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새로운 목회자 네트워크 주목받고 있다

실천 엔진 달고 본질 회복 현장 속으로

교회2.0목회자운동 … 성장주의 기존 목회환경 극복, 공동체성 강화로 건강한 변화 견인 앞장
작은교회세우기연합 … 8개 ‘거점교회’ 네트워크, 작은교회 후원 통해 ‘공교회 정신’ 구현에 진력

한국교회의 위기를 진단하는 목소리 가운데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기복신앙, 맘모니즘, 사제주의, 이원론, 성공주의, 개교회 이기주의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교회의 문제점들은 종교개혁 당시의 교회상과 닮았고, 때문에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위기감 가운데 성경 속 교회를 구현하려 애쓰고 있는 교회들, 투철한 소명감으로 무장한 목회자들, 이름 없이 묵묵히 봉사하는 성도들은 그나마 한국교회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개인과 교회 차원을 넘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목회자 네트워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목회 현장에 성경적 원리와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교회를 세워 나가고 있는 ‘교회2.0목회자운동’, 교회의 건강성 유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동네작은교회연합’, 교회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작은교회에 실제적 도움을 주고 있는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한국교회의 자성과 갱신을 내세우는 목회자 네트워크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실천력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가운데 ‘교회2.0목회자운동’ 등은 이론과 현장성을 갖춘 목회자들이 교회 본질 회복을 목표로 실천적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 새로운 목회자 네트워크들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공교회성을 구현하는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작은교회세우기연합이 전개한 사랑의 물통 보내기 장면.
교회2.0목회자운동

‘교회2.0목회자운동’(실행위원장:이진오 목사·이하 교회2.0)은 마치 연어와 같다. 성장과 성공을 말하는 거대한 한국교회의 물줄기를 거슬러 크기보다는 작음을, 직분보다는 은사를, 권위보다는 섬김을 실천하려 노력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교회2.0은 한국교회 안에서 건강한 교회와 새로운 목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1년 6월 20일에 창립했다. 교회2.0은 목회자 중심적이고 성장주의에 머물러 있는 기존 목회환경을 1.0으로 보고, 교회가 공동체 중심적이고,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목회자 중심적이지 않는 성경적인 모습으로 돌이키려는 목표점을 삼고자 2.0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교회2.0은 5가지 핵심가치를 갖고 있다. △세속적 가치 목회를 거부하고, 비움과 나눔, 낮아짐과 작음의 성경적 신앙 회복을 위한 목회(성경적 가치) △사제주의를 배격하고 각 직분의 권위를 존중하고 은사에 따라 봉사하는 복음적 분업을 시행하는 목회(은사적 직제) △권위주의 극복과 목회와 운영을 분리해 모든 교우들이 참여하는 교회의 민주적 운영을 시행하는 목회(민주적 운영) △개교회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교회개혁운동에 동참하는 목회(교회개혁) △사회 약자를 향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목회(사회적 책임)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2.0이 기존의 개혁그룹이나 목회자 네트워크와 구분 짓는 큰 차이점이라면 주장이 아닌 실천을 꼽을 수 있다. 한국교회에 내재한 문제의 분석과 선언적 의미의 대안은 그간 무수히 쏟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천 또는 운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2.0은 교회 운영에 있어 공동체 중심 목회, 규약을 만들어 원칙 있는 교회 운영, 교회 분립 등으로 작은 교회 지향, 목회와 행정의 구분 등을 실제적으로 실현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교회2.0은 실행위원을 중심으로 매월 포럼 운영, 건강한 운동 벌이는 곳 참여, 신학생 대상 ‘신학생 포럼’과 ‘찾아가는 포럼’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6~7개의 네트워크 모임이 가동 중이다. 

운영 2년차에 접어든 교회2.0은 한국교회에 교회의 건강성과 변화에 적잖은 영향력과 모델을 제시해 왔으며, 사회적으로 교회의 공공성 인식을 심어주는데 적잖게 역할을 했다. 자신들의 운동이 또 다른 교회 생존의 방편으로 변용되는 것, 후배들이 운동에 참여하다가도 안정을 택하거나 성장주의와 혼돈을 겪는 문제, 개혁적 의식과 실천이 성도들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개혁이 필연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교회2.0의 운동은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에 있어 추진체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끝으로 바람직한 목회자 네트워크에 대해 정성규 목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목회자 네트워크를 함에 있어 우선 ‘포지션(자리)’이 아니라 기존 교회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목회자 네트워크는 자칫 또 다른 목회자 기득권 모임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므로, 궁극적으로는 목회자가 아니라 교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성도들도 함께 참여하는 교회간의 연대여야 건강성을 유지하고, 정신을 지속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작은교회세우기연

개척교회가 어려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형교회로의 쏠림 현상을 빼놓을 수 없다. 설령 개척교회가 먼저 자리를 잡았더라도 근처에 큰 교회가 들어서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은 갈수록 악화돼 한국교회의 70%는 교인이 100명 미만이고, 절반은 30명이 안 된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대표:정성진 목사)은 이러한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의 양극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늦춰보자는 열심 가운데 2010년 발족했다.

