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정치 현실 감안한 정치적 선언

‘갈등 해소’ 긍정적 신호 보냈지만 총회측 소송으로 ‘해산 속도 조절’ 힘 얻기도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서창수 목사·이하 비대위)가 전국목사장로기도회 현장에서 추후 비대위를 해산할 것을 재차 선언했다. 시시비비가 있지만 지난 제97회 총회 이후 교단이 혼란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대립의 한 축이었던 비대위가 자발적으로 해산할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별히 비대위 해산 진행 선언이 전국목사장로기도회 전에 나왔다는 점은 교단의 또 다른 혼란을 막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비대위는 목사장로기도회를 전후해 별도의 기도회를 개최할 것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체 기도회 개최를 포기했다. “목사장로기도회를 총회화합의 계기로 삼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비대위는 전격적으로 활동 중단과 해산 절차 진행, 노회상회비와 세례교인헌금 납부 등을 밝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와 총회 정치권 간에 화해를 위한 물밑대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비대위는 총회의 잇따른 소송 제기로 해산 진행을 주춤거리고 있는 상태다. 사진은 6월 3일 비대위 기자회견 장면.
비대위 활동 중단과 해산 진행 선언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기도 했다. 비대위는 봄노회를 전후해 결속력이 많이 저하된 것이 사실이었다. 비대위는 애초 지난 회기 노회장들로 구성됐는데, 봄노회가 끝나고 대다수 노회장들이 교체된 상황에서 동력이 자연스레 약화된 것이다. 지난해 가을노회와 달리 비대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유보하는 노회들도 적지 않았다. 총회사태진상조사위원회 활동과 정치권의 비판공세도 비대위 활동 중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큰 목소리로 앞장섰던 분들이 지금은 자기 몸 사리기에 바쁘다”고 비대위 한 관계자는 고민을 토로했다.

비대위 내부의 불협화음도 활동 중단 선언을 촉진하는 요소가 됐다. 비대위 전·현직 임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활동과 관련해 이견과 갈등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비대위 결속력에도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적 타협론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봄노회에서 상당수의 노회들이 비대위가 그간 주장해 온 안건들을 총회에 헌의키로 한 것에 만족하고, 제98회 총회 현장에서 총대들의 선택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또 제98회 총회 천서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총회 전에 비대위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해산과 관련해 반대 의견도 있었다. 비대위 구성원들로부터 위임받은 사안들이 다 처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은 백기투항에 다름 아니며, 더 큰 정치적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따라서 비대위 활동 중단과 해산 진행 선언은 교단의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긍정적 요인이 됐음이 분명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비대위를 향한 정치적 압박과 현실적 고민 가운데 나온 결과물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비대위의 해산 진행 선언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총회가 비대위 구성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 큰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은 비대위 위원장이 비대위 활동 중단과 추후 해산 천명 입장을 발표한 후인 5월 23일 법원에 접수됐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전국목사장로기도회 마지막 날인 6월 5일 접수됐다.

총회측은 이미 2개월 전부터 진행돼 온 일들로 비대위 해산과는 상관이 없으며, 총회 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비대위는 고소고발 취하를 기대한 상황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비대위는 5월 21일 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에서 “총회화합을 위해 모든 고소고발 취하”를 기대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비대위로서는 총회측으로부터 책임 있는 약속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고소고발 취하를 요청하거나 기대한 셈이 된 것이다.

총회의 가처분신청으로 비대위 해산은 절차상으로도 어려움에 봉착했다. 비대위는 해산의 한 가지 방법으로 전·현직 노회장 회의를 고려했는데, 이번 가처분신청으로 이 방법이 어렵게 된 것이다. 총회는 가처분신청에서 전국 노회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내용의 글을 공포함으로 신청인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법원이 해당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비대위가 전·현직 노회장 회의를 개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처분신청과 민사소송이 알려지자 당장 비대위 내에서는 비대위를 급하게 해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창수 위원장은 17일 전화통화에서 해산 절차 진행과 관련해 “소송 대책 마련이 급한 거 아니냐”며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고 입장을 전했다. 서 위원장은 6월 3일 기자회견에서 빠르면 1∼2주 내에 해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소송으로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이다.

7월 초로 예정된 총회사태진상조사위원회 결과보고 또한 비대위 해산 진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별히 진상조사위 결과는 총회를 앞두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회법 소송보다 실제적인 영향력은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비대위로서는 진상조사위 결과에 대해서도 비대위 해산과 맞물려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비대위가 해산 진행을 선언하긴 했지만, 실제 비대위 해산의 열쇠는 상당 부분 총회가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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