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문화목회 원조 -동숭교회


영성 품은 문화, 삶 속에 스며들다

대학로 지역 특성 목회에 성공 정착…‘친숙하지만 경건한’ 문화사역에 교회 역량 집중


오! 이렇게 좋은 곳이”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거리, 문화예술로 채색된 동네 대학로. 그 중심부인 마로니에공원 뒤편에 도드라지지 않고 대학로와 꼭 빼닮은 교회가 있다. 바로 동숭교회(서정오 목사)이다.

동숭교회는 공연장과 카페가 밀집되어 있는 대학로의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 오래 전부터 문화를 목회에 접목한 대표적인 교회로 손꼽힌다. 그래서 동숭교회를 두고 문화목회의 효시 혹은 원조라고 부른다.

그런데 불과 20년 전만 해도 동숭교회가 장년 중심의 일반적인 교회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재개발이라는 광풍이 문화목회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교인 대부분이 거주했던 교회 뒤편 아파트촌(지금의 낙산공원)이 재개발되면서, 교인들은 보상도 제대로 못 받은 채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당시 동숭교회는 대학로와 어울리는 못하는 고독한 외딴섬 같아 청년사역을 할 여건이 안됐다. 매년 50명에서 100명의 교인이 교회를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 호텔 커피숍 수준의 최고급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 ‘에쯔’의 전경.
막다른 골목에서 출구를 모색한 인물은 1995년 부임한 서정오 목사였다. 서 목사는 문화선교를 타개책으로 삼았다. 대학로라는 지역에 알맞은 맞춤옷을 입으면서,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는 선교형태를 취했던 것이다.

먼저 문화선교를 펼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오래된 본당과 교육관만으로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에 걸맞은 사역을 펼치기에 역부족이었다. 당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회 건축을 결심하고야 만다. 무려 6년간의 의견조율을 거쳐 건축을 시작해, 2005년에 현재 동숭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서 목사는 “새성전 건축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학로에 거니는 사람들, 특히 비기독교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해 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쉽게 접근할 수 있어도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 경건하고 거룩한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굉장히 까다로운 요구였지만, 제대로 소화해내며 건축을 마무리했다. 널찍한 마당을 두고 건축사무소 마냥 세련된 신관과 공연장으로 탈바꿈한 구관이 공존하는 동숭교회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교회 같지 않은 모습이지만, 진정 교회다운 교회”라고 말이다.

새로운 터전 위에 문화선교 공간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기독교문화공연의 샘터인 ‘문화공간 엘림’과 지역주민과의 소통 창구이면서 최고급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에쯔’, 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책방 ‘옹달샘 어린이 도서관’ 등이 그 산물이다.

▲ ‘옹달샘 어린이 도서관’에서 동네 아이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
내부적으로는 문화선교부를 상설부서로 설치했다. 성탄절 행사부터 부활절 행사, 찬양제, 그리고 아프리카 물 보내기 운동 등 교회의 모든 문화사역을 총괄하고 있다. 보다 전문적으로 추진하고자, 성석환 목사를 비롯한 전문사역자들을 대거 투입했고, 여기에 평신도들의 자원봉사가 어우러져 동숭교회만의 문화목회를 꽃피우게 된 것이다.

문화라는 통로로 복음이 재해석된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서 목사 부임 초기에 30여명 정도였던 청년부가 비약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700여명에 이르는 청년중심 교회로 거듭난 것이다. 더불어 문화목회의 모범이라는 칭송까지 따라왔다.

그렇다고 동숭교회를 문화에만 전념하는 교회로 한정한다면 단면만 본 것이다. 영성을 전공한 목회자답게 서 목사는 “영성의 알맹이가 없으면 그 문화는 딴따라에 불과하고, 이미 기독교문화가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문화는 영성의 표현이고, 영성은 문화의 내면”이라는 20세기 위대한 종교학자 폴 틸리히의 명언을 인용했다.

