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목사

 
사창가 한복판에 교회, 전쟁 시작되다

 

▲ 가나안교회가 마련한 두 번째 예배처소는 청량리 사창가 한복판이었다. 그곳에서 가나안교회와 김도진 목사는 깡패들의 위협 속에서 노숙자 사역을 이어갔다.
28년 동안 가나안교회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면서 늘 하나님께 위로와 힘을 받았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선한 일을 하고, 소망이 있고, 보람 있는 삶이었다. 정말로 위험한 순간에 성령님은 내게 힘을 주셨고, 방패가 되어 보호해 주셨다.

교회가 자리 잡고 있던 청량리 588은 범죄의 소굴이었다. 사방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싸움이 하루하루의 생활로 이어졌다. 당시 1980년대는 살벌한 때였다.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 새벽기도를 하면서 또 하루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그러나 이곳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매일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경찰차들이 들락거리곤 했다. 경찰서는 내가 하는 일을 알고 가스총을 지급해 주기까지 했다. 칼로 협박을 하는 일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교회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소리 지르고 덤비다가 도망을 가곤 했는데, 그 때는 어김없이 칼을 두고 갔다. 이 동네는 밤에 영업하고 낮에 잠을 자야 하는데, 우리는 밤에 자고 새벽부터 찬양을 했다. 그들이 자는 시간에 거지들이 소리높여 부르는 찬양 소리는 온 동네를 흔들었다.

이러다보니 동네에서 영업을 방해한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그 때마다 경찰차가 달려왔다. 처음에는 방음 장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역 깡패 조직과 마찰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 죽을 바엔 예배를 드리다가 죽자는 결심으로 설치를 했던 방음 장치를 모두 뜯어버렸다. 그리고 교회 밖에 스피커를 달아놓고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예배를 드리며 부흥회를 했다.

하루는 새벽에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4대가 출동했다. 나는 경찰들에게 소리쳤다. 범죄자가 신고하고 목사가 피해를 보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외쳤다. 경찰들은 신고가 접수되면 출동을 해야 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 이후로 예배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업주들과 대립을 해야만 했다. 정말로 무서운 전쟁이었다.

이렇게 싸우면서도 교회는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개척 2년 만에 15평의 지하방 교회는 더 이상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예배당을 이전해야 했지만, 돈이 없었다. 기도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백OO 집사님이 전세방 보증금 300만원을 빼서 빌려주는 것이라며 교회를 이전하는 데 쓰라고 주셨다. 그 소중한 돈을 들고 또 예배처소를 구하러 다녔다. 발걸음이 옮겨지는 대로 간 곳이 현재 청량리 588 사창가 중앙에 있던 당구장 자리였다. “설마 이곳에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게 하실까”하며 기도를 했다. 기도 중에 “내가 예비한 곳이다”라는 음성을 들었다.

사창가 한복판에 교회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깡패가 찾아와서 위협을 했다. 나는 주님이 예비한 교회라며 한 발짝도 양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나를 찾아온 조직원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왔냐”며 윽박질렀다. 나는 “여기가 588이지 어디냐”며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목사 놈이 누구야?”
“내가 목사다.”
“목사가 말이 왜 그래.”
“너는 말이 왜 그래.”

이렇게 기 싸움을 했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그들에게 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나를 상대했던 그 조직원은 대책이 없던지 아무런 말을 못하고 사라졌다.

이렇게 가나안교회 두 번째 예배당을 마련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계약했다. 40평 중 30평은 교회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0평을 나누어 방 2개를 꾸몄다. 하나는 내가 목양실 겸 침실로 사용하고, 다른 방은 백집사 가족 4명을 위한 것이었다.

가나안교회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생각을 깨뜨리고 놀라운 부흥의 사건으로 역사를 세워갔다. 교회 부흥의 역사는 범죄 소굴이었던 지역에 기적의 사건을 일으켰다.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어 갔다. 부랑인들이 교회로 몰려들면서 기존 성도들은 떠나가게 되었지만, 떠나가는 성도들보다 노숙자 깡패들로 채워지는 성도의 수가 훨씬 많았다. 노숙인 성도들은 새벽부터 거리에 나가서 청소를 했고, 깨끗한 거리로 지역의 모습이 바뀌게 됐다.

청량리 588의 목회는 영육간의 전투였다. 하루를 지내고 새벽기도를 시작하면서 “또 하루를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던 것 같다. 이런 살벌한 삶이 계속 이어졌지만 “너는 살아있는 순교자가 되라”는 주님이 주신 음성으로 위로가 됐다. 주님의 위로 때문에 살벌한 세계의 두려움을 이기고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지인을 통해 깡패들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도망을 가려고 생각했다. 어디로 도망을 가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의 음성이 또 들려왔다. “네 자리를 사수하라.” 그 음성을 듣고 나는 도망갈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래 깡패들에게 잡혀서 죽으나 도망해서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차피 죽을 바에야 기도하다가 죽자.” 곧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 소리치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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