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교회다움으로 무장하다


‘교회다움 성찰’ 나눌수록 깊고 커졌다

‘규모보다 공동체성’ 분립의 비전 전환점 맞아
성도가 적극 주도하며 성경적 가치 고민 늘어

교회분립이 이슈를 넘어 운동성을 갖기 시작했다. 불과 4~5년 전 교회분립은 서울영동교회, 안산동산교회, 높은뜻숭의교회 등 ‘특별한 교회들이 남다른 목회철학으로 결단을 내린 특별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일반성이 아닌 그 특별성이 부각되면서 ‘교회분립’은 이슈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공감하고 따라하는 운동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교회분립’을 이야기하려면, 여전히 김동호 김인중 정주채 박은조 목사를 찾아야 한다. 최근 교회분립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성급하지만 교회분립이 운동성을 갖고, 성장주의와 개교회주의라는 한국 교회의 병을 치료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전망을 하게 되는가. 과거 특별한 이슈에 그쳤던 교회분립이 왜 지금 대안으로 다가오는가. 그리고 정말 교회분립을 한국 교회의 대안이라고 부를 수 있나. ‘교회분립, 한국교회 대안될까’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서 그 대답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21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예인교회가 교회를 분립했다. 정성규 목사가 11년 전 개척한 예인교회는 300명이 출석하는 평범한 교회이다. 다른 점은 교회정관에 ‘성도가 250명이 넘으면 교회분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을 명시한 것이다.

예인교회는 2011년 10월 등록교인이 250명이 넘어서자 규약대로 성도들을 중심으로 분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분립추진위원회는 1년 동안 토론회와 간담회를 거쳐 2012년 10월 임시 공동의회에서 교회 분립을 가결하고, 담임목사까지 청빙한 후 이날 분립파송예배를 드렸다. 분립한 교회 이름은 ‘더작은교회’. 분립에 동참한 예인교회 성도는 20여 명의 아이들을 포함해 총 81명이었다.

교회분립, 규모를 넘어서다
예인교회의 분립은 분명 과거 ‘교회분립’의 사례들과 다르다. 먼저 규모부터 차이가 난다. 서울영동교회 동산교회 높은뜻숭의교회 등 과거 분립의 가치를 세웠던 교회들은 대형교회로 구분할 수 있다.

서울영동교회 담임목사에서 물러나 분당샘물교회를 개척하고, 다시 2012년 은혜샘물교회를 개척한 박은조 목사. 박 목사는 한국 교회에서 교회분립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역시 ‘규모’를 교회분립의 중요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박은조 목사는 성도가 2000~3000명 정도 됐을 때를 분립의 시기로 보다가, 500명 규모도 분립의 시기로 언급하고 있다. 김동호 목사 역시 높은뜻숭의교회를 분립하면서 ‘규모’를 분립의 중요한 조건으로 언급했다. 박은조 김동호 목사가 언급한 규모는 ‘성장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수천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대형교회를 넘어 1만 명 이상 초대형교회로 팽창하는 것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이처럼 이전 교회분립은 ‘건강한 교회를 위해 초대형교회를 거부하는 분립’이었다. 그러나 예인교회는 자립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300명 규모의 교회이다.

예인교회는 ‘분립은 큰 교회의 사역’이라는 규모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성규 목사는 교회분립을 “교회의 공동체성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진정한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목회자가 제대로 목양을 하려면 규모가 작아야 하며, 그 규모를 넘어설 때 분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분립, 성도가 주도한다
최근 교회분립의 또 다른 특징은 성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엄밀한 의미에서 ‘교회분립’은 성도와 재정을 나누는 사역이기에, 성도의 자발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교회들이 분립개척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교회설립자금과 목회자생활비 지원 정도에 그친다. 진정한 교회분립은 성도 일부가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분립(分立)’이라는 말 그대로, 나뉘어서 홀로 설 수 있어야 진정한 분립이다.

