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학교 역사신학)


이단문제는 정치적 선언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해당 교단의 공신력 있고 투명한 내부 절차 없는 이단해제는 심각한 문제 불러
‘한기총은 면죄부 사려는 이단 집결지 될 것’ 우려 커…교계기관 신뢰회복 급선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박윤식씨 이단해제 목적은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聯合)인가, 아니면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野合)인가? 만약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이 목적이라면, 한기총은 박씨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합동과 통합 교단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력을 시도해야 했다.

반면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이 이단해제의 본질적 이유라면, 굳이 통합과 합동 교단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락방 이단해제 논란에서 확인된 것처럼, 한기총의 행보는 그 목적이 후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락방과 박윤식씨 이단해제 논란으로 인해 한기총은 연합이 아닌 ‘분열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한기총 임원회는 지난 12월 3일 이단대책위원회의 <박윤식 목사 신앙 및 신학사상재심요청 검증 보고서>(한기총 이대위, 2013.1.9~11.30)를 채택하고, 박윤식씨 이단해제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게다가 12월 12일에 열린 한기총 기독교의 밤 행사에서는 류광수 목사와 정은주 목사를 비롯한 다락방 관계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평강제일교회와 한기총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의 변호사에게 자랑스런 변호사상이 수여되었다. 한기총의 향후 진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행보이다.

1. 이단해제 대상(對象)인 박윤식씨에 대한 이단규정은 불변
한기총 이대위는 <박윤식 목사 신앙 및 신학사상재심요청 검증 보고서>에서 2013년 11월 26일 박윤식 목사를 소환하여 52개 항의 질의응답을 했고, 이를 통해 박윤식씨가 “건전한 신학사상을 가졌음을 확인”했으며, “박윤식 목사는 이단성이 없음과 성경중심적인 보수신앙 개혁신앙을 가진 자로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12월 17일의 실행위원회에서는 이를 공식화 했다.

하지만 박윤식씨는 여전히 이단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박씨를 비성경적인 기독론, 구원론, 계시관을 이유로 이단으로 규정한 합동(1996년, 2005년)과 통합(1991년) 교단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공교단의 신앙고백과 교리에 근거해 이단 규정한 것을, 해당 교단의 동의도 없이 교단연합단체인 한기총에서 해제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그리고 이치에 맞지도 않다.

한편 박윤식씨에 대한 이단규정은 과연 조작이었고 오류였을까? 평강제일교회 측은 박씨의 여성관계에 대한 의도적인 사진편집 의혹과 통일교 전도관 경력의 오류에 집중하며, 박씨가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통합과 합동의 이단규정이 단지 이러한 의혹과 오류에만 근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단성 검증을 위해 박씨의 신학과 목회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검토되었다. 또한 특정 개인 한두 사람이 이단규정을 한 것이 아니라, 해당 교단의 신학자, 목사, 장로 등의 관련 위원들이 논의하고, 해당 총회가 공감하여 공적으로 결의한 결과이다. 설령 사진편집과 경력주장에 있어서 오류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박씨의 무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리적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린다면 해결될 문제일까? 이 역시도 부정적이다. 서로의 주장과 반박이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합동과 통합 교단의 입장에서는 이단적 교리라고 볼 수 있는 신학적 근거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평강제일교회 측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주장이 오해이고 오류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코 교리적 논쟁을 통해서도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한기총과 평강제일교회 측이 무리할 정도로 박윤식씨의 이단해제를 서두르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일 수 있다. 즉 교리적 시시비비를 통한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단규정 주체의 공신력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부차적 요인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단해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이단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박윤식씨 이단규정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타당한 신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단규정의 핵심은 ‘누가 어떻게 결의했느냐’보다, ‘신학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가 본질이다. 단순히 명예훼손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이단문제인 것이다.

만약 평강제일교회 측이 사진편집과 경력오류 문제 등 비본질적인 사안에 계속 집중해 나아간다면, 해당 교단들과 전문가들도 박윤식씨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개인 의혹들에 대해 집중할 것이 자명하다. 비공개적인 교리(신격화)교육, 여성관련 도덕적 문제, 교회공금 및 재산 사유화와 관련된 경제적 문제, 목사안수의 합법성 의혹들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고, 박씨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물론 박윤식씨의 연령과 건강상태로 인해 이단문제의 해결이 시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합동과 통합 교단이 배제된 채, 대표성을 상실한 한기총의 정치적 선언을 통해서 해결될 수는 없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교단들에 재심을 요청하고, 공신력 있고 투명한 내부 절차에 의해 재심이 이루어졌을 때만이 박윤식씨와 평강제일교회는 떳떳하게 한국교회 앞에 설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지 박씨의 문제가 아니라 평강제일교회 다음세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자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2. 이단해제 주체(主體)인 한기총의 대표성과 공신력은 의문
한기총의 이단해제 대상인 박윤식씨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들도 문제이지만, 이단해제 주체인 한기총의 대표성과 공신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한기총이 더 이상 한국교회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정부도 교회도 모두 알고 있다.

