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지원으로 복구’ 문구는 선명했다

텔레그라포 초등학교 성공적 재단장…피해교회도 재모습 “새 부흥 기틀 마련”


▲ 총회 구제부 임원들과 아라우 부대장과 군목 등이 텔라그라포 초등학교의 신축 교사 앞에서 우애를 다짐하고 있다. 벽면 하단에 ‘총회의 지원으로 복구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필리핀 레이테 주를 강타한 태풍 ‘하이옌’의 흔적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처참했다.
비록 시신이 길거리에 놓여 있지는 않았으나 도로변까지 밀려온 거대한 철선이 아직 방치되어 있었다. 곳곳에 유엔과 구호기관이 마련한 임시천막들이 눈에 들어왔고, 벽이 부서진 관공서와 건물들도 즐비했다.

레이테주 인구 190만 명 가운데 사망 실종자가 1만 명, 임시주택 거주자는 400만 명에 달했다. 80여개의 교회 가운데 54개 교회가 파괴됐고, 200여개 학교 역시 온전히 남아있지 못했다. 기반 시설이 무너져버린 레이테 주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가 지원한 기도와 물질은 실의와 좌절에 빠진 현지인들에게 희망과 자활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새벽 4시45분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총회 구제부장 노경수 목사 일행은 레이테주 타클로반으로 향했다. 80석 규모의 작은 비행기가 1시간 남짓 이동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일행은 잠시 눈을 의심했다. 명색이 공항인데도 불구하고 무너져 버린 벽을 대신해 임시로 널빤지를 이어놓았기 때문이었다.

▲ 구제부장 노경수 목사가 아라우 부대를 방문해 피해 복구 현황을 청취한 뒤, 복구 공사 협력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도착 수속을 마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국군 파병부대인 아라우 부대였다. 구제부는 아라우 부대의 복구사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협력문서를 조인했다. 이어 톨로사지역의 텔레그라포(Telegrafo) 제1, 제2 초등학교를 찾았다. 레이테 주는 해안지대를 따라 위로부터 타클로반, 팔로, 타나안, 톨로사 지역이 위치해 있다. 타클로반에 주둔한 아라우 부대에서 자동차로 다시 1시간여를 이동해 찾은 텔레그라포 초등학교는 태풍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하게 재정비되어 있었다.

텔레그라포 초등학교는 학생 450명, 교사 11명이 함께하고 있는 규모가 비교적 큰 학교다. 제1초등학교에는 유치원 과정부터 3학년, 인근의 제2초등학교에는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니고 있다. 교장 마리아 바네사 라지 씨는 “태풍 직후 가슴팍까지 물이 찼다.

지붕이고 벽이고 남은 것이 없었다”고 처참했던 피해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나 구제부가 방문했을 때는 기존의 건물이 복구된 것은 물론, 축구장, 농구장, 놀이터가 새롭게 지어졌다. 학교는 구제부의 방문 다음날 졸업식을 거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동시에 활기차게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감격스러웠던 것은 두 개의 학교 건물 벽에 필리핀 깃발과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이 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지원으로 복구되었다’는 글귀가 크게 쓰여 있었다. 동행했던 아라우 부대장 이철원 대령은 “태풍 피해로 가장 많이 죽은 것이 어린이들이었다”면서 “학교 복구는 어린이들의 상처를 회복시켜주고, 이 나라의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지원을 최초로 시도한 것이 바로 총회라는 사실이었다. 아라우 부대와 협의 하에 총회는 과감하게 학교 복구에 관심을 돌렸고, 총회가 성공적으로 학교 복구를 진행하자 타교단과 단체들도 뒤를 이었다.

구제부는 톨로사 북쪽 타나우안 지역의 낄링(Kiling) 초등학교도 찾아 완공식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감사를 전하는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160여명의 학생들과 8명의 교사 전원이 참석해 구제부를 감격하게 했다. 1952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이 학교도 80% 이상의 파괴를 당했다. 제럴딘 망이 리만 교장은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면서 “총회의 고마움을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학생들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물들로 꼭 키워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구제부는 팔로지역에 있는 하비스트 교회를 찾아 입당식을 거행했다. 27개 지원 대상 교회 중 가장 먼저 제 모습을 찾은 하비스트 교회는 박노헌 선교사가 세운 4개 교회 가운데 하나다. 3000여명이 거주하는 산골 마을에 있는 유일한 교회로 현재 100여명이 예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박노헌 선교사는 “총회의 지원에 힘입어 피해 교회 복구를 위한 자재들이 속속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면서 “현지 교회들이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아라우 부대 군목 이승준 목사는 “가톨릭이 강세인 지역임에 틀림없으나 한국교회의 지원이 시작된 이후 셀 모임이 늘고 교회가 새로 세워지고 있다”면서 “합동 총회의 지원이 타클로반 부흥의 기틀을 마련해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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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부 투명 지원 힘이 되다

