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CBS, 성경필사본 전시회…사연 깊은 120여 작품 눈길

벌써 세 번째, 눈길을 끌만한 작품이나 감동을 줄만한 이야깃거리들은 이미 죄다 나왔겠지 싶었다. 오산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번 읽기도 힘든 성경 전체를 손글씨로 옮겨 쓴 이들의 작품과 사연 속에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보배들이 담겨있었다.

전북CBS(본부장:정복수)가 주최한 제3회 성경필사본 전시회에는 올해에도 120여 작품들이 잔칫집 그릇들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이번 전시회는 12월 17일까지 전북CBS 사옥 전시관에서 이어졌다.

▲ 올해 91세의 윤여선 권사가 잠언 전체를 필사해 완성한 열 폭짜리 병풍.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전주동신교회 윤여선 권사의 잠언 병풍. 올해 91세의 연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차면서도 정갈한 필체로 잠언 전체를 필사해 열 폭 병풍형태로 전시했다. 윤 권사는 이미 수차례 성경전체 필사본을 완성한 바 있다.

한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붓글씨로 공들여 써내려간 성경 66권을 두루마리 형태로 묶어 전시한 김진화 집사(전주창성교회), 성경 뿐 아니라 찬송가 가사 전체까지 필사해 전시한 이성엽 집사(기린봉교회)의 출품작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더욱 마음을 잡아끈 것은 작품에 덧붙여놓은 필사자들의 뭉클한 간증이었다. 아내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방황하던 마음을 성경필사로 다잡을 수 있었다는 이홍규 장로(익산 영생감리교회), 여섯 번째 성경필사에 도전 중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아들이 대신 남은 분량을 완성했다는 고 장신기 집사(이리남중교회)의 사연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한글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더듬더듬 글을 깨우쳐가며 써내려갔다는 이윤순 권사(전주서문교회)나, 심한 팔꿈치 통증과 손가락 터널증후군을 견디며 20년간에 걸쳐 필사를 완성한 이숙희 권사(전흥교회) 등의 사연도 가히 사도행전급이다.

이밖에도 전주동부교회와 완주 제내교회 어린이들의 단체 필사본, 16년 동안 끊임없이 성경을 써내려갔다는 이정례 권사(김제성락교회·90세)의 필사공책 30권, 권달수(가명)씨가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작업한 편지필사본 등도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

이들은 한 결 같이 아직까지 성경필사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성도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권면한다.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심지어 한글을 잘 몰라도 가능하다고 격려한다.

전주동산교회 염정임 권사(74세)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성경필사는 그 자체가 감동이에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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