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공자산 한기총 ‘이단 세탁소’ 되나

주요교단 결의 잇따라 뒤집어 … “심각한 모독행위” 관계정리 요구 거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홍재철 목사)가 예장합동과 예장통합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씨(구 대성교회, 현 평강제일교회)마저 이단이 아니라고 선언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 1월 실행위원회에서 구 다락방전도협회 류광수 씨를 예장합동 실행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단 해제를 결의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다. 교계에서는 이번에 박윤씨 씨마저 이단 규정에서 해제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모든 이단들이 차례로 한기총에 의해 부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기총이 이단이 아니라고 해서 국내 주요교단들의 이단 결정이 무효화되는 것이 아니지만 지역교회에는 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돼, 교단은 물론 전 교계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더구나 예장합동총회(총회장:안명환 목사)로서는 류광수 씨와 박윤식 씨의 이단 규정 여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총회가 앞장서서 두 사람을 이단으로 정죄했고 지금까지 한번도 입장을 변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씨의 경우는 2005년 제90회 총회에서 박 씨의 교단 가입 시도에 대해 전 총대가 일어나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다. 당시 총회는 “박윤식 씨의 가르침은 개혁주의 관점에서 볼 때 창조론, 인죄론, 기독론, 십자가 신학, 구원론, 계시관에 있어서 비성경적이며, 그 가르침에 있어서 이단성이 있다고 사료된다”는 총신신대원 교수들의 보고를 그대로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의 증경회장과 현 대표회장까지 배출한 한기총 최대 회원교단인 예장합동의 교단 결정을 연이어 뒤집는 한기총의 행태는, 교단에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다.

▲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한 실행위원이 공청회 한 차례 없이 이단해제를 결의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기총이 12월 17일 실행위원회에서 채택한 이단사이비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이건호 목사)의 <박윤식 목사 신앙 및 신학사상 재심요청 검증보고서>는 박윤식 씨에 대한 예장합동의 이단 규정을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총 보고서에서는 “제90회 총회가 18개 노회의 헌의안으로 안건이 확정된 이상, 긴급동의안은 발의할 수 없는 것이 법임에도 불구하고 긴급동의안을 불법적으로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박윤식 목사는 이단성이 없으며 그를 이단으로 규정한 기존의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박용규 교수 중심의 총신대 교수들이 제출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의 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박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한 내용들은 진실과 다르고 왜곡된 것들임이 판명됐다”고 강변했다. 보고서에서는 박 씨에 대한 이단 결정을 폄하하고 총회 차원의 결정이 일개인인 타교단 이단전문가의 조작과 이에 동조한 총신신대원 교수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한기총의 입장에 대해 교단 관계자들은 “예장합동총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분개했다. 한 교단 인사는 “제90회 총회에서 박 씨에 대한 이단 결정은 신대원 교수들의 연구를 토대로 교단이 신중하게 내린 것이었다”면서 “만일 박 씨에 대한 이단 정죄에 문제가 있다면 교단에 청원을 할 일이지 연합기관 차원에서 해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단 관계자는 “한기총은 교단의 박 씨에 대한 이단채택이 불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한기총의 주장이 거의 거짓말로 일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박윤식 씨는 제91회 총회의 결정 이후 보고서를 작성한 총신대 교수 19명을 명예훼손으로 고발, 교수들은 6년간 법정 투쟁을 했다. 한기총 역시 최근 다락방을 이단이라고 밝히고 한기총 가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박용규 교수 등 목회자와 교수 200여 명을 고소했으며, 박 씨의 전도관 경력을 주장한 진용식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하려 하는 등 교단 목회자들을 괴롭혔다. 이같은 도에 지나친 행동에 대해 지난해 제98회 총회에서 총대들은 한기총이 이단해제의 창구가 되는 것을 반성은 커녕 잘못을 지적하는 이들을 고발까지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행정보류’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이 교단을 무시하고 한국교회에 혼란을 주는 결정들을 버젓이 내리는데 대해 교단은 더 이상 한기총과 관계를 계속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총회임원회는 한기총의 박윤식 씨 이단해제 소식을 접하자 마자 금주 중 긴급 임원회를 소집, 한기총과의 관계단절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단대책위원회 등 관계 기관도 타교단 이단대책위원회와 연합으로 한기총의 행태를 비판하고 이단에 대한 경각심을 당부하는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도 12월 17일 모 일간지에 성명서를 발표, “작금에 이르러 석연치 않은 한기총의 행보에 심심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한기총 소속 교단의 동의가 없이 한기총 단독으로 이단성이 없다하여 이단을 해제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신앙과 신학적 입지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길 목사는 또 “따라서 그동안 한기총이 해제한 유 모씨의 이단해제나 박 모씨의 이단해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금일자로 2014년도 WEA 준비위원장, 선거관리위원장 등 한기총의 모든 공직을 사임한다”고 강조했다.

교단의 한 목회자는 “국내 최대의 교단으로서의 명예와 입지를 회복하고 총회의 결의를 존중하기 위해 이번에는 한기총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한기총에 관여해 이단해제에 앞장선 교단 인사들에 대한 징계도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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