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기온 -60도, 그러나 기도는 끊이지 않았다

101명 순례자, ‘아! 고구려’ 주제로 압록강·백두산 등 찾아 민족복음화 웅장한 꿈 키워

체감기온 영하 60도, 살이 찢어질 것처럼 에이는 칼바람, 장정 키 높이만큼 쌓인 눈덩이는 백두산을 찾은 SCE 청소년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일부에서는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종용했다.

하지만 SCE의 기백은 모든 난관을 뛰어 넘게 했다. 발걸음을 떼기도 힘든 거센 바람이 불면 누가 그랬냐는 듯 서로 부둥켜안고 버팀목이 되어줬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있으면 비상식량을 꺼내 나누면서 형제애를 맛봤다.

이렇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오른 천지. 1년 365일 중에 며칠만 위용을 드러낸다는 천지의 장관 앞에서 SCE 청소년들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조우했다.

▲ 북녘 땅에도 하나님 나라 임하소서.”
●기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학생지도부(부장:조승호 목사)는 1월 20일부터 25일까지 5박6일간 SCE 백두산 비전트립을 진행했다. 101명의 순례자들은 ‘아! 고구려~’라는 주제로 중국 대련-단동-백두산-용정을 둘러보며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번 비전트립은 출발 때부터 난조를 보였다. 기상이변으로 세계 각국이 영하 30도의 한파를 겪고 있었고, 현지도 폭설과 함께 수은주가 영하 3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백두산 등정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위기는 하나님의 기회라고 했다. 학생지도부 임원과 진행 요원들은 어느 때보다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매달렸다. 특히 학생지도부 임원들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하나님의 사명을 깨닫는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 기도의 응답일까.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101명의 참가자 전원이 백두산에 오르고, 조상들의 자취가 남은 고구려 땅을 밝고, 눈앞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민족과 북한 동포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고 기도하는 기회를 누렸다.

●거룩한 부담감1, 압록강
이번 비전트립에서 처음 대면한 거룩한 부담감은 탈북자였다. 비전트립 둘째 날 101명의 순례자들은 북한 신의주와 맞닿은 단동 압록강공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끊어진 다리를 돌아보며 민족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또한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 물줄기를 따라 올라갈 때에는 북한 땅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날의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생수병에 압록강 물을 담기도 하고, 영하 20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물에 손을 담그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기도. 누가 그랬냐는 듯이 서로 손을 잡고 머리를 숙여 간구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우리를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는 북한에 복음이 들어갈 수 있게 기도의 끈을 놓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또한 탈북 동포는 미래의 북한 사역자임을 인식하고 이들을 위해 헌신하자.” 조승호 목사의 간절한 외침에 SCE 청소년들은 반응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눈빛은 확연히 달라졌다.

●거룩한 부담감2, 백두산

비전트립에서 두 번째로 대면한 거룩한 부담감은 백두산 천지였다. 밤새 열차를 타고 이동한 까닭에 모두들 지쳐 있었다. 하지만 백두를 발로 밟고 천지를 가슴에 품어야 한다는 의지를 꺾진 못했다.
천지는 구름 한 점 없는 민낯으로 101명의 순례자들을 반겼다. 현지 여행사 가이드도 “10여 차례 와봤지만 이렇게 맑은 날은 처음이다”면서 SCE 청소년들을 ‘행운아’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지도부 임원들과 순례자들은 행운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보여 주신 특별한 사명이 있음을 이들은 깨닫고 묵상하며 내려왔다.
대전 예인교회 최형심 교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천지를 우리는 몸으로 체험하고 왔다.

과연 대한민국 청소년 중에 몇 명이나 백두산에 가봤을까? 그리고 백두산에 오른 청소년 중에 몇 명이나 맑은 천지를 봤을까? 아마 극소수일 것이다. 우리는 극소수에 포함됐다. 그러기에 우리에겐 책임이 있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기도하자.”

