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신앙/ ‘거리의 목회자’ 김도진 목사] (9)나눔, 빛과 소금의 길
[나의 삶 나의 신앙/ ‘거리의 목회자’ 김도진 목사] (9)나눔, 빛과 소금의 길
김도진 목사
  • 김도진 목사
  • 승인 2014.06.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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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나눔의 기쁨’을 얻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라”고 말씀하셨다. 빛과 소금이 그 가치를 발하려면 어둡고 썩은 곳에 있어야 한다. 빛의 사명은 어둠을 밝히는 것이요, 소금의 사명은 썩는 것을 막는 것이다.

가나안교회는 이 땅에서 가장 어둡고 음습하고 썩은 곳에서 지난 28년간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 왔다.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보여주고 싶다던 나의 비전은 28년이 지난 지금 결실을 맺고 있다. 청량리588 한 가운데 교회를 세우고 노숙인 사역을 시작했을 때, 아무도 우리를 반기는 사람이 없었다. 일반인들이 교회에 갖는 편견보다 직업여성들이 교회에 갖는 편견이 더 컸다. 게다가 노숙인 사역을 하는 교회라 어느 누구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 선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청량리588 거리로 나가서 쓰레기를 치우고 담배꽁초를 줍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에 나가보면 호객행위를 하며 밤새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거리에 즐비했다. 아무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쉼터에 계신 분들이 거리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몇몇 분들이 빗자루와 집게를 가지고 거리로 나갔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사회가 우리 교회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금 우리 교회는 지역 사회의 독거노인과 차상위 계층을 위해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에 도시락을 만들어서 배달을 한다. 이 역시 노숙인 쉼터에 계신 분들이 한다. 노숙인들은 매번 도움을 받기만 하다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느끼는 기쁨이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낮 12시가 되면 사랑의 도시락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10여명이 거리로 나선다. 이제 이 곳 주민들에겐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 교회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는 것을 알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동사무소는 우리 교회가 하는 일을 대환영한다.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있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사랑의 도시락 배달 사역을 벌써 5년 째 하고 있다. 작년에는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을 담가서 전해줬고, 명절에 선물도 전달했다. 가나안교회 주변에는 쪽방촌이 있어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 비록 우리도 풍족하지 않지만 후원물품이 많이 들어올 때면 그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빵 햄 바나나 등 우리 교회에 답지한 물품을 그들과 나누면서, 교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동네를 지나다보면 나를 알아보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빵 몇 조각, 과일 몇 개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처음 이 곳에 교회를 세웠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가나안교회는 이런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들을 위해 아예 빵 냉장고를 비치해서 개방해 놓고 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가져가서 드실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선한 일이 끊이지 않도록 지금까지 채워주고 계신다.

▲ 김도진 목사는 파주 지역에 영농단지를 조성하고 노숙인과 노인들의 자활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쉼터에 계신 분들도 나누는 일에 적극적이다. 처음에는 자기 것만 챙기고 사물함에 이것저것 쌓아놓으시던 분들이 이제는 동료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먹을 것이 있으면 일터에 가지고 가는 습관이 생겼다. 서울시 일자리지원사업, 공공근로, 장애인 작업장 등 우리 식구들이 나가는 일터엔 다들 비슷한 처지의 분들이 오셔서 일하신다. 쪽방, 고시원, 쉼터에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면서 기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주님의 말씀처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몸소 체험한다.

파주에 영농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지역에 노숙자와 관련된 사업장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 것이다. 이 난관을 뚫은 것도 나눔이었다. 나누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 그곳에서도 똑같이 했더니,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금은 우리가 하는 일에 땅을 빌려주고, 사료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갈라디아서 6장 9절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나눔은 간접적인 복음전파 사역이다.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행동하는 복음이다. 나눔이 일회성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눔 행사를 계획하고, 자금을 모으고, 인력을 동원하고, 사진을 찍고, 각종 매스컴에 대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거기에는 행함과 진실함이 없다.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이런 행사를 해 보지 않았다. 내게 있는 것을 나누는데 특별한 계획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나안교회 사역을 통해서 진정한 복지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곳곳에 교회가 있지만 지역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가나안교회는 이 시대에 가장 아픈 사람들이 누구인지 찾았고,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가장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실천했다. 그렇게 했더니 좋은 교회로 알려졌다. 사회에서 버려졌던 가나안교회의 노숙인들이 이런 큰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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