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동아트리, 웰메이드 창작뮤지컬

▲ [레미제라블]과 비견될 정도로 감동과 흥분을 선사하는 [The BOOK]의 마지막 장면. 루터(가운데)를 비롯한 종교개혁의 기수들이 성경을 치켜들며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노래를 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복음 메시지’, 수준 높은 무대로 확인시켜


암울한 기독문화의 앞날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혹자는 대중문화에 견주어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기독문화의 독창성을 살려 자생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들 맞는 이야기다. 대안도 격려도 좋다. 그런데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문화행동아트리의 공연예배 ‘1.1.1.프로젝트’를 들여다보자. 거기에 기독문화의 미래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다.

문화행동아트리(대표:김관영 목사)가 또 한편의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을 선보였다. 그들의 8번째 1.1.1.프로젝트 <The BOOK>이다.

15세기 초 영국의 로돈, 가톨릭이 세상을 지배하던 중세의 암흑기가 무대의 배경이다. 가톨릭교회는 교리와 관행만 강요하고, 구원마저 사고판다. 진리를 조각내는 가톨릭교회의 전횡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로소 한줄기 희망이 솟아난다.

오직 성경을 생명 삼아 참된 복음을 선포하는 무리 롤라드. 그들이 말씀에 근거하지 않는 가톨릭교회에 대항해,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영어번역 성경을 전파한다. 허울뿐인 권력을 손에 쥔 교회는 급기야 롤라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추적하면서 무대는 긴장감에 휩싸인다.

로돈에서 작은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토마스 부부와 존 버트도 교회의 명령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믿으면 살아간다. 그러나 꾸준히 성경을 권하는 갓셀부인과 롤라드 수장 월리엄이 전하는 참된 복음을 듣고선 서서히 변화한다. 그리고 월리엄을 처형하는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죽음을 각오하고 윌리엄의 결백을 주장하고, 주교의 명령을 거부한다.

결국 그들 모두가 처형되지만, 그들의 죽음은 죽는 게 아니라, 곧 사는 길이었다. 그렇게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을 부르짖으며 종교개혁의 기수로 우뚝 선다.

공연이 끝나고, 이렇게 읊조렸다. “역시 문화행동아트리다웠다. 기대 이상의 공연이었다”고 말이다. <The BOOK>은 잘 짜여진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 위에 문화선교사들의 숙련된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져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적절한 배합이었다. 조여드는 긴장감과 잔잔한 유머가 공존했고, 그 사이로 펼쳐진 비장한 연기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했다. 주옥같은 메시지는 공연장을 휘감았고, 토마스 부부가 복음의 실체를 깨달았을 때 객석은 이내 울먹인다.

말미로 갈수록 심장 박동소리는 커진다. “새벽종이여 울려라, 어둠을 깨워라, 교회여 일어나라”는 합창이 흐르고, 루터가 베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못 박는 순간, 명작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과 비견될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다.

순전히 복음에 의한, 복음을 위한, 복음의 공연이었다. 또 복음에 얼마나 좋은 소재인지를 몸소 보여준 공연이었다.

크리스천이라면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성극이라서 소개하기 부끄러워하거나, 으레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The BOOK>을 비롯한 문화행동아트리의 작품은 이런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문화공연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공연이다. 대중문화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되레 그 이상의 수준을 뽐내는 무대, 그러면서도 복음이라는 메시지로 점철된 공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기독문화 미래를 위한 대안. 경쟁력, 독창성, 자생력을 모두 안은 작품을 선보이는 문화행동아트리를 주목하자. 그리고 공연을 하나님께 올리는 예배라고 생각하며, 땀 흘리며 준비하는 그들의 노력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해 ‘1.1.1.프로젝트’는 단 5일 남았다. 11월 11일까지 서초동 충신감리교회에서 공연하는 <The BOOK>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문의:010-7757-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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