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재단이사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길 총장 “기도하고 있다”

사임을 표명했던 길자연 총장이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길 총장이 사임을 번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길 총장은 “기도하고 있다. 상황이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며 사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 재단이사회 회의가 무산된 후 길자연 총장이 총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길자연 총장 사임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던 재단이사회가 4월 10일 개최됐다. 그러나 회의는 이사와 감사 15명 중 단 6명만 참석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재단이사회는 길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총장 사의표명 관련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놓은 상태였다.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운영이사회의 공식 자리에서 사임의사를 밝혔고, 이후 큰 파장이 일어났다. 총신은 물론 총회까지 영향을 미칠 사안이어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단이사회는 길 총장 사임 관련 건을 비롯해 모두 9가지의 중요한 안건이 상정됐다. 그동안 재단이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한 경우가 드물었다. 중요한 안건이 많아 이사들이 대거 회의에 불참할 상황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길 총장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회의를 무산시킨 것이 아니냐”며, 불참한 이사들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이완수 장로는 “길 총장의 사임 문제가 총신과 총회를 흔들고 있는데 이사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더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이사회의가 열리지 못했지만, 이사들은 길 총장 사임표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사는 “길 총장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것은 길 총장이 사임하겠다는 말을 지키거나, 자신의 발언으로 야기된 혼란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한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며, “사임을 표명하던 그 결단이 다시 필요한 상황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길자연 총장은 사임과 관련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3월 28일 운영이사회의 발언이 이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올지 몰랐다며,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임 표명할 때도 총신과 총회를 위해서 기도하며 내린 결정이고, 지금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상황이 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총회와 총신은 ‘길 총장이 사임의 입장을 밝힐 상황’을 기다리지 않을 분위기다.

총신대와 총신신대원 학생들은 지난 2월 교육부의 칼빈대 임원취소 결정이 내려지자 길 총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길 총장이 사임을 번복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학생들은 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교내에 ‘길 총장의 사임을 처리하라’는 성명서까지 붙었다. 노회들도 마찬가지다. 노회들은 길 총장 사임표명 이후 유보했던 총신대 관련 헌의안을 다시 상정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가뜩이나 내우외환으로 총장 직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던 길자연 총장. 이젠 자신의 공언에 발목을 잡혀 진퇴양난에 빠졌고, 총신과 총회를 혼란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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