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트라우마에 행보 ‘조심조심’

후보 압축 과정서 사전선거 논란 일자 추천 포기…시행세칙 진행과정 관심 커져

제98회 총회 전에 꼭 선출할 것 같았던 총신대 제5대 총장선거가 잠정 무기한 연기됐다. 총신대 운영이사회(이사장:전대웅 목사)는 8월 22일 전체운영이사회의를 열었지만 투표도 못하고 끝났다.

후임총장 선거를 못한 이유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단이사 14명과 운영이사회 임원 4인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는 운영이사회 한 시간 전에 회의를 열었지만, 총장후보를 내놓지 못했다.
아니 격론 끝에 총장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바로 이들이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총장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6명에 이른다고 했지만, 가장 이름이 많이 언급된 인물은 2명이었다. 추천위원회가 상정은 안했지만 운영이사들은 이미 김남준 목사와 한춘기 교수 두 사람이 총장후보로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춘기 교수는 이미 총장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다. 한 교수는 총신대에서 기독교교육과를 대표하는 인물로, 기독교교육과를 졸업한 목회자 및 이사들이 지지를 하고 있다.

그동안 총장은 신학과에서 배출됐기에 이번에는 기독교교육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한 교수는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권 지도자들과 운영이사들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던 ‘지역색에 따른 투표’ 성향에 변화가 온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남준 목사는 추천위원회 핵심 인물인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와 운영이사장 전대웅 목사가 선택한 히든카드다. 두 이사장은 총장후보가 미리 알려질 경우 정치권 인사들의 회유와 사전선거운동이 일어난다며, 21일 저녁까지 김남준 목사를 철저히 숨겼다.

김남준 목사는 이미 교단을 넘어 교계에서 인정받는 목회자이고, 교회도 건강하게 부흥시킨 인물이다. 신학적으로도 계속 총신에서 강의를 했고, 장학금을 비롯해 총신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양 이사장의 추천을 바탕으로 김 목사는 윤리적으로 깨끗하고 개혁주의신학으로 무장된 목회자라는 이미지가 강점이다.

▲ 총장선출을 위해 운영이사회가 열렸지만 총장후보자 추천이 안돼 결국 선거도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총장후보 추천위원이자 운영이사장인 전대웅 목사가 이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왜 총장후보 추천 안했나
최종후보 1명으로 합의를 못했더라도, 추천위원회는 왜 이 두 명을 총장후보로 운영이사회에 상정하지 않았을까?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추천위원회는 ‘두 사람을 운영이사회에 상정할 경우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총장선출이 교단 내외에 미칠 파장’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주장은 몇몇 인사들이 사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 때문이다. 총장선거에 출마하려던 인물들이 이사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고, 22일 총장선거를 진행한다면 공정한 선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천위원회는 격론 끝에 운영이사회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시행세칙을 만들어 후보등록부터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보고한 것이다.

그러나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지적이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다. 총신신대원 교수회는 운영이사회를 앞둔 8월 20일 정기교수회에서 총장선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대원 교수들은 “총장선출을 즈음해 과열된 분위기와 불미스러운 일이 우려”된다며, “총장 선거시 금권선거에 연루된 인사는 후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금권선거에 연루된 인사가 총장으로 선출될 경우 교수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21일에는 대학 신대원 대학원의 부총장들을 비롯한 교원인사위원회도 청원서를 작성해 “금권선거 연루 의혹이 있는 사람이 총장후보로라도 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신대원 교수는 “금권선거가 벌어졌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성명서는 일단 교수회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총장선거 어떻게 진행되나
추천위원회는 이번 총장선거를 단순히 새로운 총장을 뽑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97회 총회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의 이미지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상태에서, 총장선출을 총회와 총신대 이미지 개선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금권과 부정이 없이 좋은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총장선출이 교단 내외에 미칠 파장에 큰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총회 전에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기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는 제98회 총회 전에 제5대 신임총장 선출은 힘들어 보인다. 추천위원회가 시행세칙을 만들고, 그 세칙에 따라 후보등록공고를 내서 접수를 받고, 등록한 후보를 검증하고, 다시 운영이사회를 소집해 선거를 하는 기간이 최소한 6주 이상 필요하다. 추천위원회는 27일 현재 시행세칙을 만들기 위한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추천위원회는 두 가지 문제와 싸워야 한다. 첫 번째는 총장선거를 교단과 총신 이미지 회복의 기회로 삼기 위해 금권 부정 선거를 어떻게 근절할 것인지. 두 번째는 어떻게 시행세칙을 만들 것인가이다. 추천위원회가 이번 총장선출을 통해 총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획기적인 시행세칙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모 신학대는 학생 대표와 교수 대표를 총장추천위원으로 포함시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획기적인 세칙이 마련된다면, 추천위원회는 개혁적인 총장선거를 진행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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