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연합 정신 살릴 새 접근 필요하다”

4년째 깊은 갈등 소용돌이 휘말려 … ‘대형집회’ 고정관념 버리고 근본적 대책 시급

 

오는 4월 20일은 부활주일이다. 그리스도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막힌 담을 허신 사건이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부활주일만은 모든 분쟁과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한 곳에 모여서 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올해도 한국교회 부활절예배는 연합으로 드리기 힘들게 됐다. 2011년부터 4년째다. 부활주일을 앞두고 서울의 부활주일예배를 주관하는 연합기관들이 제각각 부활주일 예배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연합은 4월 20일 오전 5시 연세대학교에서 예배를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월 24일 임원회를 갖고 부활절 예배를 드리기로 결의한 뒤 예배위원회 조직을 대표회장에게 일임했다.

▲ 부활주일연합예배가 연합이라는 명칭이 무색해진 채 분열의 상징이 되고 있다. 남은 기간이라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장소에서 예배드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기관들의 분열상을 보면서 예장합동은 2월 19일 안명환 총회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서 안 총회장은 “연합기관들 중에서는 반성경적이며, 인본주의적인 에큐메니칼 운동을 주장하거나 이단에 대한 공 교단의 결의를 훼손함으로 한국 교회에 큰 혼란을 일으켜 깊은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에 총회는 금번 부활절 예배를 산하노회와 교회가 자체적으로 주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은 어느 연합기관과도 함께 하지 않고 교계의 분열상을 아파하는 마음으로 어느 연합기관의 편도 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예장고신, 기침, 기하성 등도 독자적 예배를 고심 중이다.

한국교회는 왜 부활절예배를 하나가 되어서 드리지 못할까? 과연 대안은 없는 것일까? 한국교회가 최초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린 것은 1947년 4월 6일 새벽이었다. 한때 부활절예배준비위원회가 주관해서 장충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려왔다가 2006년 들어 공교회적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즉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공동준비를 했다. 한 해는 진보를 상징하는 교회협이 주관하고 다음 해는 보수를 상징하는 한기총이 주관을 하는 식이었다.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연합이라는 글자가 무색케 된 것은 2011년 한기총과 한교연이 분열하면서 부터였다. 이때부터 교회협과 한기총은 별개의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는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연합예배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진행된다. 다른 점은 한교연이 지난해부터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여 교회협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기총에서 최대 총대 파송 교단인 예장합동을 비롯, 예장고신과 기침과 같은 전통있는 교단들이 탈퇴를 했다. 따라서 한기총의 부활절예배는 보수교계를 아우른다는 느낌을 주기도 역부족이게 됐다는 점도 변화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차라리 예배를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 보다 못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미래목회포럼 등은 2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부활절연합예배라는 이름으로 곳곳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엄밀하게 연합예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계에서는 어떤 연합기관도 주최가 되지 말고 이제라도 교단장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예배를 준비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가 운영된 바 있었다. 교단장협의회는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를 사설모임에서 공교단 주관 기관으로 승격시키는데 일조했고, 교회협과 한기총을 하나로 묶는 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성과 공교회성을 띠면서 연합사업을 위해 기관의 이해관계를 떠나 일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이번 기회를 부활절연합예배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첫째 몇몇 대형교회들이 독식하는 예배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 대여와 순서비로 인해 부활절예배 설교자 등 순서를 맡은 목회자들이 속한 교회들이 거액을 헌금해야 하고 이 때문에 대형교회에 의존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둘째 꼭 한 곳에 모여서 연합예배를 드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지형은 목사(성락교회)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부활절연합예배는 많은 숫자의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고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많은 수의 교인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만이 연합예배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주제와 슬로건을 내걸고 같은 마음으로 드리는 것 등의 새로운 접근과 변화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원 목사(한목협 대표회장)도  “연합에 의미를 둔다면 전국적으로 연합예배의 순서나 설교 본문과 제목을 하나로 통일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과시의 상징과 자존심 싸움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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