▲ 큰숲운동을 통해 선교적 교회분립개척을 진행하고 있는 안산동산교회. 안산동산교회는 해마다 컨퍼런스를 통해 목회자들과 셀목회의 정신을 공유하며, 크고 작은 교회들이 모여 하나님 나라의 큰 숲울 이루는 비전을 이뤄가고 있다.
과거 교회분립은 목회자의 결단에 성도들이 응답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예인교회를 비롯해 최근 교회분립을 준비하는 교회들은 모두 교인주도형 분립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나들목하늘교회를 분립한 서울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도 성도들이 준비하고 주도해서 분립을 이뤘다. 나들목교회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분립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1년 넘게 준비기간을 거쳐 60여 명의 성도들이 나들목하늘교회를 개척하도록 지원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도 현재 교회분립을 비롯해 교회사역 전반에 대한 기획팀을 성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성도들이 교회분립 상황을 주도하려면 ‘비전의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목회자가 갖고 있는 교회분립의 목적과 의미를 성도들과 나누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회분립, 교회론 고민하다
최근 교회분립의 가장 큰 특징은 신학적으로 ‘교회의 교회다움’을 고민한 결과라는 점이다. 물론 ‘큰숲운동’으로 유명한 안산동산교회 역시 교회분립을 추진하면서 신학적 의미를 고민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9년 시화동산교회 분립으로 시작된 큰숲분립개척사역은 2005년 은혜의동산교회 2006년 기쁨의동산교회 2009년 블루라이트처치 2010년 더불어숲동산교회까지 선교적 차원에서 교회분립을 일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신학적 성찰은 교회론이다. 이 땅의 모든 교회는 머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선포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함께 사역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교회론적으로 개교회주의가 반성경적이라고 비판받는 것이다.

교회분립의 성경적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안진섭 목사(새누리2교회)는 “교회 분립개척은 한 교회보다 하나님의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신학에 기초한다”고 강조한다. 개교회의 성장보다 하나님 나라의 성장이 더 중요하고, 교회분립을 통해 함께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사역하는 가치를 귀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또한 교회론 중 강조하는 부분이 공동체성 곧 ‘성도의 교제’이다. 교회의 대형화는 성도들의 공동체성의 상실을 가져왔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교회분립은 분명 특별한 이슈로 여겨지던 과거와 다르다. 교회분립은 교회다움을 추구하려는 노력으로 인정받고 있고, 성도들이 분립을 주도하는 긍정적인 모습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국 교회의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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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개척 4년만에 3번 분립한 김종일 목사
“공동체성 의미와 가치 건강한 공유가 중요”

방배동 뒷골목에 동네작은교회 아지트가 있다.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 아지트는 동네작은교회에서 분립한 교회들이 함께 사용한다. 동네작은교회는 2007년 김종일 목사가 개척했다.

6년 만에 교회를 세 번이나 분립했다. 엄청나게 부흥하고 성장한 것이 아니다. 성도들이 충만하게 공동체성을 느끼고, 분립한 교회들과 함께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사역하기 위해서 계속 분립했다. 개척한지 4년 만에 그몸공동체가 분립했고, 이어 헤브론과 The(더)작은 공동체가 분립을 했다.

총신신대원 84학번인 김종일 목사는 영국 유학을 마치고 목회에 대해 고민을 했다. 기존 교회에 들어가서는 그가 생각하는 목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개척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김 목사는 교회가 건강성을 유지하고, 공동체가 영적으로 투명성을 갖기 위한 방법은 ‘작은 교회’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목회자가 성도의 이름을 모르고, 성도가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교회가 과연 공동체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까.

“성도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지면, 교회는 공동체성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이끌 방법은 시스템뿐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교회를 몸으로 비유했듯이, 교회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기계가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다. 서로의 감정과 마음을 나누는 교회, 그 교회를 하고 싶었다.”

김종일 목사는 귀국 후 원하는 사람을 모아서 성경공부 소그룹을 시작했다. 밤낮없이 매달린 결과 2007년 10월 서울 각지에서 50명의 성도와 12개의 소그룹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성도들을 대상으로 교회 개척의 비전을 설명했다. 개척교회에 동참하겠다고 나선 성도가 20명이었다.

“교회를 설립하고 성도 40명이 되면 분립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꾸준히 소그룹을 하면서 리더를 키우고 분립을 준비했다.” 물론 40명 교회의 분립이 쉽지 않았다. 양육을 했지만 리더는 분립을 할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김 목사의 분립종용에 지쳐서 교회를 떠난 리더들도 있었다. 그러나 김 목사가 생각하는 교회분립의 의미와 가치를 성도들이 공유하기 시작했고, 4년 만에 그몸공동체가 분립할 수 있었다. 이후 계속 10명 내외로 교회가 분립했지만, 모두 건강하게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현재 동네작은교회 공동체들의 모든 성도는 83명이다.

김종일 목사가 계획하고 있는 사역은 ‘교회개척스쿨’이다. 자신이 개척을 하면서 경험했던 문제점과 대안들을 개척을 준비하는 목회 준비생들과 공유하려 한다. 무엇보다 개혁주의에 입각한 교회개척론과 선교론을 세우고 싶은 비전도 갖고 있다.

“개척은 기존 교회에서 했던 사역과 완전히 다르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선교지에 뚝 떨어진 것과 같다. 교회개척은 ‘교회 밖’ 세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역할 목회자들을 위해 교회개척 방안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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