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교단 염려는 기우 아니었다


종교다원·개종전도금지·용공주의’에 모호하거나 부정적 태도 견지
평화 구현 위한 타종교와 대화·연대 집착,‘성경 권위 훼손’ 비판 자초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11월 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세계 140개국에서 총대 830여명을 비롯, 단체 대표와 참관인 등 5000여명이 참석한 WCC 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선언’,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성명’ 등 다양한 국제적 이슈에 대한 입장이 발표됐다. 또 일치, 선교, 정의, 평화를 주제로 한 4대 기본 문서를 공표했다.
WCC는 이들 문서를 통해 전세계의 정치, 종교, 사회, 경제적 갈등과 분쟁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행동지침을 표명했으며, 세련되고 지적인 회의문화와 내용을 통해 국제적 회의의 모델을 보여줬다. 그러나 보수교단들에서 염려하던 소위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개종전도금지주의, 성경의 권위에 대해 모호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더불어 동성애에 대해 포용하는 모습을 강하게 드러냈으며, 교회론 선교론 등에 있어서도 개혁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있었음을 알게 했다. 이번 WCC 제10차 총회 문서-특히 선교선언문-를 중심으로 보수교단이 우려했던 WCC의 4대 오류가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종교다원주의
“함께 생명을 향하여(이하 선교선언)” 문서에서 WCC는 타종교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를 강조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선교관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WCC의 선교관은 세계의 불의한 구조의 변혁이며, 세상을 향한 봉사이며, 전도의 방법은 개종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다.

선교선언 83항은 “전도는 우리의 믿음과 확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며,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 전통을 고수하든 하지 않든 간에 그들을 제자의 길로 초대하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선교의 목적이 그리스도를 전해 구원을 얻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평화에 있기 때문에 WCC는 다양한 그리스도교 내 종파는 물론, 타종교인들도 전도가 아니라 연합과 포용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선교선언 94항은 종교간 대화에 대해 명확한 언급이 나온다. “종교적 차원에서 대화란 우리보다 앞서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맥락 속에서 그들과 함께 현존하신 하나님을 만난다는 기대를 가지고 시작할 때만 가능하다. 하나님은 우리보다 앞서 그곳에 계시기에, 우리의 과제는... 이미 선재하신 하나님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이슬람, 불교, 힌두교, 도교 등 타종교 신봉자들의 삶과 전통 안에서도 하나님이 활동하고 계신다는 뜻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WCC는 부산 총회의 여타 문서에서도 타종교와의 대화를 강조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이 종교다원주의자들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으레 자주 사용하는 모호한 구사법을 활용, 자신들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확하게 타종교에는 구원이 없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다원주의를 부정한다고 치부될 수도 없는 것이다.

▲ WCC 총회 회무에서 총대들이 주황색 카드를 들어 의제에 대한 찬성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세련되고 진지한 회의 모습을 보였으나 채택한 선언들은 대개 매우 진보적이었다.
용공주의
용공주의에 대해 이번 총회 문서에 명시적인 언급은 없다. 문서로 볼때 내용적으로 가까운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서에서 WCC는 북한의 교회(즉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나 봉수교회, 칠곡교회)를 인정하고 남북교회 교류를 강조했다. 또 유엔의 대북경제제와 금융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외세들이 한반도에서 모든 군사훈련 중단을 하고, 군대철수를 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위 지하교회 성도들이 신앙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는데 대한 북한 정부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든지, 북한의 전쟁 도발 위협이 중지되어야 한다든지 하는 데 대해서는 일언 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한반도 성명서’는 진보진영과 진보적 교회들이 그동안 주창해온 내용과 다를 바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더불어 용공시비는 과거 WCC의 사회주의에 대한 지원 역사를 더불어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WCC가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체제 구현을 위해 힘썼던 것은 아니고, 인도적 차원이 포함되었더라도 공산주의 세력에 지원을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용공이 아니더라도 과거 공산주의에 지원한 바 있다는 식으로 용공시비를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보수교계의 시각이다.

개종전도금지
선교선언 82항에서 WCC는 “개종이 전도를 실행하는 합법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폭력적 수단이나 권리의 악용을 통해 “개종”을 강요했기 때문에 때때로 전도가 왜곡되었고 그 신뢰성을 상실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WCC는 선교활동을 사회변혁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전도는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개종전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개종을 시키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과거 부정적인 강제개종 사례가 있었다고 해서 개종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은 WCC가 개종전도금지를 견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선교선언 등에서 WCC는 모든 문화와 종교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개종전도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성경의 권위
WCC는 성경인용을 할때 진보적 신학자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시 ‘선교선언’ 내용 가운데 요한복음 10장 10절의 인용이 나오는데 이 본문에서 말하는 ‘생명’에 대해 자연적인 목숨, 모든 생명체들이 가진 생명(비오스)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한 목자의 대속사역의 결과로 얻어지는 영적이며 영원한 생명(조에)을 가리킨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기쁜 소식을 온 세계에 전하므로 영생을 얻게 하는 데 대한 언급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WCC가 성경의 권위보다는 교회의 가시적 일치와 사회변혁을 우선시한다는 우려를 받는 이유로 염려되고 있다.  

