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세대단절을 극복하라

“세대 잇는 것은 기교 아닌 인내와 관용”

세대 분리된 현 교회교육은 한계 … 신앙 유전자 건강하게 전수될 ‘조화와 공감’의 사역 필요

 

장면 1: 초등학교 5학년인 혜영이는 주일에도 부모와 만나기 어렵다. 아침 일찍 가족이 함께 교회로 향했더라도, 교회당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각자의 영역으로 헤어진다. 혜영이는 초등 2부가 운영되는 비전센터로, 오빠는 중고등부가 모이는 지하 소극장으로, 엄마 아빠는 장년예배가 시작되는 예배실이나 찬양대연습실로 바쁘게 나뉜다. 각자 예배나 모임의 시간과 장소가 다르기 때문에 주일에는 늦은 오후 혹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온 가족이 집안에서 다시 만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가끔은 엄마가 “오늘은 설교시간에 무슨 말씀 들었어?”라고 묻곤 하는데 질문도, 대답도 그저 형식적이라는 느낌이어서 귀찮다.

앞의 장면처럼 가족들조차 주일에 단절을 경험하는 판에, 교회 안에서 세대 간의 교류나 소통이 점차 어려운 과제가 되어간다는 것은 굳이 추가설명이 필요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대형교회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극심해진다.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예배하고, 무엇을 공부하는지 어른들은 알지 못한다. 아이들 역시 어른들이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 안에서 어떤 사역이 이루어지는지 도통 관심이 없다. 다른 예배를 드리고, 다른 설교를 듣고, 다른 찬송을 하며 한 지붕 아래서 다른 집단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 세대분절은 신앙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지상교회가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이다. 사진은 세대통합사역을 활기차게 펼치는 영광대교회의 가정사역 모습.
한국교회의 문화는 본디 세대통합의 문화였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이른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교회당에 나와 예배하면서 주일을 맞이하고,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더듬더듬 성경구절을 찾는 방법이며 찬송가의 음률을 배워나가고, 전도하거나 봉사하러 교회 밖으로 나가는 행렬에도 어김없이 동참하며 신앙생활을 배워나갔던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많은 교회들이 양적 성장을 경험하면서 교육관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어 아이들이 분리되고, 현대적 분업화의 흐름과 아동중심의 교육철학 이데올로기가 교회 안으로도 유입되면서 부모들을 비롯한 온 교회가 함께 담당하던 다음세대 양육의 기능이 담당 교역자와 주일학교 교사들에 전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장면 2: 중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는 김 집사(42세)는 올해 초 중학생 1학년 반을 담임하면서 열정적으로 사역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초등부를 졸업하고 올라온 아이들 중 상당수가 중학교에서 첫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1, 2월 사이에 교회로 오는 발길을 끊었다.  ‘찬양도 공과공부도 다 재미없다’ ‘설교가 지루하다’ ‘일요일 아침에 학원 다녀야 한다’ 등등 빠지는 이유가 가지가지다. 기도 시간에도 멍하니 눈을 뜬 채 앞만 바라보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데 열중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김 집사는 한숨을 내쉰다.

세대 간의 단절은 동시대와 전 세계가 함께 겪는 현상이지만 교회 안에서는 그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 신앙이란 세대에서 세대로 충실하게 전수될 때만 제대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앙이라는 영역은 기성세대와의 긴밀한 교류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전국기독학생면려회(SCE) 실무책임자로 사역한 경력을 가진 김용대 목사(영광대교회)는 “부모세대의 신앙적인 유전자가 자녀세대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동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를 주일학교 사역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영광대교회에는 요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예배하던 옛 새벽예배의 풍경이 재현되고 있다. 아빠 엄마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주일 새벽예배에 나오는 아이들은 요즘, 설교자로부터 신앙의 위대한 거장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 예배가 끝나면 담임목사가 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을 일일이 부모와 함께 축복한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부모와 교회당을 오가며 같은 메시지를 듣고, 서로 나눌 이야기가 생긴 것만도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울산의 다운공동체교회(박종국 목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예배 뿐 아니라 주일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역에 자녀에 대한 부모의 신앙 인도자 역할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다운공동체교회 안에서는 세대통합예배를 비롯해, 모리아산가족예배 디아스포라가정예배 기독교학교 등 다양한 세대통합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사역들은 교회 가정 학교 등을 함께 신앙교육의 장으로 통합하는 전략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이 사역들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단순히 보호자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교사로 혹은 인생의 멘토로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나님께서 자녀들의 1차적 양육책임자로 부모를 세우셨고, 자녀들이 일찍부터 하나님을 만나도록 이끄는 세대통합의 사명을 가정과 교회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목회철학이 반영된 결과이다. 