즉 문화와 영성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서정오 목사의 목회철학이다.
동숭교회의 문화목회도 그랬다. 영성이 문화라는 옷을 입고 예배에서, 공연장에서, 카페에서 전달되고 있었다. 겉으로는 문화적인 요소가 부각되지만, 영성으로 꽉 찬 메시지로 말이다.

이처럼 대학로에 자리한 신앙명가에서는 문화와 영성이라는 두 기둥을 아우르는 진짜 문화목회가 현재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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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의욕 조금 떨어뜨리라”

담임목사보다 전문인 평신도를 전면에 둬야

서정오 목사의 문화목회 팁

담임목사는 문화목회의 허브역할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전문가를 섭외하고, 평신도들이 봉사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줘야 문화목회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서정오 목사에게는 문화목회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이들이 참 많이 찾아온다. 동숭교회 문화목회의 바탕을 일궜을 뿐 아니라, 예장통합 총회문화법인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와 마주한 목회자나 신학생들은 어떤 조언이 나올지 큰 기대를 품지만, 서 목사가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는 ‘넘치는 의욕을 조금 떨어뜨리라’는 말이다.

“대부분의 담임목사는 문화전문가가 아닙니다.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은 데 그럴 때 문화목회는 대번 실패하고 맙니다. 가능하다면 문화사역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고, 전문가를 청빙해 사역자로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교회의 문화사역은 평신도들이 봉사할 수 있는 터전이라고 덧붙였다. 교회 안에 평신도 중 일꾼을 세워,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격려해 주는 것으로 담임목사의 역할이 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임목사가 앞장서기 보다는 평신도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담임목사가 문화 전공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목회의 취지를 볼 때도 평신도들이 참여했을 때 진정한 문화목회가 되는 겁니다.”

서정오 목사가 강조한 또 한 가지 사항은 문화목회는 교회가 속한 지역에 따라 펼쳐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환경을 연구하고 거기에 맞게 문화목회를 진행해야, 소통이라는 커다란 대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목회현장에 따라 문화목회의 해답은 달라집니다. 현장을 알기 위해서는 교회가 꼭 지역사회를 연구하고, 거기에 걸맞은 문화목회를 진행해야 교회가 지닌 선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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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엘림’에서 눈을 높여 보세요

개관 7년 만에 기독교문화공연 최적 장소로 성장

일선교회가 공연장을 개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제대로 운영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막대한 초기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고, 공연 유치, 운영자금 확보, 지속적인 관리와 리모델링 등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교회가 운영주체라는 점에서 단순한 임대사업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기독교적 가치가 스며든 양질의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선교 현장이 되어야 한다.

▲ 문화공간 엘림에서 공연한 뮤지컬 <클럽 코스모스>의 한 장면.
그런 의미에서 동숭교회 ‘문화공간 엘림’은 문화선교의 본보기를 제시하는 공간이다.
2006년 11월 개관한 이래, 빠르게 기독교문화공연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성탄연극의 대명사 <빈방 있습니까>, 가족연극 <사흘동안>,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뮤지컬 <더 플레이>, 뮤지컬 <버스>, 뮤지컬 <장기려, 그사람>, 뮤지컬 <언틸더데이> 등 기독교적 가치를 뿜어내는 숱한 작품들이 이 곳을 거쳐 갔다. 지난 19일까지는 뮤지컬 <손양원>을 공연했다.

공간적으로도 다른 대학로 공연장에 비해 확실히 우위에 있다. 대학로 공연장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좁다란 지하소극장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2층에 자리 잡은 엘림은 다양한 연출을 보일 수 있는 넓은 무대와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200여 객석을 지니고 있다.

양질의 공연과 쾌적한 공간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갖춰, 불과 개관 7년 만에 대학로 문화 명소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모습에 머물지 않고 문화공간 엘림을 대학로 최고의 공연장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서 목사는 “아직 전문적인 극장으로는 미비한 부분도 있고, 보완할 점도 있어요. 문화공간 엘림은 기독교작품을 더욱 수준 높게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은퇴 전에 다시 디자인해 최적화된 공연장으로 바꿀 계획을 구상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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