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태도가 향후 연합 좌우할 것”


▲ 제4의 연합기구 탄생 움직임을 계기로 교계연합기관 재편 논의가 활발해졌다. 어느것 하나 확실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예장합동의 행보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한교연 주최 3·1절 기도회 모습.
‘제4의 기구’ 출범엔 조심스런 시선 … 기구 합동 불투명 속 ‘합종연횡’ 의구심 모락모락

예장합동총회(총회장:안명환 목사)가 지난해 12월 1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를 탈퇴한 이후 교계연합기관의 조직 재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예장합동은 이후 1월 3일 총회회관에서 예장합신, 예장고신 전 총무 등을 초청해, 소위 제4의 기구(가칭 기독교한국교회총연합회) 설립을 논의했다. 이날 예장합동 황규철 총무와 교단 전직 총무들은 한기총의 대표성이 사라졌고, 그렇다고 WCC를 지지하는 한교연이나 교회협에 가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보수교단들이 적을 둘 새로운 연합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총무들은 제4의 기구를 위한 교단장 모임을 1월 중 열고 설립을 급속히 진행하려고 계획했으나 교단 안팎의 사정 때문에 현재 더 이상의 직접적인 논의는 보류한 상태다.

제4의 기구 설립 계획이 알려지자 설립의 중추역할을 하게 될 예장합동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교계에서도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 보수교단을 대표하는 교단 중 하나인 예장고신은 공식적으로 임원회의 등에서 논의를 하지 않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예장합신은 증경총회장이 한교연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한교연 쪽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예장합신은 선거결과 고배를 마셨으나 신임 한교연 대표회장의 대표 자격에 영향을 미칠만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한교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예장합신 박혁 총무는 “교단에서는 제4의 기구 참여를 논의하지 않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새로운 기구 설립은 교계연합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정서를 전했다. 예장고신과 합신이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자 현재 제4의 기구 설립을 준비 중인 교계 인사들은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 직접적인 논의를 피하고 있다.

대신 당분간 예장합동 고신 합신이 한자리에 참여하는 네트워크 활동을 전개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목회자납세나 동성애 문제 등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제4의 기구 설립 논의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교계에서는 교계연합기관이 재편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교계 모 방송사는 주요 교단장과 연합기관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응답자의 85.7%(18명)가 보수와 진보를 모두 포함하는 대표적인 연합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한기총과 한교연이 합동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76.1%가 찬성을 했고, 제4의 연합기구 설립이 필요없다는 응답이 95.2%로 나왔다.  2월 28일까지 교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교회언론회(대표회장:김승동 목사)의 설문조사도 맥락은 비슷했다.

새로운 연합단체의 필요성에 대해 89.2%가 찬성했고, 제4의 기구에 대해서는 81.1%가 반대했다. 연합단체를 형성할 때 ‘한기총에서 비롯된 보수적 교단들은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답한 이들도 48.6%였다.

교계연합기관의 합동 문제는 오랜 한국교회의 과제였다. 1990년대 부활절연합예배의 표류를 계기로 교단장들이 ‘교단장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한기총과 교회협의 연합을 위해 노력했다. 이 논의는 양자의 거부로 곧 없었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후 한교연이 한기총과 분열하면서 양자의 재통합 논의가 계속됐고 이를 계기로 1차 한교연과 한기총 합동, 2차 보수(한기총+한교연)와 교회협의 합동 순으로 교계연합기관 단일화 작업을 하자는 주장들이 진행됐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합 주장과 흐름들을 보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상황 설명에 맞지 않느냐는 분석이 많다. 교회협과 한기총 및 한교연은 신학적 거리가 매우 멀고, 한기총과 한교연의 연합도 이단 등 회원권 정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높다.

예장합동 교단 외에는 연합운동을 주도할 영향력 있는 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연합기관 재편 논의는 제4의 연합기구 설립 논의가 시작되자, 이를 반대하는 차원에서 가능성이 희박한 기존 연합기구의 합종연횡 이야기를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교계연합운동 관계자들은 “어떤 형태가 되든지 지금 중요한 것은 예장합동의 태도라고 본다”면서 “예장합동이 어느 교단까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연합을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먼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지난 1월 총회를 앞둔 시점부터 한기총과 한교연이 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나 한교연측이 부정적이고 더구나 홍 목사가 최근 사단법인 예장합동 교단 등록허가까지 받는 등 돌출행보를 보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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