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진행 중 선수 교체 이러다 경기 끝?


▲ 교단 안팎으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티구호헌금 전용의혹 사건이 새 회기 들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제98회기 전권위원회 회의 모습.
위원 구성 놓고 오랜 공방, 위원회 활동 난항 … “뚜렷한 결론 없이 총회 맞나” 우려 커져

수년동안 총회 초미의 관심사였던 아이티 구호헌금 전용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제98회기 들어 아이티구호헌금전용사건사법처리전권위원회 위원들이 전면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제97회기 전권위원회 위원장 신규식 목사는 위원 교체가 총회 결의를 어긴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위원 임명도 총회 파회 후 6개월만에 뒤늦게 이뤄져 새로운 위원회는 겨우 두 차례 회의를 했으며 아직 활동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 논란
지난 3월 5일 신규식 목사는 총회를 상대로 ‘아이티구호헌금전용사건 사법처리전권위원회 위원변경임명행위무효 확인 등의 소’를 자비를 들여 서울중앙지검에 제기했다. 신 목사는 소장에서 지난 9월 총회에서 당시 아이티전권위원회 위원들을 그대로 존속시키며 사법처리를 계속하도록 결의했으나 총회 임원회가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데 위원을 교체하는 것은 사건을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새롭게 임명된 전권위원회(위원장:정은환 목사)는 특별위원회 위원은 회기가 바뀌면 교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총회 회의록에 전 위원 존속이라는 글귀가 없으며, 전 위원이 그대로 존속되어야 한다면 회의록에 전 위원 명단이 모두 실려야 효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위원회 활동 변화 조짐
전 위원회는 지난해 사법처리를 전격 실행에 옮겼다. 해피나우 실무책임자를 형사고발했고, 비전센터 건설사에 대해서도 유지재단 명의로 민사고발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2월 6일 해피나우 책임자와 총회재난대책위원회 실무책임자 등 3명에 대한 고발을 마쳤다. 재판건은 조사가 진행이 시작됐고, 건설사를 상대로한 소송은 벌써 두 차례나 심리가 진행됐다.

전 위원회에서 고소인으로 이름을 올린 신규식 목사 등은 같은 교단 소속 목회자와 장로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재판을 감행하는 부담 가운데서도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재난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가장 마지막에 접수시킨 소송은 총회의 지원을 받지 못해 위원들이 자비로 한 것이었다. 그 정도로 사법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위원들의 의지였다.

그러나 새로운 위원회의 사정은 다르다. 위원의 2/3가 새롭게 임명됐기 때문이다. 사전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송건이 걸린 문제를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총회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 8월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5개월뿐이다. 3월 13일 열린 제2차 전권위원회 회의의 안건은 ‘아이티 구호헌금 관련 지출에 관한 전반적인 재검토의 건’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방향을 세워나가기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더구나 사법처리 전면에 앞장섰던 신규식 목사가 위원회 회의에 불참하는 상태여서 위원회가 효과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건을 지원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법처리 향방
사법처리는 교단이 하나가 되어도 처리하기 쉽지 않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교단 목회자와 장로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염려하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총회는 지금 교단의 명예회복과 교단의 화평이라는 갈등 속에서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송이 취하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오는 봄 노회에서 전 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소속노회들의 태도와 헌의 내용을 살피면 향방을 정확히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 처리 문제는 총회 감사부를 통해 2년간 거론됐고, 제96회기부터 3년간 매해 위원이 바뀌면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 회기에는 사법처리전권위원회로 위원회 명칭을 변경해서 서울중앙지법에 정식으로 고발조치를 했다. 난항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를 의뢰하면서 빠르게 진행하는 듯이 보였으나 이번 회기 들어 현저하게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단 내에서는 이러다가 뚜렷한 결론없이 제99회 총회를 맞게 되고 자칫 교단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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