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사역을 함께 하다

전통 강한 기성교회서 비전 공유하며 역동적 변화 ‘연착륙’ …
자율과 공동체성이 핵심 가치

▲ 군산 드림교회는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사역에 있어서 핵심 가치로 여긴다. 사진은 문화센터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임산부교실의 모습.

극적인 변화의 서막

“개혁이라기보다는 혁명에 가까웠을 겁니다.”

임만호 목사의 첫 마디는 이랬다.

예배 시간에는 손뼉을 치는 것이 금기시된 교회, 강대상에는 신발을 신고 올라서도 안 되는 교회, 담임목사는 설교 시간에 반드시 정해진 가운을 착용해야 하는 교회. 1999년 2월 담임목사로 부임 당시 임만호 목사의 눈에 비친 드림교회의 전신, 개복동교회 시절의 풍경은 대략 그러했다. 전통은 견고했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새로운 목회자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고 있었다.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것은 뚜렷한 방향과 목표였다. ‘충만한 예배, 하나된 교제, 장성한 성장, 역동적 사역, 헌신적 증거’라는 드림교회의 5대 비전은 바로 이 때 제시되었다. 5대 비전은 그저 허울 좋은 슬로건이 아니었다. 구체적인 실천이 담보된 확실한 전략이었다.

그 중에서도 성장과 사역을 위한 전략들은 대단히 획기적이었다. ‘셀’이라는 단어가 아직 한국교회에 생소하던 시절인 2000년도에 목장 체제를 도입하며, 소그룹사역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드림교회였다. 초창기 우리나라에서 열린 주요 셀 컨퍼런스들에 임 목사가 강사로서, 사례발표자로서 낯익은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군산 드림교회 임만호 목사.

셀 시스템의 도입은 교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목회자가 아니어도, 중직자가 아니어도 교회 사역의 주축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교우들이 깨닫게 됐고, 훈련을 통해 더욱 강한 공동체로 자라게 된다는 확실한 교훈을 배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소득은 소그룹 사역을 통해 성도들 개개인이 신앙적인, 인격적인 성숙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자율성 그리고 공동체성

경험은 변화를, 변화는 성장을 가져왔다. 교회당 인근 한 아파트 단지는 셀 사역의 도입 이후 다섯 세대에 불과하던 교우 가정이 1년 사이 20세대로 크게 증가했다. 구경꾼이거나 방관자였던 남성 교우들이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멤버십을 품게 된 것은 더욱 극적인 변화였다.

시간, 재산, 친분, 재능 등 자신의 모든 은사들을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사역하는 교우들이 늘어나면서 교세는 자연스럽게 확장되어갔다. 굳이 전도지를 만들어 배포하지 않아도 좋았다. 교우들이 자발적으로 개설한 문화강좌와 동호회 그룹들이, 이웃들을 자원하여 섬기기 위해 시작한 ‘사랑의 지팡이’ 사역들이 고스란히 복음의 통로가 되었다.

‘자율성’ 그리고 ‘순수성’은 드림교회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들이다. 연말이면 드림교회 교우들은 두 가지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교회 사역들의 목록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교회 사역들의 목록이다.

두 목록이 동일한 내용이며,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것임에도 이렇게 귀찮을 정도로 같은 리스트를 거듭 작성하게 하는 데는 교우들 스스로의 자율성을 키우게 하려는 목적 외에도, 교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역들을 내가 속한 공동체의 것으로, 더욱 내밀하게는 바로 자신의 사역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또 다른 목적이 숨어있다.

변화는 급격하지 않았다

다 지나놓고 보면 드림교회에서 이루어진 이 모든 변화들이 신속하고 일목요연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차분하고 신중하게 진행된 변화들이었다. 앞서 언급한 목사의 가운착용문제에 대해 완벽한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젊은 목회자가 부임하자마자 의욕만으로 단기간에 모든 것을 뒤집으려고 했다면, 아마도 그 변화는 실패로 끝나기가 쉬웠을 것입니다. 특히 전통적인 분위기가 강한 기성교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자아존중감이 높고, 매사에 더욱 보수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합니다.”

부임하자마자 당회원이나 중직자들과 목회철학을 공유하는 일에 가장 먼저 착수했고, 초창기 구성원들을 챙기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썼다. 당회원 항존직 리더그룹들과 반복해 수련회를 가졌고, 그들이 5대 비전과 셀사역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가 되도록 설득했다.

