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회한이 많은 달이다. 1년을 뿌듯하게 살아 온 사람도 마지막 달력 앞에 서면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시간과의 이별이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새삼스럽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 사람들은 새 달력 앞에서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다졌었다. 그러나 삶은 힘들었고 추스릴 사이도 없이 아쉬움과 허탈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1년 중 달력을 가장 많이 보는 달이 12월이라고 했다. 그것은 이런저런 약속이 많아서 이기도 하고 또는 가는 날이 아쉬워 들여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 달력을 대하는 느낌도 다른 달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12월의 달력은 그저 날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난 흔적들이 대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력은 한마디로 태양과 달의 기록이다. 즉 태양과 달의 진행과정을 인간의 필요에 맞게 구분해 놓은 것이다. 달력은 처음에는 단순히 종교적인 기념일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것이 종교를 벗어나 삶속에 스며들면서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다. 달력을 흔히 역법이라고도 하는데 역법은 천체의 주기적 현상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을 날, 달, 년 등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그것을 인간의 삶에 적용해 푸는 일종의 점술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달력은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와 편차를 줄이려는 정밀성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금도 정확한 구분이 불가능해 윤년이나 윤달 제도로 편차를 해소하고 있다. 달력은 하나의 용도로 만들어 졌지만 유용하게도 쓰였다. 그 옛날 벽지에서부터 휴지. 책표지, 윷놀이 말판, 딱지 등등. 달력은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한때 흔하던 달력이 요즘에는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옛날에는 거저 주던 달력을 이제는 물건을 구입해야 사은품으로 준단다. 특히 미주지역 동포사회에서는 경기침체로 달력 구하기가 어려워 한국에 다녀오면 달력선물이 인기라고 한다.

무엇보다 달력이 주는 의미는 그 날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금년 한 장 남은 달력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성경은 세월을 아끼라고 충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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