각 교단들은 총회를 통해 한기총을 탈퇴하거나 행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통합, 백석, 합신이 현재 한기총을 탈퇴한 상태이며, 합동, 고신, 대신, 기침, 기성, 예성 등이 행정보류를 결의한 상태이다. 한국교회에서 이들 교단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고려한다면, 현재의 한기총은 명맥뿐인 소규모 연합단체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단성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단체들이 한기총에 속속 가입하고 있어 목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우려하고 있는 단체들이 한기총의 우산 아래 몸을 숨기고 있다. 사회적 인지도가 있는 한기총이라는 이름을 문제성 있는 단체들이 악의적으로 사용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목회자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 한기총은 면죄부를 사려는 이단들의 집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보편타당하고 공신력 있는 이단해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명분 없는 정치(政治)’가 아니라 ‘대의를 위한 정도(正道)’이다. ”

이러한 혼란은 다락방 문제로 인해 이미 시작됐다. 다락방 측은 한기총 가입 교단 소속이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이 더 이상 이단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다락방은 현재도 가장 많은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단체이며, 이러한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 고려, 고신, 통합, 합동, 기성, 기침, 기감, 합신이 이단, 사이비, 불건전 운동으로 규정한 상태이며, 기성 교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한국교회가 문제시 한 자체적인 훈련과 교육을 계속 지속하고 있다. 다락방이 한국교회와 화해하고 변화됐다고 인정받기보다, 오히려 한기총의 보호막 안에서 기존의 문제성 있는 활동을 합법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락방 문제는 한기총에 대한 합동의 행정보류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합동 제98회 총회의 한기총 행정보류 결의에 대해 정치부는 지난 10월 17일 ‘존경하는 안명환 총회장님과 임원 목사님, 장로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행정보류는 다락방 반대 관련 전국 신학교수들에 대한 한기총의 고소와 고발을 취하하고, 한기총이 다락방에 대한 총회 결의를 존중하며, 소속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실망을 해소할 때까지 최소 한 회기 동안 예의주시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한기총에 대한 행정보류가 다락방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다.

교파주의는 한국기독교의 고유한 특성이다. 다양한 교단들이 함께 한국기독교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어떤 연합체도 개 교단의 활동과 결의에 개입하거나 강제성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한기총이 특정 교단이 규정한 이단을 해제할 수도, 해제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2월 17일 한기총의 대표회장을 3차례 역임한 길자연 목사는 성명을 통해, 한기총은 이대위는 이단해제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 아니며, “소속 교단의 동의가 없이 한기총 단독으로 이단성이 없다 하여 이단을 해제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신앙과 신학적 입지를 뒤흔드는 행위”라고 염려하고, “해제를 원할시 한국교회와 각 교단의 합의 하에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기총은 이제 더 이상 한국교회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상실한 공신력과 대표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외 목회현장에 가중되는 혼란을 고려할 때, 시간은 결코 한기총의 편이 아니다. 한기총의 무원칙적인 행보가 계속된다면, 한기총은 면죄부를 사려는 이단들의 집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보편타당하고 공신력 있는 이단해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명분 없는 정치(政治)’가 아니라 ‘대의를 위한 정도(正道)’이다.

3. 이단대처의 최종목적은 정죄(定罪)가 아니라 치유(治癒)와 회복(回復)
물론 규정된 이단에 대한 공정한 재심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단적 교리와 활동의 긍정적 변화 가능성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단대처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단 규정과 정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 치유와 회복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심의 근거가 타당해야 하고, 또한 관련 당사자 및 해당 교단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당 교단들은 교권을 위한 호교론적인 정치의 잣대를 내려놓아야 하고, 이단 규정된 개인이나 단체는 일시적인 면죄부를 위한 편법적인 임시방편의 길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수가 수긍하며 받아드릴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여론 형성이 빠르고 폭넓게 이루어지는 오늘날, 문제 해결의 효과적인 수단은 ‘권모술수를 쓰는 정치’가 아니라 ‘감성에 호소하는 진정성’이다.

개인적으로 박윤식씨 문제와 관련해 선친 탁명환 소장을 잃은 지 내년 2월이면 만 20년이 된다. 이단문제는 단순히 교리의 문제가 아니라, 순식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길 수 있는 무서운 문제라는 사실을 우리 가족은 경험했다.

비록 박윤식씨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박씨의 운전사였던 임모씨가 살해주범으로 잡혀 15년을 복역한 사실을 보면 박씨의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처럼 박윤식씨가 살해범에게 선친을 염두에 두고 “공수부대 출신이 사탄도 때려잡지 못한다”고 나무랐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리고 살해범은 만기 출소해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이 바라는 것은 박윤식씨의 진정한 사과이다.

부디 박윤식씨가 우리 가족이 선친의 살해범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던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살해사건 후 대성교회 교인 한 분이 보내온 “감히 대성교회를 위해 용서를 빕니다... 저희 모두를 용서하십시오”라는 편지를 통해 작은 위안을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바라기는 우리 가족에 대한 짧지만 진정한 사과 한 마디를 통해, 그의 이단해제와 화해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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