“도랑물이 마르면 시냇물이 마르고, 시냇물이 마르면 강물이 마른다. 작은 교회를 살리는 것이 곧 자기 교회를 살리고, 한국교회 미래를 살리는 일이다.”

정성진 목사는 한국교회의 ‘이기주의’를 지적하며 쓴소리도 보탰다. “많은 큰 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내 때는 괜찮다’며 작은 교회 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은 정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를 포함해 전국에 8개 교회가 거점교회란 이름으로 네트워크 돼 있다. 8개 교회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지역 내 작은 교회들을 섬기고 있는 교회다. 거룩한빛광성교회의 경우 일산 주변 70개 교회를 자체 네트워크화 해 섬기고 있다. 8개 거점교회들은 고유의 방법들을 인정하는 동시에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를 통해 운동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 교회나 회원이 될 수는 없다.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싶지만 의외로 가입할만한 교회가 많지 않다. 재정 지원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적 지원까지 더해 실제 목회와 교회 운영까지 돕는 교회여야 한다.”

개 교회별 지원 외에 작은교회세우기연합은 연합회 차원에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작은 교회 운영전략세미나, 성경세미나, 사모들을 위한 교회 강단과 데코 사례발표 등이 그것이다. 특별히 올 7월 진행한 작은 교회 운영 전략세미나는 교인이 30명 이하인 교회와 30에서 80명까지의 교회, 그리고 80명 이상 교회로 단계별로 각 단계에 맞는 전략적 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 렌탈 서비스’, 교회에 필요한 물품들을 싸게 빌리는 ‘개척 패키지 렌탈 서비스’, 전도용 월간신문 등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은 거점교회 네트워크와 함께 또 하나의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 이른바 은사자 네트워크로, 보이스 컨설팅, 피아노 수리, 안경 봉사, 자장면 봉사, 장수사진 찍기 등에 40여 명의 전문인 자원봉사자들이 작은 교회들의 요청에 따라 사역을 돕고 있다.

작은교회세우기연합는 단순히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공교회 정신’을 구현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정 목사는 “가난한 교회, 부자교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가 하나라는 공교회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교회주의를 넘어 개교회 이기주의까지 번져가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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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 정성규 목사

“본질회복 운동 탄력받을 것”

성장주의 여전하지만 그만큼 희망도 커졌다

 

▲ 정성규 목사
현실 인식이 없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뿐이다. 성장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앞서 비움과 나눔, 작음을 지향하는 운동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교회2.0목회자운동의 현실 인식은 냉철하다.

“큰 교회들이 안 바뀌면 한국교회가 안 바뀌죠. 성장주의 기조도 당장은 꺾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한국교회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거예요.”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성규 목사(예인교회)는 성장 욕망이 가득하지만 정작 쇠락해가고 있는 한국교회에 “이런 식의 방향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싶은 것”이 교회2.0목회자운동의 또 다른 목적이라고 밝혔다.

성경적 가치, 은사적 직제, 민주적 운영, 교회개혁, 사회적 책임 등 교회2.0목회자운동의 핵심가치들은 한 마디로 초대교회 공동체의 본질을 되찾아 건강한 교회, 성경적 목회를 하자는 데 있다. 정 목사가 섬기고 있는 예인교회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그 이상은 ‘비전은 하나님으로부터, 운영은 민주적으로, 소유는 최소한, 나눔은 최대한’이라는 표어로 설명된다. 교회2.0목회자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다른 목회자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이상을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교회 본질 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정 목사는 그러나 “주장은 있었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윤리적 종용과 감시를 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더 나아가 많은 교단 갱신그룹들이 교권 장악 목적으로 변질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교단 갱신그룹들이 실제 한국교회에 변혁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정 목사는 교회2.0목회자운동의 2년여의 활동에 대해 “아직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수 십 년 동안 고착화된 성장주의의 벽이 만만찮았던 것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이해를 못하고, 뜻을 같이 했던 많은 신학생들이 개혁적인 시도보다 안정을 찾아 큰 교회로 흡수되는 것을 보아야 했다. 예인교회에서도 많은 성도들이 교회는 개혁하자고 나서지만 정작 성도 자신의 삶은 바꾸지 않는 모순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떤 교회들은 교회2.0 운동을 하면 교회가 성장하느냐 묻기도 해요. 그때마다 우리는 성장이 목적이 아니라고 대답하죠.”

성과는 미미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정 목사는 “어린 세대들이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을 이미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교회2.0목회자운동이 한국교회를 회복시키는 생명의 흐름이 되기를 소망하지만, 굳이 ‘확장성’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강하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모이고, 운동은 자연히 확장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교회2.0목회자운동 2년여를 지나면서 정 목사가 알게 된 깨달음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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