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사회적 신뢰도’ 조사서 19.4%로 3대 종교 중 최하위
“자녀 세대 영향 큰 50대층 신뢰도 하락 준엄한 사안으로 봐야”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19.4%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2명 정도만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꼴이다. 주요 종교 신뢰도에서도 기독교는 21.3%에 그쳐 3대 종교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홍정길, 이하 기윤실)은 2월 5일 열매나눔빌딩 나눔홀에서 ‘2013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 2009년, 2010년에 이은 3년 만에 실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4%에 그쳤다. 절반에 가까운 44.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36%는 보통이라는 의견을 냈다. 신뢰한다는 응답이 2010년 17.6%에 비해 1.8%포인트 소폭 상승했지만, 표본오차(±3.1%)를 고려할 때 의미 있는 향상이라고 보기 어렵다.5점 척도로 살펴봐도 2.62점이 나와 2010년(2.58점)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5점 척도의 보통이 3점이라고 볼 때 한국교회 신뢰도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래(2008년 2.55점, 2009년 2.82점) 수년째 보통 이하의 낮은 수준을 이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이 29.2%로 가장 높았고, 불교 28%, 기독교 21.3%, 유교 2.5%, 원불교 1.3% 순이었다. 특히 무종교인의 신뢰도는 종교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무종교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 역시 가톨릭이 32.7%로 가장 높았고, 불교는 26.6%인데 비해, 기독교는 8.6%에 불과했다.
이원규 교수(감신대)는 “무종교인의 기독교 선호도가 가톨릭의 1/4, 불교의 1/3에 불과한 것을 보면 종교 없는 사람들에게 기독교는 가장 믿을 수 없는 종교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기독교인의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이었다. 2010년 조사에서 기독교인의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비중이 59%였던 것에 반해, 이번 조사에는 47.5%로 크게 하락했다. 조사결과를 분석한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신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상당부분 감소한 것은 기독교인이 한국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상실되고 있다는 반증이다”고 평가했다.
반면 비기독교인의 경우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비중이 11.3%로 2010년 조사의 8.2%보다 소폭 상승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의 신뢰도가 12.9%로 한국교회를 가장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50대의 신뢰도는 16.2%로 2008년(26.2%)에 비해 눈에 띄게 하락했다. 30대는 20.5%, 40대는 23.1%, 60대 이상은 26.3%였다.
50대의 신뢰도 하락에 대해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50대에서 강한 기독교 의식을 지녀야 그 자녀 세대인 20대층이 기독교에 긍정인식을 지닐 수 있는데, 20대의 최저수준의 신뢰도와 더불어 50대층의 신뢰도 하락은 한국교회에 엄습한 무거운 사인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각 속성별 신뢰도는 교회활동(30.3%), 기독교 목사(21.1%), 기독교인(14.1%) 순으로 나타났다.
교회 지도자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행불일치(14.2%) △부의 축적(13.9%) △모범이 되지 않는 삶(13.3%) △도덕적/윤리적 문제(12.7%) △교회세습(8.3%) 순으로, 모두 도덕성과 관계된 항목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최우선적 활동으로도 ‘윤리와 도덕실천운동’이 가장 많은 응답자(45.5%)가 나와 한국교회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봉사 및 구제활동(36.4%) △환경 인권 등 사회운동(7.2%) △교육사업활동(4.3%) 순이었다.
기윤실은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교회와 관련된 주요 현안도 이번에 조사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은 찬성이 85.9%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고, 반대는 12.2%에 그쳤다. 한국교회가 사회 통합이나 사회발전에 기여 정도는 기여한다는 응답이 58.6%로,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38.2%)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교계와 사회 전반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종교인의 정치적 참여활동에 대한 의견에서는 반대(74.6%)가 찬성(23.1%)보다 더 높은 결과를 냈다.
이번 조사는 기윤실이 글로벌리서치(대표:지용근)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0일, 11일 양 일간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오차범위 ±3.1%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