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나 종교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개혁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혁이라는 말 앞에서 이의를 달지 못한다.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람으로 인식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 중에는 개혁의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도 많다.

개혁(Reformation)은 라틴어 재생(Reformatio)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업그레이드의 의미가 있고 우리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같은 맥락이다. 한자적 풀이로 혁(革)은 “벗겨낸 짐승 가죽을 무두질하여 털을 없앤 상태”라고 하는데 의역하면 “고치다” 또는 “면모를 일신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어원적으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 죽간이나 목간을 묶은 가죽 끈을 새 것으로 바꾼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개혁은 급진적이거나 본질적 변화가 아닌 점진적 변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운동으로 혁명과 같은 급진적 변화와는 구별된다. 변화, 새로움, 혁신. 모두가 개혁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진정한 개혁은 시기와 방법 등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인식과 전략, 의지, 그리고 주변을 수용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진취성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저 좋은 전략이나 현실 인식, 또는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절실하지만 어려운 과제다. 이를 두고 혹자는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듯이 개혁은 투쟁과 파괴에서 얻어지며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개혁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500여 년 전후에 있었던 종교개혁이었다. 예수님 탄생 이후 가장 위대한 개혁으로 꼽히는 종교개혁은 당시 로마 교황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교회의 타락에 도전하여 성경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 혁신운동이었다. 개혁의 결과는 성경중심의 유일신을 신봉하는 개신교의 탄생이었다.

세상개혁과 달리 교회개혁은 거창한 논제가 아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하나님 중심으로 돌리는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돌아가면 해결된다. 교회개혁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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