 아니라 누전으로 인한 화재와 차량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배 중 천장이 내려앉고, 대형 스피커가 떨어져 인명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여름수련회 마지막 밤에 진행하는 캠프파이어나 불꽃놀이도 각종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해마다 여름사역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교회는 무관심으로 일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해외 비전트립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매뉴얼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국내 캠프나 수련회는 ‘안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것이 실상이다. 청소년 사역단체 한 간사는 “캠프 시설이나 물놀이 프로그램, 강사 등에는 관심이 있지만 안전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한국 교회에 위기관리나 안전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여행자 보험을 들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비용을 거론하며 보험을 빼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들이 예산만 생각하고 안전은 뒷전이다”고 꼬집었다.
그의 지적처럼 교회 여름사역을 준비하면서 장소나 일정, 프로그램, 주제, 강사 등에는 신경을 쓰지만 안전은 항상 2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다만 여름사역에 앞서 릴레이 기도 때 “오고 가는 교통편을 보호하시고, 여름행사 기간 중에 안전사고가 없도록, 물놀이 때 사고가 없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는 정도가 전부다.
“안전은 청지기의 책무”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기도하면 땡이다”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문갑 목사(한국위기관리재단)는 지난 5월 29일 열린 ‘교회·선교단체 지도자 위기관리 세미나’에서 한국 교회가 위기에 둔감한 이유를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하는 성공주의와 근거 없는 낙관주의(주관적 회피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문갑 목사는 “기독인들은 하나님의 주권 계획 섭리를 믿음에도 불구하고, 정서나 습관화된 체질이 여전히 전통적인 운명론이나 무속신앙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소명이나 헌신의 삶은 강하지만, 지혜롭고 분별력 있게 청지기의 책무와 도덕적인 책무를 다하는 점은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10장에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고 명하신 것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성령충만한 실용주의자가 되어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안전관리는 여름사역을 은혜롭게 진행하는 ‘실용’이라고 주장했다.
교회·단체 “안전이 최우선”
최근 여름 어학캠프나 해외연수를 모집하는 단체들마다 ‘안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부 교회와 사역단체들도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잇따른 대형 참사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교회학교성장연구소(대표:박연훈 목사)는 어린이 은혜캠프를 준비하면서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학교성장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은혜캠프에 앞서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고, 청소년 지도사와 응급조치사를 배치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박연훈 목사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 이런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교회의 안전교육은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가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산중앙교회는 올해 여름사역을 앞두고 두 차례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6월 21일에는 ‘재난 상황 이해’를 주제로 재난이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재난이 발생하는 과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육한다.
이어 6월 28일에는 전체 교사와 스텝을 대상으로 여름 물놀이 사고 시 응급대처와 심폐소생술을 교육한다. 대한적십자사 전문 강사를 초청해 심폐소생술을 직접 해보며 안전예방을 교육받고 응급상황 대처법을 익힐 예정이다.
경산중앙교회는 여름사역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에는 교역자와 교회 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익혔으며, 지역 소방서와 연계해 소방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교회 안에는 의료선교팀을 구성해 주일마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전체 교인을 대상으로 화재와 같은 비상시 대피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산중앙교회에서 재난 및 응급처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윤신광 목사는 “특히 외부활동이 많은 교회 여름사역에는 재난의 위험도 커진다”면서 “안전교육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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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센터 확인부터 의료팀 구성까지
철저한 사전교육이 최고의 대안이다”
여름사역 안전 ABC
최근 잇따른 대형 참사로 교회 여름사역도 ‘안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까? 전문가들에게 여름사역 안전 노하우를 듣는다.
“효과적인 위기관리란 없다. 오직 위기에 대한 사전예방이 있을 뿐이다.” 안전사고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여름사역 전에 체크해야 할 내용이 많다.
▲장소선정: 숙소나 집회시설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소방시설이나 소화기를 갖추었는지 확인한다. 무인가 시설보다는 인가받은 곳이 안전하다. 물놀이 시설을 갖춘 곳이라면 안전요원이 상주하고 있는지, 응급처치 장비를 구비했는지 확인한다.
▲응급센터: 장소선정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인근에 응급센터가 있느냐다. 응급센터는 생사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응급상황 시 조치할 수 있는 병원을 확인한다.
▲안전교육: 사전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교사와 스텝을 대상으로 돌발 상황을 예측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심폐소생술이나 지혈법 등을 익히면 금상첨화.
▲사전답사: 현장을 보면 답이 나온다. 답사팀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교사 전체가 캠프 장소를 미리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예방이 된다. 계단이나 유리창, 문고리 등도 꼼꼼히 체크한다.
▲의료팀구성: 특히 어린이의 안전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소아과 의사나 간호사를 중심으로 의료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전문 의료인이 없다면 교사 중 일부가 의료팀을 구성해 응급처치를 익히고 동행하라.
▲여행보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여행자 보험은 필수다.
▲핫라인: 비상연락망과 같은 핫라인이 필요하다. 위기의 상황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성도 중에 의료, 소방, 경찰, 법조인을 중심으로 핫라인을 구성해 놓는다.
▲학생교육: 캠프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생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비상구는 어디에 있는지, 소화기와 소방시설 장소를 익히도록 한다. 물놀이에 앞선 안전교육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