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응서 전국교회로 경계 확산됐다

치밀한 포교전략 맞설 이단대책 협력사역 계기 제공
신천지 ‘2차 위장’ 진행, 보다 적극적 대책마련 시급

올해 교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신천지 위장교회’였다. 지난 여름, 본지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신천지대책전국연합과 공동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분포한 신천지 위장교회 67곳을 공개했다.
몸으로 직접 부딪친 1개월간의 탐사취재는 그야말로 고된 작업이었지만, 신천지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커다란 보람을 느꼈다. 특히 예장합동 등 주요 교단 로고 및 교단명 사칭, 정통교단 침투를 통한 신분세탁, 명목상 담임목사까지 내세우며 초법적인 포교를 벌이는 신천지 위장교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교회·연합회, 신천지 경계 강화

▲ 과천 시내에 위치한 신천지 집회소 앞에서 신천지대책과천시범시민연대(이하 과천시민연대) 소속 한 회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뒤쪽 뉴코아빌딩에 신천지 예배처소가 있으며, 인근 건물에 신천지 본부와 교육장 등이 입주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전국 교회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신천지가 치밀한 포교전략으로 한국 교회 전체를 농락했던 것에 반해, 일부 이단대책전문가와 회심자, 피해자 가족만이 분투를 벌여왔다.
신천지 위장교회 공개 이후, 목회자와 지역교회, 지역교회연합회의 변화가 감지됐다. 본지가 제공한 신천지 위장교회 약도와 주소를 교육용으로 활용하며 경계를 강화하는 교회가 늘어났고, 교회 앞 신천지 위장교회를 두고도 대응방법을 몰랐던 목회자들로부터 수많은 제보가 본지에 접수됐다.

지역교회연합회와 이단대책전문가 사이의 협력도 나아졌다. 특히 신천지 대책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대구지역의 변화가 눈에 띈다. 본지 취재 전까지 대구지역은 이단상담소조차 없었고, 지역교회연합회의 대처도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대구가 변했다. 이름뿐이었던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가 실질적인 이단대책사역을 시작했다.

현재 대기총은 대구성시화본부와 협력해 두 차례 이단대책컨퍼런스를 진행하는 중이다. 또 대기총 주관으로 내용을 보강한 신천지 예방 전단지를 지역교회에 배포하고 있다. 대구지역 이단대책관계자는 “미흡한 면도 있지만, 대구지역에서 이단대책 연합운동이 펼쳐진다는 자체가 상당히 큰 결실이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결과물은 신천지 위장교회인지 모르고 다니던 교인들을 신천지의 흑막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이다. 신천지 위장교회는 외형상 일반교회와 다를 바 없어, 교인들이 쉽게 미혹돼왔다. 대전종교문제연구소 김미경 실장은 “신천지 위장교회 명단이 공개되면서, 해당 위장교회를 다니던 교인들이 인지하고 나온 사례가 목격됐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위장, 힘 모아 대응해야

몇 가지 성과를 냈지만, 이제 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하다. 신천지 위장교회 내부에서도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2차 위장을 감행하고 있다. 2차 위장은 교회이름 변경, 간판 교체, 교단명 및 로고 삭제, 교회 이전 등의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미 보도를 통해 밝혔던 오산교회(전 겨자씨교회)와 온세상교회(예장합동 로고 삭제) 외에도, 2차 위장을 끝낸 신천지 위장교회가 추가로 확인됐다.

대전지역 신천지 위장교회인 ‘행복한교회’는 월평동에서 둔산동으로 터전을 옮겼으며, 광주지역 신천지 위장교회인 은혜교회는 ‘은혜가 넘치는 교회’로 이름을 변경했다. 또 교회 이름이 알려진 후 교회 대신 선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해 포교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신천지 위장교회는 변화무쌍한 위장술로 가면을 쓴다. 일부 이단상담소의 추적만으로 그들의 실체를 알리는 데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결국 교회와 목회자, 성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신천지 대책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신천지의 맹렬한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단대책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광주이단상담소 임웅기 소장은 “한국 교회의 인식 변화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구체적인 대책은 교단별, 노회별, 지역별 이단사이비 문제를 신학적으로 다루는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고, 전공자를 양성해 체계적인 교육 진행 및 교재 발간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미경 실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신천지 피해자들이 성경공부를 통해 포섭되기 때문에, 신학적으로 신천지를 도려내고 이를 알려야만 피해자들이 돌아오고, 이탈자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교회의 관심과 한 발 빠른 이단사이비교육을 진행해야만 신천지의 도발을 저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절실한 만큼 바로 시작해보자. 한국 교회 전체가 합심해, 신천지를 척결하는 2014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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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내 위장교회 단호 대처”

<기독신문> 값진 노력 격려, 총회 역할 찾을 터

▲ 안명환 목사
인터뷰/ 안명환 총회장

“지난 8월 기독신문에서 보도한 신천지 위장교회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교단지로서 큰일을 했다. 전국 노회에 공문을 보내 위장교회 실태를 파악하겠다.”