그 결과 누구도 소외되거나 뒤처지는 일 없이 드림교회는 함께 행진했고, 함께 변화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새 신자들이 교회를 처음 찾아왔을 때 장로들이 앞마당에서부터, 현관 입구에서부터 영접하고 안내하는 모습은 드림교회에서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마냥 당회실에만 앉아 결재하는 것으로 임무를 다하는 장로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은사를 따라 사역하고 텃새를 부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장로들이 솔선하여 지킨다. 그들은 항상 야전에 있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이한 드림교회는 이제 굳이 새로운 틀을 짜는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현재의 흐름을 더욱 견고하게, 성숙하게 밀어붙이면서 성공적인 세대계승을 이루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도, 공동체도 끊임없는 훈련과 사역을 통해 리빌딩이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

‘비전의 교회, 역동적인 사역’이라는 드림교회의 구호는, 그래서 불변하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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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교회 교육 컨퍼런스 … 생생한 현장증언에 인기

드림교회에 대해 세상이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는 세대간 균형이 튼실하게 잡혀있다는 것이다. 장년들의 교세가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그렇다 쳐도, 주일학교 또한 장년 규모와 맞먹는 성장세를 자랑한다는 점은 ‘교육의 실패’ 앞에 좌절하는 수많은 사역자들에게 불가사의다.

▲ 드림교회 교회교육컨퍼런스에서 미취학부 주일학교 현장모습을 시연하는 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개최된 드림교회의 교회교육 컨퍼런스는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마련됐다. 가까운 이웃교회는 물론이고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에서 이 작은 소도시를 찾아오는 경이로운 풍경의 배후에는 드림교회가 밟아온 교육의 ‘왕도’가 자리한다.

주일학교 규모가 아직 100여명에 불과하던 시절, 본당에서는 OHP를 사용하는데 교육관에는 부서마다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사용했다는 이야기는 드림교회의 유명한 전설 중 하나이다. 그만큼 어린 세대들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증거이다.

단지 물질적인 투자가 전부는 아니었다. 교사들을 헌신된 사명자로 세우는 부분이 더 중요했다. 매년 초 12주에 걸쳐 진행되는 교사대학을 통해 주일학교 교사들은 담임목사의 신념과 원칙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충실한 동역자가 된다. 여기에서 훈련받은 교사들은 한 번 담임한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배운다. 주일학교 제자들을 계속 돌보다, 졸업 후 군대 면회까지 다녀왔다는 교사들의 스토리는 더 이상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예배 준비와 진행을 주도하게 하고, 장년예배와 주일학교 모든 부서 예배의 설교본문을 일치시켜 영적인 일치를 도모하며, 교사들의 포상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등 드림교회 교육시스템에서 돋보이는 부분들은 이루 다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여기에는 교육에 관한 남다른 철학과 애정을 시시때때로 표현하는 담임목사의 자세, 교육디렉터인 주성철 목사를 비롯한 모든 주일학교 사역자들의 일치된 호흡도 크게 작용한다. 교회교육컨퍼런스는 이 같은 현장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겉모습 뿐 아니라 이면까지 세세하게 소개하기에 수강자들의 찬사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들은 안주하지 않는다.

청소년부를 사역하는 이정현 목사는 “최근에는 우리 교회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비전랜드 2차 공사를 앞두고 주일학교 담당 교역자들과 교사들이 미국 서부지역 교회 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왔다”면서 “이를 기초로 더욱 참신한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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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과 나눔사역 대표 ‘사랑의 지팡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상징하는 사역이 교회교육 컨퍼런스라면, 지금 그리고 여기를 지향하는 사역은 ‘사랑의 지팡이’이다.

▲ ‘사랑의 지팡이’를 통해 영세민 가옥을 수리하는 봉사에 나선 드림교회 교우들.

‘사랑의 지팡이’를 통해 무의탁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일, 영세민들의 낡은 가옥을 수리하는 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들이나 장애우들에게 목욕봉사로 섬기는 일 등이 이루어졌다. 지역아동센터 운영도 사랑의 지팡이를 통해 이루어지며, 최근 교회 옆에 시립도서관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사립도서관도 운영했다.

임만호 목사는 “돈만 보내서 하는 봉사가 아니라 교우들이 손수 몸으로 부딪치며 하는 봉사를 강조합니다. 진정한 ‘헌신’을 스스로 경험하고 익히게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온 교우들이 ‘사랑의 지팡이’를 통해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감당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사랑의 지팡이’ 사역들은 교회 혼자만의 힘으로 추진되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병원, 미용실, 음식점, 복지기관 등 협력 가능한 모든 단체들과 손을 잡고, 외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도 허용하면서 사역의 외연을 넓혀간다. 하나님나라는 그런 방식으로도 확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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