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내환’ 청년사역, 구체적 삶 터치하라

열정 회복으로 집중도 높이고 주거·취업 문제 등에 교회연합 대안 제시해야

‘설마’했는데 ‘역시나’였다. 한국 교회의 다음세대 위기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교회들마다 다음세대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마저 여지없이 허물어지는 진단이 나왔다. 그것도 다음세대를 책임지고 있는 일선 사역자들이 구체적인 통계와 체감하는 사역현장을 두고 평가한 것이어서 더 아프게 다가온다.
한국 교회의 주일학교와 함께 청년세대를 진단하는 장이 오랜만에 마련됐다. 삼일교회(송태근 목사)가 설립 60주년을 맞아 3월 4과 6일 청년세대와 주일학교의 대안을 찾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고,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다음세대 사역은 포기해서도, 멈춰서도 안 될 교회의 소명 중 하나다. 그러므로 다음세대의 현실과 대안을 통해 한국 교회가 다음세대 전략을 새롭게 다지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외우내환 맞은 청년사역

▲ 삼일교회가 설립 60주년을 기념해 청년사역 세미나와 주일학교 교육세미나를 개최했다. 3월 4일 청년사역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외우내환(外憂內患)’. 한국 교회 청년사역을 한 단어로 정리한 것이다. 청소년 인구 감소로 대학들도 문을 닫는 상황에서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공동체성 약화로 청년이 모이질 않는다.

한국CCC 대표 박성민 목사는 “청소년 인구 감소는 한국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인구 비중은 1978년 20.0%로 정점을 찍은 후 2013년에는 18.6%로 줄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15.1%, 2060년에는 11.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한국사회가 초고속으로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교회에도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회의 인적 구성이 역피라미드를 보이고 있다. 40대 이상은 49.2%이지만 30대는 20.7% 20대는 18.6%에 불과했다. 교회 성도 중 절반이 중장년이지만 청년세대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해 청년사역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붕괴위기, 대안 없는 교회
인구감소라는 외적 요소와 함께 내부적 대안의 부재도 청년사역을 고사 위기로 몰고 갔다. 아멘교회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신응종 목사는 “위기감을 느낀 교회와 선교단체들은 열린예배, 이머징처치, 미셔널소그룹 등의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며 위기를 극복해 보려고 했지만 청년세대 붕괴를 막을 길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교회가 청년사역의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사역자를 자주 교체하고, 장기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잦은 교역자 교체는 청년사역의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방해했다. 또한 청년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력에도 구멍을 만들었다. 교역자들도 ‘임시직’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청년세대를 바라보고, 청년사역 전문가를 길러내야 할 신학교는 다음세대 교육이 전무했다.
이러는 가운데 청년세대들이 교회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졌다. 학력위주의 사고와 취업전쟁에 신앙은 뒷전이 됐다.

특히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내부 결속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글리벌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교회 내 20대 청년세대의 한국 교회 신뢰도를 보면 2008년 65.1%에서 2010년 50.0%, 2013년 37.9%로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 내부 청년들이 더 이상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나마 남아 있는 청년들마저도 교회를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암울한 예측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의 아이콘을 형성하라”
정말 대안은 없는가? 청년사역은 이미 침몰이 예고된 난파선인가?
박성민 목사는 “문제는 내부에 있으며 해답도 내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예전과 같이 열심히 있는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온전함을 추구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박 목사는 “열정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소망교회 태원석 목사는 “100년 전 우리 민족은 교회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한국 선교 초기에 기독교는 어려운 형편에 있던 민족을 돌보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교회가 다시 일어서려면 교회가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교회가 민족에게 희망을 줬던 것처럼 오늘날 교회는 청년들 삶의 문제에 깊게 터치해야 한다”면서 청년세대를 위해서는 청년주거문제, 아르바이트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태 목사는 특히 “현재 교회마다 흩어져 있는 역량을 하나로 묶어 연합의 정신을 보여야 한다. 중복 투자는 교회의 힘만 뺀다”면서 교회가 연합해서 청년주거와 아르바이트에 뛰어든다면 재부흥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응종 목사는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예배와 교제와 교회의 사역을 위한 공동체만 조직돼 있다. 개인의 진로나 삶의 현장에서 겪는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그 치명적 고독 속에 성도들은 점점 세속화돼 가고 있다”며 “교회는 이들의 구체적이고 절실한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해결을 시도할 수 있는 현장에 속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비전캠프를 통해 청년들의 미래 직업을 모색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자리를 만든다. 교회 내 직장인이나 사업자들을 통해 ‘직장 세미나’를 개최하고, 결혼과 교제에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커플학교’를 마련한다. 이렇게 청년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공간을 만들다 보면 청년사역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100세 시대를 맞아 청년사역을 30~40대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기까지 연령이 늦춰졌기 때문에 20대만 청년으로 볼 것이 아니라 30~40대 미혼까지도 청년으로 묶어야 공백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하는 사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들에게 영적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줄 목회자도 필요하지만, 그들 곁에서 함께 걸어가면서 인도해 줄 평신도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송태근 목사는 담임 목회자의 역할과 본질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부의 문제는 담임목사로부터 발생한다”면서 “이는 담임목사가 청년사역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 교회가 무너진 이유는 “말씀의 본질에서 교회가 떠났기 때문이다. 말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때부터 몰락했다”면서 세속화와 다원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목사는 또 “청년사역은 실패한 것 아니다”면서 “오히려 지금이 터닝포인트다. 복음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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