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봉환 교수(대신대 신대원장)

 
투쟁적 사회책임 강조, 교회 본질사명 놓쳤다

사회정의·인류평화 증진 위한 노력 강조했으나 지나치게 ‘싸우는 교회’ 부각
하나님 나라에 대한 굳건한 신학적 교리에 근거 둬야 ‘사회참여’ 의미 커져

 

▲ 황봉환 교수
1. 서론

WCC 총회의 중심 의제는 사회참여 문제에 두고 있다. 이번 글에는 WCC가 공식적인 대회들을 통해 밝힌 사회참여에 대한 평가와 WCC의 주장이 세계교회에 미친 공헌점과 문제점에 대하여 논의하고, 개혁주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2. 사회참여에 대한 WCC 총회의 공식적 논의들

1)제1차 총회는 ‘교회와 사회관계’, ‘사회의 무질서’ 그리고 ‘국제적 무질서’에 대한 교회의 책임성에 대하여 논의했다. 총회는 첫째, 기술 발달에 기인한 권력의 광대한 집중의 원인을 분석하고, 둘째, 경제 영역에서 자본주의자들의 사적 소유권은 절대적 권리가 아니라 정의에 근거하여 억제되고 분배되어야 하고, 셋째, 사회에는 자유와 공공질서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며, 정치 경제 권력자들의 힘은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제2차 총회에서는 3개 분과의 주제가 사회참여와 관련된 주제였다. 총회는 책임적 사회구현을 요구하면서 첫째, 교회의 사회적 책임은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전쟁 반대, 둘째, 총회는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을 반대했다. 따라서 총회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치우쳤다.

3)제3차 총회는 교회의 사명이 사회참여에 있음을 강조했다. 첫째, 교회는 독재정권에 복종해서는 안 되며, 둘째, 국제문제교회위원회는 국제적인 경제협력, 유엔의 개발원조, 공정한 무역정책, 주요 공산품의 가격안정, 개발에 대한 훈련과 연구 그리고 인구 억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4)웁살라 총회는 질서와 평화에 기초한 책임사회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이전 방식 보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Rapid Social Change)를 바라며 혁명신학에로 전향했다. 사회참여에 대한 급진적 변화는 첫째, 경제정의와 식량문제로 제3세계에서 발생하는 기아와 비인간화의 해결을 위해 실제적 대안과 함께 교회가 ‘혁명적인 것’을 시도할 것, 둘째, 모든 전쟁에 대해 양심적으로 반대할 것과 셋째, 미국의 월남 전쟁 개입을 반대했고, 나이지리아 내전의 배후세력을 강하게 정죄했다. 따라서 WCC는 영혼 구원과 사회참여를 총체적으로 다루어 오는 과정에서 신학과 실천을 균형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급진적 사회참여 사상을 강조했다.

5)제5차 총회에서 사회참여에 대해 토의한 5분과의 주제는 ‘구조악 해방을 위한 투쟁’이였다. 총회는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위한 교회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며, ‘구조악 해방을 위한 투쟁’을 다룬 토의에서는 그리스도를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해방자가 아니라 사회적 모순과 구조적 악으로부터의 해방자로 정의했다. 따라서 교회는 예수의 사회참여에 대한 대리적 직분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급진적 사회주의 운동으로 기울어졌다.

6)밴쿠버 총회의 8가지 주제들 가운데 4개가 사회참여와 관련된 주제였다. 그 주제들은 ‘참여를 위한 움직임’, ‘공동체 속에서의 나눔과 삶’, ‘평화와 생존 위협에 대한 대처’,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 이었다. 평화와 생존의 위협 문제를 다룬 논의에서는 교회들이 대량 파괴 또는 무차별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무기와 관련된 어떤 분쟁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7)캔버라 총회는 사회 참여와 관련된 주제들을 논의하면서 국가 간의 빈부의 격차, 위기에 처한 피조세계의 질서, 난민들과 이민자들의 문제, 인종차별 그리고 여성인권 등의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1분과에서는 ‘정의, 평화, 생태보존’(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 JPIC)이란 주제로 서울 대회에서 채택한 경제정의 실현과 생태보존 등에 관한 10가지 강령을 교회마다 실천해야 할 WCC 운동으로 선언했다.

8)제8차 총회는 21세기 인류 공동체에 부각된 세계화 문제와 함께 주된 관심을 사회참여에 두었다. 총회는 복음적인 회심보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능동적 참여와 사회적 변화를 통한 인간적 삶을 추구했다. 캔버라 총회와 JPIC(1990) 총회 이후에 ‘정의, 평화 그리고 창조’(Justice, Peace and Creation) 분과를 두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축소시키고, 성차별을 폐지하고, 신학교육을 받은 여성 지도자 임명, 여성에 대한 폭력 제거,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책임성을 요구했다.

