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변호사(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

▲ 이상민 변호사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시된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결과가 무효화되었다. 감리교 총회특별재판위원회가 금품 살포를 이유로 감독회장 당선을 무효한다고 밝힌 것이다.

관련자들 사이에서 재판위원회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공방이 오가고 있으므로 감독회장 선거에서 과연 금품 살포가 있었는지 여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온 얘기가 더 충격을 준다. 감독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다른 목사가 감독회장 선거운동 기간 중 자신이 감리회의 40여개 그룹들로부터 적게는 4000만원에서 많게는 8억원까지, 보통 1억원의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폭로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교회 선거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받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의 금권선거 실태가 폭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바가 있다. 모 방송사에서는 “한기총 선거는 10당 5락”이라고 방송하기도 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려면 10억원을 써야 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각종 선거에서 금품 살포로 인한 잡음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 선거에서 금권선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일반 사회 선거에서도 돈을 뿌린 혐의로 처벌받는 경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 풍토가 정화되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교회 선거에서는 아직도 금품 살포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부끄럽다. 세상에 높은 도덕 수준을 제시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 아닌가. 한국교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국교회가 그야말로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에서 금권선거가 사라지려면 최선의 방법은 교회 지도자들이 높은 신앙과 인격을 갖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 즉 코람데오의 정신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따라서 대안은 법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교회 선거에서 금권선거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먼저 교단 선거법을 공직선거법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매모호한 규정을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 어떤 행위가 금권선거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하게 정해두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규정이 명확해야만 나중에 그 위반을 이유로 제재하더라도 관련자가 승복할 수 있다.

또한 금권선거를 막기 위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반드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 당선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금권선거로 당선된 사람에 대한 제재와 더불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할 것은 금품 등을 받은 사람에 대한 제재이다. 공직선거법처럼 교단 선거법에도 교회 선거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람에 대해 받은 금품 등의 수십 배를 물어내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금권선거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교회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결정을 미루다보면 관련자의 임기가 만료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재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서는 교단 임원선거와 관련하여 교회 재판을 담당하는 교회 재판국 구성원의 일부를 교단 외부 인사로 충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판결과가 교단 정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제도적 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구성원들의 경각심이다. 교회 선거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깨끗해졌다는 등의 말을 하며 금권선거 문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가슴 깊이 받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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