기타
개혁주의와 복음주의는 세계의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사역을 말과 행동으로 전해 온 인류가 그리스도를 믿고 영생을 얻는데서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WCC는 모든 그리스도교파가 일치를 이루고 타종교와 연대해 불의한 사회 정치 구조를 바꿔 놓는 정치행위를 통해 세계 평화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도 “동성애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총회 기간 중 “동성애를 죄”로 규정한 정교회 주교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또 폐회예배 설교자가 LGBTI(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공동체에 대해 “여러 시대에 걸쳐서 여러분(성 소수자)이 고통을 경험한 것에 대해 종교적 사람들로서 우리들이 한 역할에 대하여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모든 종교 지도자가 저와 똑같이 사과하는 것을 나의 사는 날 동안에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지만 동성애자는 사랑과 전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보수교회의 견해라면 WCC 참여 교단의 대다수는 동성애를 죄라고 여기지 않고 인권 보호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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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반대’도 쉬지 않고 계속

다양한 형태 시위 잇따라…폐회식 땐 회의장 진입 소동도


WCC의 신학과 총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대열기는 폐막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타올랐다.
WCC부산총회 반대운동연대는 WCC총회 기간 중 세차례 반대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총회 둘째 주간에 눈에 띄었던 점은 시위자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 총회 기간 내내 한국교회의 WCC 반대시위는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다. 한 시위자가 영문으로 쓰여진 반대피켓을 들고 총회 장소 입구에 서 있다.
WCC 반대자들이 집회 신고를 허락받은 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 10월 29일, 11월 2일, 11월 4일 등 3회였다. 기타 다른 날은 WCC한국준비위 관계자들이 집회 신고를 해놓았다. 반대시위 방지용이었다.
반대집회가 신고되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대시위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1인 시위이거나 종교행위를 하는 것이라면 경찰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매일 20여명 이상의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10월 28일 이전부터 단식을 시작한 선교사도 있었다. 또 예수재단의 임요한 목사와 관계자들은 11월 7일, 즉 WCC 총회 폐회 전날 저녁, 부산 벡스코 현관 앞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WCC 반대 철야기도회를 했다. 폐회일인 11월 8일에는 아침부터 기도회를 했고, 가끔은 확성기를 이용해 반대구호를 외쳤다.

WCC 한국준비위원회 관계자와 벡스코 경비팀과 실갱이가 지루하게 이어졌고 결국은 이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임요한 목사 등이 사용했던 깔개 등의 용품을 훼손하고 해운대경찰서로 연행해갔다. 임요한 목사는 5시간의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임 목사는 “종교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기물을 파손했으며 현행범으로 몰아 경찰서로 끌고 간 것은 부당하고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이들의 연행으로 모든 반대운동은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순서를 마무리하는 폐회예배에서 설교가 끝나고 기도 순서가 됐을때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WCC 총회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맨발에 흰옷을 입은 남성이 단상으로 뛰어올라가 반대의지를 표명했던 것이다.

이후 그를 저지하려는 경호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함께 남성의 진입을 도왔던 한 여성은 건장한 남성 경호원 3~4명에게 팔을 비틀리고 입을 틀어막힌 채 벡스코 밖으로 끌려갔다. 살벌한 분위기를 보이자 WCC 총회에 참석 중이던 한 여성 목회자가 “여러 남자가 여성의 입을 틀어막고 끌고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의할 정도였다.

단상에 올랐던 남성은 네팔 선교사로 알려졌으며 이들 일행은 역시 해운대 경찰서로 끌려갔다가 11월 9일과 10일 차례로 풀려났다. 이밖에 독일에서 공부를 했다는 한 목회자가 부인의 이름표를 차고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가 시위대로 의심한 WCC준비위 관계자에게 발각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이 때문에 총회 마지막 날에는 경찰 1개 대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WCC 반대 시위를 한 이들 중에는 정통 교단 소속이 아니거나 이단으로 규정된 이들이 섞여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건전한 교단 소속 목회자나 성도들 역시 다수가 있었다.

반대운동에 대해 WCC의 트베이트 총무는 “반대자들도 다양한 공동체의 일부”라는 선문답 같은 언급을 했다. WCC 의장 역시 “반대는 언제나 있어왔다”면서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향후 WCC 총회에 참석한 교단과 그렇지 않은 교단간의 갈등은 한국교회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한국교회의 연합도 저하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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