9)제9차 총회는 2개 분과에서 사회정의와 경제윤리에 대하여 토의했다. ‘가난 없는 세상’이란 주제 하에 인간이 만든 체계적인 구조들이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탐욕으로 억압과 착취와 불의의 구조가 생겨났고, 지구 자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점에 와있다고 성토했다. 총회는 군사독재로 신음하는 나라들을 향한 폭력 극복에 대한 논의와, 빈부 격차와 폭력과 핵무기로 인하여 생명이 위협받고 고통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교회는 비폭력을 지지해야 하며, 전쟁에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3.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WCC의 공헌점과 문제점

1)사회참여와 관련된 WCC의 공헌점에 대한 평가:WCC가 역사적 과정에서 세계 교회 앞에 드러낸 공헌점은 없는가? 첫째, WCC가 타종교와 연대하여 사회정의와 인류평화 증진에 공동행동을 취하자는 노력이 공헌점이다. 둘째, WCC가 타종교에 대한 윤리적 덕목과 가치를 이해하는 입장에서 타종교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편견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이다. 셋째, WCC는 총회에서 가난한 자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인종과 성(性)차별 폐지 그리고 문맹자들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조했다.

2)사회참여와 관련된 WCC의 문제점에 대한 평가:첫째, WCC의 근본적 문제점은 복음으로 죄와 죽음 가운데 있는 영혼들을 구원해야 하는 최우선 사명을 간과하고 사회참여만을 추구하며, 교회의 사회책임만을 강조하여 성경 계시의 근본적인 목적에서 벗어났다. 둘째, WCC는 사회참여를 요구하면서 인종차별 폐지에 대항하여 투쟁을 강조한다. 5차 총회는 사회의 구조악에 대항하는 투쟁을 위해 폭력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성차별과 인종차별 폐지와 인권을 위한 투쟁적 사회참여를 외쳤다. 셋째, WCC는 빈곤자들에 대한 경제적 구제를 총회 때마다 강조하며, 그들을 위한 투쟁을 외쳤다. WCC가 잘못된 사회구조의 해방을 말했지만 개인적인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넷째, WCC는 타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종교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모든 종교에 구원이 있음을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적 사회참여를 유도했다. 다섯째, WCC는 경제적 참여에 일치를 주장한다. WCC는 국가의 경제활동이 탈중앙집권화 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긍정성도 보였지만 교회가 국가의 경제활동과 노조운동과 경제적 약자들을 돕는 일에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하면서 착취에 항거하여 노동자를 위한 인간다운 환경조성을 위하여 싸우는 노조운동을 교회는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같이 투쟁을 통해 구조악을 제거하려는 일치운동은 바르지 못하며, 구조적 해방을 위한 폭력의 정당성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4. 사회참여에 대한 개혁주의의 관점에서의 평가와 전망

1)개혁주의 관점에서 사회참여의 의의(意義)에 대해서 개혁주의자들은 전도와 사회-정치적 참여 모두가 그리스도인의 의무임을 인정한다. 2)개혁주의의 사회 참여에 대한 교리적 토대는 첫째, 하나님만이 인간과 세상의 절대 주권자라는 신학과 둘째,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피조물이라는 교리와 셋째, 사회참여는 인간의 구원 교리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신학적 교리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그 나라의 의로운 법도에 복종할 의무가 있으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야 한다. 3)개혁주의의 사회 참여에 대한 방법은 첫째, 개혁주의는 기독교인으로 하여금 직업에로의 소명(vocation)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사회참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전(全) 교회 공동체의 사회참여이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구성하는 신자 각자에게 주신 은사(spiritual gift)를 통해 교회에 주신 사명을 수행하게 하신다. 4)사회·정치적 참여에 대한 요구와 전망에 대한 개혁주의 관점은 첫째, 개혁주의 교회는 WCC가 강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인권운동, 정치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운동, 경제적 가난으로부터의 구제운동 등에 참여할 때 국가가 할 일과 교회가 참여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국민은 국가에 복종하여 세금납부와 같은 의무들을 이행하며(롬 13:1~7), 국가의 평안을 위해 기도할 것(렘 29:7)을 권면한다. 셋째, 국가는 종교 활동이 자유롭게 행해지도록 환경과 조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넷째, 국가의 관리들은 선량한 자에게 보상하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벌을 가하도록 허락하셨다(롬 13:3). 이러한 것들이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 이행되어야 할 상호 책임이요 의무이다.


5. 결론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그 용어가 의미하듯이 전 세계, 전 교회들 간의 관계와 일치 그리고 선교와 사회참여에 일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 신학과 교회는 WCC의 교회 일치운동을 수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교회의 일치운동에 대한 신학적이고 신앙적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교회들의 대화, 협력 그리고 공동의 증거’라는 전제에서가 아니라 신학적 일치, 신앙고백적 일치 그리고 믿음의 일치가 선행되어야 함을 개혁주의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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