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목회자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

건물이나 업적보다 더 귀한 성도의 변화 …
‘하나님 권능’ 확신 뿌리내리자 건강한 공동체로 우뚝

“목회의 기쁨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있는 것이니까요.”

교회 자랑을 해달라고 했더니 연신 성도들 자랑이 그칠 줄 모른다. 마치 교우들 전부를 하나씩 다 자랑할 기세로 말을 이어가던 홍성인 목사가 빙그레 미소 짓는 기자를 문득 바라보며 따라 웃다가 결론처럼 던진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완주 봉동중앙교회에 부임한 지 9년여,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변화도 생겼지만 홍 목사에게 가장 큰 일은 다름 아닌 ‘사람농사’였다. 사람은, 영혼은, 성도 한 사람은 건물보다, 업적보다 더 귀한 존재들이었다.
“한 교우가 세례를 받게 되었어요. 한 번 집으로 찾아와 달라고 해서 심방을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온 집안에 부적이 가득했거든요. 무서워서 혼자 힘으로는 부적을 못 떼겠다싶어 저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죠. 헛된 신앙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함께 울며 기도했습니다.”

얼마 전 그 교우가 경영하는 음식점을 찾아갔던 홍 목사는 그동안 못 보던 글귀가 입구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나서 흐뭇한 마음을 감출 길 없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커다란 글씨로 쓰인 그 글귀, ‘주일은 쉽니다.’

또 다른 집사 하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와신상담 끝에 대형차량 운전면허를 기어이 따냈다. 교회 차량봉사를 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도전에 나선 그의 스토리도 성공담보다는 감동수기에 가깝다. 그 또한 수년 전에는 새벽기도 나가는 아내를 핍박하던 보통의 남편들 중 하나였다.

밤늦게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내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박해하거나, 헌금할 돈을 아무리 사정해도 내주지 않았던, 강퍅하기 그지없었던 다른 남편들도 어느새 안수집사가 되어있고,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일꾼으로 돌변했다.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서로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잘 아는 교우들은 절실히 깨닫는다. 하나님이 택하시고 작정하신 이들은 반드시 구원하신다는 확신,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권능에 대한 신뢰가 성도들 사이에 뚜렷해진 것은 힘찬 공동체로 나아가는 청신호들이다.

수십 년 전 한국교회 부흥이 왕성하게 일어나던 시절에는 이처럼 ‘보통의’ 남편들이 회심하고 헌신하는 극적인 변화들이 눈물어린 간증으로, 설교 예화로 종종 회자되곤 했었다. 바로 그 표징들이 봉동중앙교회에서 지금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할지는 자명하다.

예배당 건축 도중 일어난 파문으로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태로웠던 교회가 불과 10년도 안 되는 사이 인근에서 가장 든든한 공동체로 변모할 수 있기까지 복잡다단한 과정들이 스쳐 지났지만, 그 바탕에는 사랑의 돌봄이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 부임했을 때, 눈으로보다 마음으로 먼저 느껴지던 막막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교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상처, 두려움 같은 것들이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지요. 억지로 결심하지 않아도 교인들 하나하나가 너무 가여워서 품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성도들 한 사람씩 이름을 부여잡고 기도하다보면 강단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들의 무디어진 가슴에 다시 생명의 꽃을 피워보고자 설교 한 마디 한 마디에 정성을 쏟아 준비하며 선포했다.

강해설교의 힘을 믿는 홍 목사는 4년째 요한복음의 본문들과 씨름하고, 그 대가를 매주 강단에서 교우들과 나누고 있다. 변화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됐다. 앞서 사례로 든 교우들도 설교 도중에 회심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평생 헌신하겠다는 통곡의 서약을 한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홍 목사 자신이 전한 메시지대로 살아가고자 최선을 다했다. 한 눈 팔지 않고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키우고, 탄탄한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가진 에너지를 다 쏟았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모든 공은 교우들에게 돌렸다. ‘겸손하신 목사님’이라는 성도들의 평가는 절대로 듣기만 좋은 공치사가 아니다.

그렇게 세월이 쌓였고, 마치 거짓말처럼 공동체는 다시 우뚝 일어섰다. 우뚝 선 힘으로 열심히 이웃들에게 전도하고, 해외로 나가 선교도 하면서 봉동중앙교회는 새로운 사명과 부르심 앞에 눈을 뜨는 중이다.