장면 3:ㄱ교회의 주일 오후 예배는 찬양팀이 인도하는 경배와 찬양시간으로 시작한다. 찬양을 인도하는 젊은 전도사와 청년들의 목소리가 예배실에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그러나 객석의 반응은 무대 위의 분위기에 비해 신통치가 않다. 심지어 경배와 찬양시간에는 예배실 문밖에서 적당히 소일하다가, 사회자가 묵도를 알리며 종을 치는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이들도 눈에 띈다. 이윽고 찬송가를 부르는 시간에는 오래되고 익숙한 곡조에 맞춰 장년 교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조금 전까지 우렁차던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는 잦아든다. 찬양팀의 임무를 마친 몇몇 멤버들은 눈치를 살피다가 조용히 밖으로 나가버린다.

한 때 비약적인 성장세를 경험했던 한국교회가 시나브로 침체기를 맞게 된 데 대해 수많은 분석이 있었고, 개 중에는 다음세대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주일학교를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세워지고, 세련된 콘텐츠와 하드웨어들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어느 것도 보편적인 해결책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결국 물량공세가 해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전문가와 사역자들이 새롭게 찾은 해법이 바로 이와 같은 세대통합사역이다.

그러나 섣부른 세대통합사역의 시도는 오히려 기대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단지 물리적으로 한 공간 안에 두고, 같은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하는 것만으로 세대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세대통합사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경험한 이들은 각 세대 간의 조화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장치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순천 대대교회(공학섭 목사)의 주일오후 예배는 ‘가족예배’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은 단순히 부모 곁에 앉아 강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유초등부와 중고등부가 돌아가며 찬양대를 서는가 하면, 예배 순서를 직접 맡아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교회 내 어린 구성원들을 예배 뿐 아니라 여러 사역팀에 참여시켜 어른들과 동역하는 경험을 하게 하거나, 멘토링 기법을 통해 앞선 세대의 영성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사역을 펼치는 등의 사례들이 점차 여러 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양의 사회단체들이 펼치는 세대통합운동에서 힌트를 얻어 예술, 요리, 환경운동 등 여러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물론 여기에는 예상 못한 시행착오가 따를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자세 역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공학섭 목사는 “비록 많은 힘이 들더라도 인내와 관용으로 다음세대와 신앙을 교류하고 전수하는 것은 이 시대의 교회들에 반드시 필요한 사역입니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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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 멘토링으로 세대통합

‘멘토공장’ 예전교회, 끈끈한 관계 강화하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올바른 선택을 제시해 주는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예전교회(박건 목사)는 이러한 고민에 해답을 주는 교회다. ‘멘토공장’이라는 표현답게 예전교회는 교인 전체가 멘토와 멘티, 즉 멘토링으로 묶여있다. 특히 이 교회는 그물망 멘토링으로 세대통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 예전교회는 교인들이 서로에게 기도후원자와 조언자가 되어 소통하고 있다.
예전교회는 부모세대가 자녀세대를 멘토링하는 ‘세대간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5월 말이면 장년 성도들은 태아에서부터 청년에 이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결연을 한다. 성도들은 결연한 학생들을 영적 자녀로 입양해 1년 동안 기도 한다. 교회는 이를 위해 학생들의 기도카드를 작성하고, 신상명세와 기도제목을 빠짐없이 기록해 기도후원자에게 제공한다.

박건 목사는 “부모세대인 장년부가 자녀세대인 학생들을 영적으로 입양해 기도후원자가 되기 때문에 세대간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간 멘토링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은 3학년을 멘토링하고, 5학년은 2학년을, 3학년은 1학년이 각각 맡아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그룹을 가족으로 묶어 공동으로 신앙생활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도제목도 나누고 학교 공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통합을 이뤄내고 있다.

예전교회에서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등부와 고등부에서도 멘토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부는 고등부를, 고등부는 중등부를, 그리고 중등부는 초등부를 멘토링하고 있기 때문에 부서별 세대통합도 이뤄내고 있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갈 때 80%가 교회를 떠나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예전교회에서는 청년 멘토가 고등학생들 직접 챙기기 때문에 세대간 단절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전교회 멘토링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바로 ‘결혼멘토’가 있다는 점. 신혼부부에겐 장년 부부가 멘토커플이 되어 신앙과 생활 전반을 조력한다. 결혼 초기에 빚어지는 부부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조언하고, 임신에서 출산, 양육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

장년세대는 소그룹 셀 안에서 멘토링이 진행된다. 셀은 재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새신자를 전도하면 다른 조직에 편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도자의 셀에서 멘토링하며 양육한다. 이러한 양육 시스템의 장점은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드물며 천국 문에 함께 손잡고 가는 ‘평생성도’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박건 목사는 “멘토링의 핵심은 양육이며, 부모의 마음으로 양육하다보면 새대간 통합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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