총회장 안명환 목사는 본지 보도를 통해 신천지가 예장합동 교단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총회장으로서 위장교회를 통해 신천지에 미혹된 성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교단 내 신천지 위장교회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안명환 총회장은 먼저 교단 로고를 무단도용하고 있는 신천지 위장교회를 색출하고, 다시는 예장합동 교단으로 위장하지 못하도록 법적소송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작업은 총회본부가 지원을 하고 총회이단사이비피해대책위원회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단 소속 목회자를 포섭해서 명목상 담임목사로 내세우고, 신천지 교육을 하는 문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총회임원회에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내놓을 것이다. 전국 노회에 공문을 보내 무임목사 현황을 파악하고, 무임목사의 현재 상황도 조사하도록 지시하겠다.”

그러나 안명환 총회장은 신천지에 포섭된 목회자가 모두 신앙을 잃어버렸다고 매도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중 상당수가 교묘한 신천지의 속임수에 속았을 것이다. 교회를 설립하고 설교만 해주시면 사례를 하겠다고 하면, 어려운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 어려운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신천지에 속아 넘어가도록 만든 것은 총회의 책임이다.”

안명환 총회장은 “각 노회에서 무임목사 현황을 파악하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성도가 20명 미만인 미자립교회가 1700곳이 넘는다. 심각한 문제다. 목회자최저생계비와 병행해서 무임목사와 미자립교회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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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로고 도용한 것 같다” 제보 잇따라

“여성목사 없다” 추궁하자 “무슨 상관” 협박하기도

본지가 지난 8월 7일(1925호) 신천지 위장교회를 탐사 보도한 이후, 각 지역에서 신천지 위장교회로 의심된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리 동방프라자 4층에 위치한 ‘비젼선교회’도 신천지 위장교회인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 경기도 남양주시 신천지 위장교회인 ‘비젼선교회’. 왼편 교회간판에 예장합동 로고를 도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제보를 받고 찾아간 ‘비젼선교회’는 건물 외벽에 간판이 없었다. 4층 교회 입구에 예장합동 교단 로고와 함께 ‘비젼선교회’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담임목사는 이O순 박O석 두 사람이 등재돼 있었고, 임O일 전도사가 교역자로 시무하고 있었다. 신천지 강사가 공동 담임목사로 사실상 교회를 운영하는 신천지 위장교회 전략과 같았다.

기자가 찾아간 그 날도 임O일 전도사는 상담 중이었다. 담임목사는 교회에 없다고 했다. 예장합동 교단 소속이냐고 물었다. 임 전도사는 “장로교이다”라는 말만 할 뿐, 정확히 교단 소속이 어디인지 모르고 알 필요도 없다고 했다. 임 전도사는 교회 설립은 이O순 목사가 했고, 박 목사와 자신은 약 1년 전 교회를 도와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합동교단 로고를 도용하는 신천지 위장교회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왔다. 박 목사와 임 전도사 두 사람은 신천지 신도가 아니냐?”

기자의 질문에 임 전도사는 의외로 “박 목사님이 신천지이고 나도 신천지이다”라고 순순히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이O순 목사는 우리가 신천지 인지 모른다. 내가 신천지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O순 목사는 수요일과 주일날 잠깐 와서 예배만 드리고 가고, 평소에는 자신들이 교육장소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 교육을 하면서 예장합동 교회 로고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신천지 위장교회’이며, 법적으로 중대한 위반사항이라고 지적을 했다. 그러자 “교단 로고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하면… 상의를 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취재 후 이O순 목사라고 밝힌 여성에게 전화가 왔다. 이 목사에게 예장합동 교단 소속인지를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합동 교단은 여성 목사가 없다고 추궁하자, “내가 신천지 사람을 데리고 오든 무슨 상관이냐”며 “(비젼선교회에 대한 사진과 기사를) 내보낼 경우 고발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한국 교회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그 큰 그늘에 숨어있는 신천지 위장교회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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