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이사회에서 길자연 총장이 이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길 총장이 사임 선언을 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거센 비판에 ‘구원투수’ 휘청

교육부 임원승인 취소·70세 정년제 등 5대 난관 복합작용, ‘직무수행 불가’ 판단한 듯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누구도 길자연 총장이 사임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와 운영이사장 전대웅 목사도 운영이사회 개회 20분 전에야 길 총장에게 사임 의사를 들었다고 한다. 길자연 총장은 왜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나기로 결정했을까. 총장 사임의 배경은 무엇일까.

“길자연 답지 않은 결정”
3월 28일 운영이사회에서 길자연 총장이 사임의사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총신은 물론 총회가 발칵 뒤집혔다. 길자연 목사는 1997년 제82회 총회에서 부총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20년 가까이 총회정치의 핵심이었다.

총회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세 번이나 역임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길 목사는 20년의 교회정치 속에서 수많은 반대와 싸움을 겪었고, 양보나 물러남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교육부와 재판을 벌여 결국 승소한 아세아연합신학교 사건에서 보듯, 그의 삶은 ‘사퇴’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길자연 총장이 “총회의 화합과 총신의 안정을 위해 사임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반응했다. 현재 총장 직무를 수행하기에 난관이 많지만, “어떤 반대에도 불구하고 헤쳐 나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물러날 것이라면 애초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총장에 출마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총장 사임의 외적 요인들
‘양보’를 모르던 길자연 총장이 사임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길 총장은 다섯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첫째는 지난 2월 교육부에서 칼빈대에 보낸 ‘길자연 목사의 칼빈대 임원 승인 취소’ 공문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임원승인이 취소된 사람은 이후 5년 동안 총장으로 선임될 수 없다.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길 목사는 총신대 총장으로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총장 당선 이후이기에 교육부의 임원취소 결정이 그대로 적용되느냐가 문제로 대두됐다. 교육부도 길 총장과 같은 전례가 없어서 사법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칼빈대 임원승인 취소 공문 이후 총신 이사를 비롯해 여러 목회자들이 교육부에 길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민원을 청구했다. 교육부에 민원청원을 한 김OO 목사는 “교육부의 공문으로 길 목사는 총장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교육부에 길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길 총장 관련 교육부 민원 청원은 28일 열린 운영이사회 공식 안건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세 번째 난관 역시 교육부의 임원승인 취소 공문과 관련이 있다. 총신대 박OO 교수는 교육부 공문이 내려오자 3월 7일 서울지방법원에 ‘길자연 총장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4월 4일 첫 심리가 열린다. 

박 교수는 “교육부 공문 이후 총신은 물론 총회 전체에 큰 혼란이 일어났다. 이 혼란한 상황을 종식시킬 방법은 법적 판결뿐이라고 생각해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길 총장이 가처분소송에서 승소를 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총신도 안정을 찾게 된다는 논리이다.

내적 요인이 결정적이었나
위의 세 가지는 교육부의 공문과 관련된 외적인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네 번째 요인은 길 총장과 총신 관계자들을 둘러싼 교단 내부의 비판 여론이다. 길자연 목사는 70세 정년을 넘겨 은퇴한 상황에서 총장에 출마하고 당선된 후부터 “총회 법과 결의를 어긴 행동”으로 비판을 받았다. 길 목사를 추천하고 당선시킨 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운영이사들도 비판을 받았다.

서기행 목사를 비롯해 길 목사와 정치적 대척점에 섰던 목회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4월 정기회에서 많은 노회들이 길 총장과 관련된 헌의안을 상정할 것이란 소식이 들렸다. 총회 감사부도 3월 31일 총신대 감사를 앞두고 ‘70세 정년제’를 강도 높게 지적할 상황이었다.

또한 최근에는 소위 ‘99회 총회에서 처리해야 할 5대 인사’라는 말이 교단을 흔들었다. 길자연 목사를 비롯해 총신대 양 이사장 등 5명을 99회 총회에서 징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길 총장을 당선시킨 운영이사들도 총회에서 비판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길 총장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사장과 이사까지 비판의 화살에 직면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지막 다섯번째 요인은 교단 내의 비판 때문에 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길 총장은 최초의 목회자 총장으로, 위기에 빠진 총신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했다. 총신의 위기는 재정위기이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길 총장은 4년 임기동안 230억원을 후원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비판은 거셌다. 길 총장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길자연이 미워도 위기에 빠진 총신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협조할 것으로 생각했다. 교단 어른이라는 분들이 중환자와 같은 총신을 의식하지 못한 채, 길자연과 이사장만 몰아내겠다고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길 총장은 운영이사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힌 후,  “총신이라는 좋은 상품이 있다. 값도 싸고 품질도 좋다. 그런데 사람들은 파는 사람이 싫어서 그 상품을 안사겠다고 한다. 해결 방법은 파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내가 물러나야 총신이 발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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