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이끌어 온 ‘선한 영향력’ 회복하라

다양한 정치사회 박해에도 약한 자들과 함께 사회변혁·민족복음화 주도
이념 논란·성장주의 함몰되면서 큰 위기 … 내부개혁으로 동력 되찾아야

한국기독교는 일제강점기부터 교회가 속한 시민사회의 개혁을 위해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시민운동을 통해 민족의 역사와 사회 변혁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기독시민운동은 한국교회와 교인들로부터 ‘진보적이다’ 혹은 ‘세속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으며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에 <기독신문>은 일제강점기 민족독립을 위해 시작됐던 기독교시민운동의 100여년에 이르는 역사를 살펴봄으로서 이 사회와 기독교 신앙공동체에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며, 또 지난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향후 기독시민운동은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한국기독시민운동의 역사
한국기독교시민운동의 역사는 1899년 대한제국이 일사조약으로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가 된 후 학생과 청년을 중심으로 한 ‘일제 식민지배로부터의 민족독립운동’으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믿음의 선조들은 민족독립을 위해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한국YMCA와 한국YWCA로 대표되는 기독교청년회를 조직해 사회변혁을 이끌었다. 수많은 기독청년들이 투옥되고 망명을 떠나고 기독교청년회 조직이 파괴되는 고통 속에서도 민족독립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방과 한국전쟁 속에서는 황폐화 된 국가재건과 빈곤 및 문맹 퇴치, 시민사회 형성을 위해 앞장섰다.

그러던 중 1960년 일어난 4.19 학생혁명은 1945년 분단 이후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구태의연하였던 한국기독교에게 철저한 자기비판의 동기를 부여했다. 이는 기독교 일각에서 그 동안의 사회적 무책임을 회개하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신학적인 시민운동 재정립을 시도하며 한국기독교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의 근거와 동기로 작동했다.

4.19에 자극받은 한국기독교는 선교의 장을 노동현장, 농민현장, 빈민현장으로 확대해 나가기 시작한다. 한국의 산업화와 이농현상이 본격화된 60년대부터 기독교 노동운동, 빈민운동, 농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1970년의 3선개헌과 유신체제로 이어지는 시기 독재정권 하에서 한국기독교는 한편으로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참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중운동에 주력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물론 기독교시민운동의 분수령이 된다. 당시 한국교회는 크게 ▲민주화 항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룹 ▲희생자의 아픔을 위로하고 기도회와 추모예배를 통한 소극적 참여하는 그룹 ▲조찬기도회를 통해 집권자들을 광주시민을 보호한 용사로 미화시키는 개신교 지도자 그룹으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기독교 내부의 분열은 1987년 6.10항쟁을 기점으로 더욱 심화된다.
이후 기독교운동은 반독재 정치운동에 주력한 한편, 평화적 민족통일을 기치로 하는 민족통일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1987년 6월 6.10 항쟁 전후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사회운동협의회의 후신인 기독교사회선교연대 등 기독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독재정권에 반대한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으로 정치와 사회 전반에 걸친 시민운동을 표방해 민주화의 꿈을 이루는데 동참했다. 그러나 기회는 위기와 함께 찾아들었다.

한국기독교운동의 위기
학생운동을 비롯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급성장함에 따라 기독학생운동과 기독교신앙운동은 전체 운동 가운데 부분적인 운동의 역할을 감당하는데 그치게 된다.

