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WCC 제10차 총회 문서를 보고 …문병호 교수


북 인권 문제 빠진 한반도 평화 언급

핵 폐기·기후변화 대처·종교적 소수자 권리 옹호 성명도 ‘눈길’

WCC 제10차 총회의 주요프로그램은 예배, 회의, 전시회와 워크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각종 회의는 총회의 핵심이며 여기서 WCC의 신학과 입장을 표명하는 문서들이 논의되고 채택됐다. 이 문서들은 전세계교회의 하나됨을 표방하는 정치단체라고 할 수 있는 WCC의 입장이기에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으며, 문서 발표 후 후속 행동과 조치들이 취해진다는 점에서 향후 보수교회에 미치는 압박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서 보고되거나 발표된 10여개의 보고 및 선언문 내용과 사전에 준비했다가 공표된 일치, 정의, 평화, 선교 등 4대 기본 문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총회 주요 결의문서

이번 총회의 주요 결의문서는 대개 11개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다. 성명 내용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치하하고 WCC가 남북한 교회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공동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표명이다.

또 △1953년의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 긴급하게 필요하다 △6자 회담 재개를 촉구한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안에 우려를 표명한다 △한반도에서의 모든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외국군대는 철수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진보진영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고 북한 주민 인권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 WCC 총회 총대들이 회무 시간을 통해 채택할 선언문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WCC의 신앙, 에큐메니칼 정신 등을 담은 기본 문서들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 세계정의, 핵 문제, 생태환경, 박해받는 이들에 대한 다양한 선언서와 행동지침이 결의됐다.
두 번째 주목할 문서는 ‘정의로운 평화의 길에 관한 성명서’다. 내용은 교회들이 다른 교회는 물론 다른 종교들과도 협력해 정의실현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겠다는 부분이다.

WCC는 “양심상의 이유 때문에 총기를 거부하고 박해를 받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무장 갈등 때문에 고통 당하는 사람들을 돕고, 교회와 학교 안에서 평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학교 교육 등을 거론한 것은 보수교회 및 보수진영이 민감하게 받아들일만한 내용들이다.

세 번째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성명서’다. 핵 원자로를 단계적으로 감축시키고 핵무기들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북 아시아의 핵 위험을 사례로 들며 설득했는데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이 일본의 후쿠시마 핵참사와 같이 소개된다.

WCC는 “해당국 정부로 하여금 세계 다수의 국가들이 합의한 핵무기의 생산, 배치, 이전 및 사용에 대한 인도주의적 금지에 가담하도록 요청하되, 필요하면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하도록 한다”는 등의 8개항의 행동지침을 채택했다.

넷째 ‘기후 정의에 대한 회의록’도 중요하다. 2쪽 짜리의 짤막한 이 문서는 “오늘날 기후변화는 가장 도전적인 지구적 위협, 특히 세계의 가장 취약한 곳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한다.

WCC는 “기후변화가 매우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공적 정치적 의제에서 우선성을 잃었으며 (대체적으로) 국제적 수준에서의 기후 변화 협상은 진술된 목표들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CC는 이 회의록에서 “회원 교회들이 창조세계를 돌보고 생태 정의를 함께 실현하는데 있어 교회와 세계의 다양한 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섯째 ‘종교의 정치화와 종교적 소수자들의 권리에 관한 성명서’는 종교적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주류 종교가 정치세력과 연계해 박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총회에서 논의하고 채택한 문서들은 ‘무국적자들의 인권’, ‘콩코민주공화국의 상황에 대한 회의보고서’, ‘중동지역 기독교인의 존재와 증언에 관한 성명서’,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년에 관한 회의록’, ‘아베이에 관한 성명’,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과 경제 제재 해제 촉구 결의안’, ‘원주민들에 관한 회의록’ 등이었다. 이들 문서들에 담긴 선언과 행동지침은 차기 총회까지 WCC 총회와 각 위원회 차원에서 후속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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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기본 문서


▲ WCC 총회는 아침과 저녁 예배로 하루가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 또 예배 때는 으레 성경, 십자가, 나무, 북, 물, 촛불, 성화 등의 이콘들이 단상 위에 올려졌다.
10여개의 선언 및 회의문 외에 총회 전에 준비되었다가 이번 총회에 발표된 4대 기본 문서가 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우리의 일치’(일치), ‘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행동 촉구 요청’(정의), ‘정의로운 평화에 대한 에큐메니칼 선언’(평화), ‘함께 생명을 향하여: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 WCC 선교와 전도에 대한 새로운 확언’(선교)이 그것이다.

