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사업 적극적 포용정책은 교단 위상 강화 밑거름 신중한 기준 갖춰 파송이사 결정… 공감대 형성 급선무


▲한명수 목사:한국 교회의 연합사업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논의되고 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시기 입니다. 두 분께서는 교단장을 역임하셨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연합사업을 잘 알고 계시고, 또한 느낀 점이 한 둘이 아닐텐데 먼저 한 말씀 해 주시지요.

▲길자연 목사:저는 재건교회의 후예로서 보수교단에서만 성장하여 우리 교단에서 떠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타 교단과 연합사업을 함에 있어서, 특히 신학의 좌경화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학적으로 맞지 않더라도 대 언론, 선교, 봉사, 사회복지 등 사안별로는 협력을 모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변화된 사회에 기독교가 사회로 복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총회장 시절, 연합사업을 위해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교단과 함께 한국 교회의 한 축이라 생각되는 예장통합과 점진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기독교의 힘을 집중시키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신앙과 신학의 보수와 동시에 폐쇄적인 것보다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포용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로 연합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신앙의 보수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심판구 장로:저도 신앙과 신학의 입장은 길 목사님과 같습니다. 연합사업을 실시할 때는 분명히 총회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합니다. 공격적 경영을 이야기 했는데 사실, 우리 교단 연합기관 파송 이사나 위원들은 피동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방송이나 대한성서공회의 경우 보수와 비보수 교단과의 노선차이가 분명히 있지만, 비토만 하다보니 배제되기 일쑤였습니다. 기독교TV의 참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개역개정판성경은 어떻습니까. 우리 교단 학자들의 참여는커녕 벌써 성경이 나와 다른 교단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앞으로 교단 연합사업은 참여 구성원의 명분보다 총회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일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한명수 목사:1959년 예장통합과 분열 당시, 우리 교단은 당시 선교사들이 소유하고 있던 학교, 병원 등을 다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남침례교 다음으로 큰 교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적극적인 표현은 이해가 되지만 공격적이라는 말에는 다소 견해가 다릅니다. 그리고 기독교방송 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교단 중심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곳에 우리 교단이 구색이나 맞추기 위해 들러리만 선다면 차라리 참석치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사 수를 교단 대 교단으로 하든지, 재정 책임을 확실히 부담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저 참여하여 개인적 자리에만 연연하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아울러 기독교방송이나 성서공회가 한국교회의 소유인지부터 검토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단이 참여하는 연합사업은 사업에만 일치하는 것이지 교리까지 일치하는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대북사업, 구제, 장애인, 선교, 대정부 관계 등 사업에만 힘을 쏟는 것인 만큼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교단은 연합사업에 있어 이제 과도기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길자연 목사:연합사업을 실시하면서 우리 교단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 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회가 파송한 해외선교사는 총 3000여명에 이릅니다. 그 중 우리 교단 파송 선교사가 1000여명 됩니다. 그런데 선교사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곳이 참 많습니다. IT시대에 제조업에 치중하고 있는 꼴이지요. 이렇듯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방법은 시대에 맞게 점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봅니다.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옷은 갈아입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장자 교단이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시대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됩니다. 국제적인 교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교단장에게 전권을 맡기고 격려를 보내면서 기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심판구 장로:연합기관 파송자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방송국 관련 파송자는 어느 정도 방송경력이 있는 인사가 추천돼야 하고, 사업 부서는 경영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당연히 이사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나눠먹기식 혹은 몇몇 인사가 독식하다시피 해 왔습니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타 교단 인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임원회에서 이사를 파송하더라도 기준이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이권이 많은 곳에 사람이 몰리는데 그런 곳엔 더 신중을 기해 이사를 선임해야 할 것입니다.

▲한명수 목사:교단의 대승적 견지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개인의 이권보다 교단전체를 생각하고, 나아가 한국 교회에 유익을 미치는 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길자연 목사:그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감당해 온 역할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렇지만 시대에 맞게 교회협도 변해야 합니다. 현재 교단장 중심으로 연합사업의 새 틀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 같은데 교회협과 한기총을 억지로 합친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부간의 갈등을 해소치 않고 합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교단도 많은 부분이 물갈이 되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재들을 영원히 아웃사이더로 놔 둘 것이 아니라 인사이드로 끌어들여 교단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부 인사들은 교단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정치꾼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밖에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여 일이 되게끔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될 것입니다. 10∼20년 전에는 인재가 없어 쩔쩔 맸지만 지금은 지천에 유능한 사람들이 널려 있습니다. 이런 인재를 곳곳에 배치하여 교단도 튼실해지고 연합사업에서도 뒤지지 않는 정책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명수 목사:교회협의 그동안 인권과 민주화 운동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저는 한기총 초대총무를 맡으면서 한기총이 어용은 아닌 지 참 경계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아울러 한기총도 한국 교회 대표기관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협도 가입하고 한기총도 가입하여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예장통합에 있습니다. 색깔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예장통합이 연합사업의 리더냐 그렇치 않습니다. 지금은 명분없는 기득권 싸움은 버려야 합니다. 교회협의 경우 가맹 교단을 제외하고 아직도 보수 정체성 운운하면서 사안마다 반대하는 경향이 짙은데 이는 잘못된 태도입니다.

▲길자연 목사: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는 한국 교회 대표는 교회협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보수 교단에서 물질적인 것을 포함, 더 많은 것을 지원하자 인식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다른 일에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연합사업에는 재정이 뒷받침 돼야 일을 추진할 수가 있습니다. 단군상대책위원회, 사회복지, 선교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심판구 장로:맞습니다. 교단 차원의 대외협력기금이 마련돼야 합니다. 머니 박스를 만들어 이곳에서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합니다.

▲길자연 목사:개인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거지근성에서 벗어나 교단에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투자에 인색할 것이 아니라 총회에서 예산도 배정하고 교단연합사업위원회 같은 조직도 구성하여 일을 추진하는데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합니다.

▲한명수 목사:이같은 일은 총회임원, 정책위원, 노회장 연석회의 등을 통해 제대로 홍보하여 공감대를 형성토록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심판구 장로:제도화 되어 있지 않은 산발적 요인을 제도화 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만큼 진행된 것도 교단의 발전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정책위원회와 같은 곳에서 교단연합사업위원회 성격의 기구를 제안하여 총회 결의를 얻어 명실공히 교단의 연합사업에 대한 일사불란한 방향과 추진을 기대합니다.

▲길자연 목사:옳습니다. 이제 우리 교단은 폐쇄성을 벗었습니다. 타 교단들이 놀라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말로만 장자가 아닌 교회연합에도 적극 참여하는 가운데 맏형 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교단의 발전을 위해선 실천적인 삶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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