더욱이 마르크스 레닌주의, 주체사상 등 진보적인 사상과 사회주의 사상이 민족민주운동권에 유입되면서 이들 단체들의 기독시민운동은 한국교회로부터 ‘진보적이다’ ‘용공적이다’ ‘세속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으며 신학이론과 조직 양면에서도 많은 진통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신학적이고 성경적인 개념보다 사회정치적인 목적을 우선으로 정치사회화 된 기독교시민운동단체들은 단체의 목적과 정체성 재정립의 도전은 물론, 재정난과 인력난, 청년지도자 육성 실패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 운동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회변혁을 이끌어 낼 사회운동을 도외시하고 교회의 성장과 교단의 성장에 치중해 온 결과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했고, 오히려 사회로부터 ‘개독교’라는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비판을 들으며 개혁의 주체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한국전쟁 후 설립된 월드비전, 기아대책, 굿네이버스 등 주요 기독교구호단체들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유일한 나라’로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현재는 ‘기독교단체’라는 타이틀이 후원금 모금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에 주요 사업 활동이 보도될 때도 후원금 중단이 우려된다며 ‘기독교’라는 단어를 뺀 ‘국제구호개발 NGO’로 명시해주기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 즈음에서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과연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가?”

한국기독시민운동의 미래
지난100여 년 동안 한국기독시민운동 단체들은 변화하는 한국사회와 지구촌의 복잡한 현실에서 각 시대의 ‘시대정신’과 ‘시대적 요구’를 찾아내고, 이러한 시대정신이 기독교신앙과 조응하는 운동의 좌표와 과제들을 도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왔다.

그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계속되어야만 한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 하는 기독교인에게는 각 시대적 조건 속에서 기독교신앙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를 고찰하고 실천하는 것이 사명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치열히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기독시민운동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사전적인 의미에서 시민운동(市民運動)은 ‘기존의 사회 구조와 제도를 변화·개선시키기 위하여 대중과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적이고 집합적이며 연속적인 다양한 행동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시민운동의 특징으로 대표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윤리성’이다. 사회개혁의 주체는 사회개혁을 부르짖을 수 있는 도덕적 명분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윤리적’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과 기독교시민운동은 어떻게 구별되어야 할까?

일반 시민운동과 달리 기독교시민운동이란 그 목적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해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선포되는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따라서 기독시민운동은 시민사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기독교신앙에 근거한 교회와 교인들의 자발적이면서도 조직적이고 다양하면서 윤리적이며 연속적인 운동이어야만 한다. 더불어 사회개혁에 앞서 기독교 내부의 부조리와 부정부패부터 청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던 눈을 미래로 돌려, 내부로 향해있던 눈을 세상으로 돌려, 현재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사회의 구조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교회 안팎의 개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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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개교회·개인화 되면서 왔다”

한국YMCA “일치된 공동체 정신 부족” 진단

한국기독교시민운동의 시대별 사회적 역할 및 기여는 크기도 했고 작기도 했으며,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기독교시민운동은 ‘위기에 처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기독교시민운동의 모태가 되었던 한국YMCA를 살펴보자.

지난 2011년 5월 한국YMCA 산하 ‘목적과사업연구위원회’는 목적문 개정을 위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YMCA운동의 동력이 소진됐고, 운동의 주체가 협소화 됐다”고 진단했다.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한국YMCA운동의 이념 부재와 이로 인한 구체적 전략 사업의 부재 ▲한국YMCA 전체 통합성과 일치 정신 약화 ▲전반적으로 보수화 된 교회와 YMCA의 상호무관심 ▲지도력 재생산의 실패 ▲지역YMCA의 자력 생존기반 위기 ▲회원주동성, 지역사회 지원동원력, 변화에의 영향력 약화 ▲YMCA연맹의 위상과 역할 설정 실패 등이 제시됐다.

한국YMCA 100주년기념사업회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윤희 국장은 “현재 사회변혁을 이끌어 갈 기독청년들이 사회개혁보다는 개인의 사회적 성공, 기독교사회운동 참여보다는 소속 교회에서의 제자훈련에 집중해 있어 영향력 있는 기독교시민운동을 이끌어갈 청년지도자 양성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또한 개별화되고 보수화 된 교회는 한국YMCA를 비롯한 대다수 기독교시민운동단체들의 활동에는 무관심하고 교회와 교단 성장에만 힘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개교회 중심주의, 교단 중심주의에서 탈피해 이 땅에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생명과 평화를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기독교시민운동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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