다시 물었다. 목회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홍 목사의 대답은 쉽게 나오지 못했다. 많은 고민 끝에 어렵게 한마디가 새어나왔다. “목회란 다른 누구도 아닌 목회자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 그게 시작이고 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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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사역은 언제나 1순위”

홍성인 목사 “교회 때문에 더 아름다워져야”

▲ 설교를 통해 건강한 교회에 대한 꿈을 제시하는 홍성인 목사. ‘목회는 목회자 스스로를 먼저 바르게 세우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목회에 임한다.

홍성인 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할 당시에는 솔직히 대형교회에 대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한 교회가 가장 큰 꿈이고, 성장은 가장 뒷 순위의 목표가 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홍 목사가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란 무엇일까.

봉동중앙교회가 역점을 두고 전개하는 사역을 통해서 그 해답에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전도와 선교부문이다. 특히 선교사역의 경우는 선교위원회를 통해 별도로 관리할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9년 새 봉동중앙교회는 다섯 가정의 선교사들을 세계 각지로 파송했다. 파송선교사들에 대해서는 생활비 일체를 책임질 뿐 아니라, 이들이 각자의 선교지에서 설득력 있는 프로젝트를 전개할 경우 제법 규모가 큰 사업이라도 최선을 다해 후원한다.

전도사역에 있어서도 공단지역과 읍소재지라는 특성을 살려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매주일에는 독거노인세대를 위한 반찬전도를 전개하고, 장날이 돌아올 때마다 빌립전도팀과 남녀전도회가 주축이 되어 노방전도를 벌이는 사역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4년 전에 선교위원회가 구입한 차량은 지금 봉동중앙교회의 상징이 될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주 목요일 이 트럭을 몰고 나가 이웃들에게 호떡을 구워주며 복음을 전하는 사역은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이자 보람이다.

이쯤 되면 봉동중앙교회 식구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상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겠다. 바로 복음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교회,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섬기며 나누는 교회의 모습이다.

“교회 덕분에 더 아름다워지고, 살맛나는 동네가 됐어요. 우리 아이들도 교회로 인해 바르게 자랐어요.”라며 이웃들이 고마워하는 미래상을 봉동중앙교회 교우들은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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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의 입당, 열정이 이겼다

새 예배당에서 첫 주일예배가 있던 날, 나이 든 성도들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가에는 웃음이 가시질 않고, 기도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도 금세 다시 얼굴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기를 반복했다. 휴대폰 메모리 용량을 꽉 채울 각오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이도 보였다. 

 

4월 13일 낮 예배는 봉동중앙교회가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교회를 침체에 빠지게 했던 그 문제, 영영 풀어낼 수 없으리라 포기도 했던 예배당 건축이라는 숙제를 기어이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건축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은 교회인지라 담임목사와 당회원들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건축과 관련된 교우들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고, 형태와 규모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준비했다. 최종결정도 전적으로 공동의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건축이 시작된 후에도 흔히 발생하곤 하는 갈등이나 불평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덕택에 모든 과정을 큰 잡음 없이 마칠 수 있었고, 공사가 진행하는 동안 새 가족이 100여명이나 새로 등록하는 등 사역의 활력도 잃지 않았다.

감격스러운 첫 예배에서 홍성인 목사는 “예수님이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고운 외양을 버리신 것처럼 우리들도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서 “성장을 꿈꾸기보다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는 공동체를 우리의 가장 큰 소망으로 삼자”고 설교했다.

첫 예배 시간 30여명의 성도들에게 학습과 세례가 베풀어지고, 4가정이 새롭게 등록하는 등 진정한 잔치분위기가 만들어졌다. 4월 26일에는 공식적인 입당식과 함께 새로운 일꾼들을 세우는 임직식이 예정되어 있다.

건축을 마친 올해는 마침 봉동중앙교회가 설립 110주년을 맞는 해이다. 그 의미를 살려 봉동중앙교회는 ‘새로운 100년, 새로운 희망이 되는 교회’로 슬로건을 정하고 뜻 깊은 사역들을 펼치는 중이다.

30년 후 개봉할 타임캡슐에 성도들 각자의 기원과 다짐이 담긴 기도제목들을 보관하는 작업이 한창이고, 어린이제자학교도 새롭게 문을 연다. 앞으로 남미의 ‘엘 시스테마’처럼 공단지역 어린이들을 음악으로 세워주는 사역을 모색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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