발빠른 구호·재정절감 통해 신뢰회복·저력 보여

‘더 이상 과거의 구제부가 아니다.’
간혹 터졌던 구제부의 헌금 배달사고로 땅에 떨어졌던 구제부의 위상이 타클로반 구호사역의 성공으로 새로워졌다. 재정 절감은 물론, 신속성과 구호의 전문성까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다.

구제부는 재난 구호금 모금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금액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5000만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총회의 저력은 놀라왔다. 대형교회들이 많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1만 원부터 천여만 원까지 소위 ‘개미군단’ 교회와 성도들의 지원이 답지했다. 총 모금액은 3억7000여만 원. 그때부터는 금액을 제대로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구제부의 신뢰까지 회복하는 것이 관심사였다.

구제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1월 6일 현지답사를 했다. 마닐라까지 3시간 30분, 마닐라에서 타클로반까지 1시간이 걸리는 쉽지 않은 장정이었다. 방향도 잘 잡았다. 아라우 부대를 방문해서 학교 지원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 구제부가 자재 지원을 하고 있는 27개 교회 중 하비스트 교회가 첫번째로 입당감사 예배를 드렸다. 구제부 방문단과 성도들이 손을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교회 지원은 당연히 할 바였지만 어떤 교회를 지원할지가 고민이었다. 구제부의 계획은 다시 한 번 빛났다. 태풍 피해 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지 교회는 80여 개이며 피해 건물은 54개였다. ‘과연 모두 다 지원할만한가’라는 물음을 한 번 더 물었던 구제부는 필리핀 현지 임종웅, 정형구, 박노헌 선교사, 현지인 사역자들을 통해 전체 교회 실사를 하게했다.

그 결과 27개 교회만이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가정교회이거나 임대지역 교회 등이어서 지원이 불가능하거나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교회들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구제부는 신속하게 이들 교회에 대한 자재지원을 했다. 그리고 실사 자료는 지금까지 타교단과 단체들이 교회 복구를 할 때 참고서로 활용되고 있다.

자재 지원을 하고 현지 교회로 직접 배달되도록 한 것도 바람직했다. 필리핀 현지 목회자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해 은행계좌를 갖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성도들의 계좌로 후원금을 받았다가 곤경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서 구제부는 아라우 부대가 선정한 자재상으로부터 현지 교회로 직접 물건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택했다. 비용은 총회가 직접 송금을 해서 만약의 배달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자재상을 대상으로 변호사 공증까지 하는 등 철저를 기했다.

이번 현지 방문 인원도 구제부 임원 2명과 필리핀 주재 선교사 2명으로 최소화했다. 구제부 회계 한복용 장로는 “마무리 회계 보고까지 한 푼도 헛되이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총회와 구제부의 명예회복뿐만 아니라 구호사역의 모델이 되기 위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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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로반 선교 전망

가톨릭 지역서 교회 신뢰 높아졌다


레이테주의 기독 교세는 0.8%다. 필리핀이 10% 내외의 개신교 복음화율을 기록하는 것과 비교해서 매우 열악하다. 가톨릭세의 강세 때문이다. 레이테 주 팔로 지역에는 필리핀에 단 3명이 있는 추기경 중 한명이 거주하고 있을 정도다. 팔로지역은 산토니뇨(아기예수종교회)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태풍 피해로 인해 가톨릭에 대한 신앙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들이 건물 복구가 채 되지 않은 상태지만 성도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번 구호에 동행한 임종웅 선교사는 “낙심 상태여서 복음의 수용성이 높다”면서 “선교사 파송 및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인 임빵이 목사(산돌교회)는 “교회 복구를 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인근에 거주하던 난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하고 전도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제자훈련 교재와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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