●거룩한 부담감3, 우리 땅

▲ 비전트립팀이 광개토대왕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역사의식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비전트립의 주제에 맞게 SCE 청소년들은 광개토대왕비와 왕릉, 장군총, 국내성터, 오녀산성 박물관을 돌아보며 고구려 시대의 영토 회복을 꿈꿨다. 특히 중국 정부의 고구려 역사 단절과 훼손을 목격하면서 일부 청소년들은 분개했다. 단순히 옛날 이야기로 남아 있던 고구려가 청소년들의 가슴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옛날 고구려의 땅”이라는 표현에서 “앞으로 회복해야 할 우리의 영토”라고 바뀐 말 속에는 역사의식이 살아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101명의 순례자들은 용정도 방문했다. 용정은 일제 강점기에 국권 회복을 꿈꾸며 교육사업을 펼쳤던 선열들의 손길이 남아있는 곳이다. 특히 민족 교육의 산실이었던 용정중학교를 방문한 일행은 일제의 만행과 자주독립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부 청소년들은 한글 학교 성장에 써달라며 성금을 내기도 했다.

●예배와 기도로 하나 된 시간

▲ 은샘교회 청소년들로 구성된 찬양팀이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비전트립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열매는 말씀과 기도일 것이다. 학생지도부 총무 박용규 목사는 개회예배에서 “예수님을 만나면 인격이 바뀐다”면서 “하나님을 마음 중심에 모시자”고 권면했다.
권선제일교회 이종찬 목사는 부흥회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소유”라면서 정체성을 강조했다. 학생지도부 서기 변충진 목사는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청소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부르신 곳에서 반응하고 응답하는 청소년이 되라”고 권면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5일째 단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터진 것이다. 35명이 탑승한 1호 차량이 산길에서 미끄러졌다. 차량은 360도 회전을 4차례나 하며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특히 오른쪽은 절벽이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기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조승호 목사의 강한 외침으로 시작한 기도는 이내 탑승자 전원의 통곡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하나님의 강한 손을 요청했고, 하나님은 즉각 반응하셨다. 4바퀴나 회전한 차량은 왼쪽에 위치한 나무에 걸려 간신히 멈춰 섰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하나님의 큰 역사를 몸으로 체험한 귀중한 시간이 됐다.

조승호 목사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을 찾고 의지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었다”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는 이어 “다윗 요셉 다니엘 에스더 등을 보면 하나님은 매 시대마다 필요한 사람을 찾으신다”면서 “이번 비전트립을 통해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조국과 세계를 위해 일하는 SCE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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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위기는 기회였다”

대형사고 위험서 무사, 기도의 응답 확인해

[인터뷰] 학생지도부장 조승호 목사

학생지도부 부장 조승호 목사는 이번 비전트립은 기도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백두산 천지를 열게 하신 것도 기도의 응답이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사고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전국 교회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월 24일 단동으로 향하던 버스가 산길에서 휘청거렸습니다. 순간 차량이 360도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4바퀴 이상을 돌았습니다. 왼쪽은 산이고 오른쪽은 절벽이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조승호 목사는 차량을 붙잡고 “주여”를 강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탑승자 35명 전원이 하나님을 간절히 찾으며 기도했다.
“그 응답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도로 오른쪽 절벽이 아닌 왼쪽 나무로 길을 여셨고 다행히 차량은 나무에 걸려 멈춰 섰습니다.”

조승호 목사는 이번 경험을 통해 SCE 청소년들이 하나님을 찾는 법을 배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을 찾고 의지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비전트립에 대해서는 “고구려 유적지를 보면서 역사의식을 갖게 됐을 것”이라면서 “오늘의 경험이 미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선교적인 관점에서 중국 인구 17억명을 향한 비전을 품었으며, 눈으로 보고 품을 그 땅을 하나님께서 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구려는 지리적인 의미보다는 영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님 나라의 회복과 확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게 주시겠다고 약속 하신 땅은 일차적으로는 영토의 개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뜻합니다.”

조승호 목사는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나라는 망하게 되어 있다면서 “복음 안에서 남북한이 통일하고, 재중동포와 재소동포까지 품고 아우르는 영적인 하나님 나라 회복을 꿈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즉 무력으로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고구려 땅을 복음화 시키겠다는 영적인 안목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안 된다”고 책망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에게 비전을 심어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사회는 청소년을 외계인이라고 부릅니다. 이해의 대상이 아니죠. 그러나 그들의 폭발력과 잠재력을 보십시오. 그들을 품고 함께 눈물로 기도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총회도 학생들이 영적 비전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제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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