이 내용들은 WCC 제10차 총회 정신을 잘 요약해 놓은 기본 문서라고 할 수 있으며 내용은 10여개 선언 및 회의록과 대동소이하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는 WCC 제10차 총회 문서들에 대해 “우리들의 노력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적 착취가 사라지고 모든 자원의 공평한 배분이 이루어지며, 모든 소외된 사람들의 소외를 극복하게 한다면 그것을 하나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면서 “WCC는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일의 실현은 꼭 예수 믿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WCC 총회가 예배로 시작하고 예배로 마쳐지며 종교적 수사들이 있어서 잘 눈여겨 보지 않으면 기독교적인 모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독교의 모임이 아니며 더구나 교회의 모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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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 입장 노골적으로 심화

[전문가 기고]  WCC 제10차 총회 문서를 보고


▲ 문병호 교수
(총신신대원·조직신학)
WCC 부산총회는 그동안 WCC가 견지해 온 입장을 더욱 노골적으로 심화시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총회가 종교다원주의적인 WCC의 입장을 분명히 개진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받아들인 ‘교회:공동체의 비전을 향하여’라는 문건에서 WCC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도외시하고 선교의 본질이 다른 종교들에 대한 다양한 종교 경험 가운데 범세계적인 친교를 이루는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모범적인 선교의 한 전형을 보여주었을 뿐 그 자신이 유일한 복음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천명하였다. 이번 총회를 통하여 WCC는 성경의 진리는 차치하고 “타종교 안에 있는 진리의 선함의 요소”를 더욱 자주 입에 올렸다. 그들은 성경이 유일한 복음의 진리 즉 계시라고 말하지 않고 단지 복음에 이르는 “원천적인 자료”에 불과하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였다.

WCC는 신앙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는 점을 말하지 않고 단지 그것은 “합의적 신뢰”에 불과하다고 말하였다. 사실상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진리를 외면한 것이다.

둘째, 이번 총회를 통하여서 WCC는 로마 가톨릭과의 협력과 일치를 더욱 진일보시켰다. ‘로마 가톨릭 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 간 신구교공동사업기구’, ‘타종교 세계에서의 기독교의 증언’, ‘함께 생명을 향하여’등의 문건을 통하여서 WCC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황 수위권(首位權)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지 않으므로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종교다원주의에 우호적인 WCC의 최근 경향이 로마 가톨릭의 노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우리가 이번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 선교와 전도위원회의 ‘함께 생명을 향하여’라는 문건에서 보듯이 WCC는 보혜사 성령을 성도들의 생명이 되는 구원의 영으로 보지 않고 단지 “세상을 하나로 묶는 창조의 영”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이번에 WCC는 선교를 보편적인 인류의 격을 높이는 창조적인 행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더욱 노골적으로 표명하였다. 그리하여 인류애를 고양하기 위한 “투쟁과 저항으로서의 선교”를 말하기도 하였다. WCC가 말하는 “생명의 잔치”에는 성경적 구속(救贖) 개념이 없다.

이번에 채택된 ‘모두의 생명, 진리, 평화를 위한 경제:행동 촉구 요청’이라는 문건에서 “생명경제”라는 말을 만들어 “온 피조물의 생명과 하나님의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천명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이는 WCC가 교회가 아니라 인류의 일치를 추구하는 세속기구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넷째, 이번 부산총회에서 WCC는 진리를 묻지 않고 가시적이며 기구적인 연합과 일치만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그들은 성도의 교제는 불문하고 “창조세계의 교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상은 인간과 모든 창조를 그리스도의 주권 하에 있는 친교 속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이는 오직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진리며 생명이 된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그리스도가 보여준 아량으로 모든 종교를 하나로 묶자고 외치는 WCC의 저의를 뚜렷이 보여주는 논거가 된다. WCC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외치지만 사실 그들이 말하는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닌 것이다. WCC가 교회의 본질로 여기는 “공동체적 친교”에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만남과 교통만이 있을 뿐 그리스도의 의로 말미암은 구원의 생명의 역사가 없다.

문병호 교수의 글 전문은 기독신문사 홈페이지(www.kidok.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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