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알게 된 후 더욱 특별해진 성탄절
 
아픈 상처 많지만 통일세대 소명 가득히


크리스마스라는 건 북한 나와서 처음 알았죠. 북한에 있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몰랐으니까요. 한국에 와서 예수님 알게 되고 그 사랑을 깨달으면서 12월 25일이 특별해졌어요. 그날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고, 친구들과 파티도 하고, 즐거운 시간 보낼 거예요.”

탈북청소년 1호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 다니는 연경(가명)이의 표정은 밝았다. 12월의 계획을 재잘재잘 얘기하는 것이, 올겨울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중국에 머물렀을 때 배운 중국어 실력으로 과외를 해서 돈도 벌고 첼로와 기타 등 악기도 배워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철영(가명)이는 여자 친구와 도서관 데이트를, 윤선(가명)이는 친구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말했다. 모두 영락없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 남한 청소년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2003년 설립돼 지금까지 113명의 졸업생과 2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하늘꿈학교에는 탈북청소년 60여 명이 푸른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밝아진 것은 18명 선생님들이 끝없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기에 가능했다. 특히 그룹홈은 하늘꿈학교의 자랑. 생활교사 1인이 부모의 역할을 하며 탈북청소년 4~5명과 가정을 이뤄 생활하는 것인데, 내적 상처를 가진 학생들이 치유 받고 따뜻한 가정을 경험할 수 있다.

▲ 하늘꿈학교 탈북청소년들과 교사들이 성탄 케이크를 앞에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감사와 성탄의 인사를 전하며 통일한국을 위한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했다.
겉으로 한 없이 밝아 보이는 이 아이들도 하늘꿈학교에 처음 왔을 땐 그렇지 않았다. 숨겨진 상처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을 탈출할 때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을 겪은 데다 한국에 와서도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부모가 아직 북한에 남아있고 혼자만 한국으로 온 아이들은 갖고 있는 응어리가 크다. 하늘꿈학교 정다운 교사는 “가끔 북한에 있는 부모님이 보위부에 끌려갔다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고향에 찾아가 볼 수도 없는 아이들의 걱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큰 기대를 품은 채 목숨 걸고 들어온 한국이지만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규학교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고, 통제된 생활을 하다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감사인사하기, 약속 지키기, 타인 신뢰하기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도 탈북청소년들은 새롭게 배워야 한다. 정규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연경이도 정규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하늘꿈학교로 온 케이스. “같은 아픔을 가진 친구들끼리 모여 있으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재정 문제도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도 다수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소년소녀가장도 있다. 나라에서 받는 수급비가 70만원이 채 안 되는데, 그 돈을 쪼개 북한으로 보낸다. 북한에 생활비를 보내고 있는 지선(가명)이는 “브로커가 50%를 떼어가서 부모님이 받는 돈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그 돈이 부모님께 도움이 되는 것을 알기에 계속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녹록치 않지만 탈북청소년들이 품은 꿈은 어느 누구보다도 크다. 특히 통일한국에 대한 소명은 남다르다. 하루 속히 통일이 되어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물론이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북한에서 쓰임 받고 싶어 한다.

가족들을 전도하기 위해 목사가 되고 싶은 아이, 개그맨이 되어 웃음을 잃은 고향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아이,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는 북한 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은 아이도 있다. 그룹홈 김미희 교사는 “이 곳 하늘꿈학교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통일 후에 북한을 위해 일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통일세대의 주역이 되길 하늘꿈학교와 후원자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하늘꿈학교 아이들은 가슴 속 상처를 끌어안은 채 자신들에 앞에 비칠 밝은 미래, 그리고 통일한국을 위해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이 한국교회에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항상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또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기도와 후원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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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꿈학교 찾은 스타들의 응원

가수 솔비

꿈이었던 연예인이 되고 나서 목표가 없어지니까 마음이 많이 힘들더라고요. 연예인으로서 겪는 고충도 컸고요. 혼자 지리산 등반을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나 혼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누구나 다 외롭고 힘들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죠. 지금 여러분도 겪고 있는 어려움이 클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 고난의 시간이 내 삶을 풍성하게 해줄 거라는 것을 믿고, 지금 이 시간을 감사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은 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배우 안용준

“아이들에게 힘을 주러 왔는데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가는 것 같네요. 여기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아이도 만나서 깜짝 놀랐어요. 한국에 오래 살았어도 아직 남아있는 북한말투 때문에 고민이 많은 친군데, 제가 TV도 많이 보면서 발음 연습하고 노력하라고 조금이나마 조언을 해줬어요. 아이들이 기뻐한다면, 다음에도 꼭 한 번 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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