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작은 공간, 큰 소통 -미와십자가교회·예드림교회

‘도란도란’ 소통 공간에 문화 향기 ‘솔솔’

미와십자가교회  영국 가정집 재현 공간, 카페로 활용 … 메인 메뉴는 재능기부 상담
예 드 림 교 회  예배 처소 ‘작은 도서관 사역’ 공간으로 … 삶 성찰 ‘독서공동체’ 꿈꿔

▲ 미와십자가교회의 예배와 소통의 공간인 <레이첼의 티룸>의 전경. 오동섭 목사는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목회자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미와십자가교회

작지만 특별한 문화목회 현장으로 향했다. 성균관대로 통하는 명륜동 길목, 오밀조밀 몰려 있는 상가 틈 사이에 자리한 어여쁜 이름의 찻집. 이국적인 분위기와 은은한 차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곳은 <레이첼의 티룸>이다.

조금은 널찍한 테이블에 다채로운 모양의 찻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놀라운 것은 이곳이 교회라는 사실이다. 문화예술을 접목해 도시선교를 펼치는 미와십자가교회(오동섭 목사)가 본래 이름이다. 주중에는 카페로 운영되고, 주일에는 40여명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오동섭 목사는 목회를 하던 서울여대 대학로 캠퍼스에서 나오게 되면서 셋방을 터전 삼아 도시선교를 몸담겠다고 마음먹었다. “바울이 이태동안 그리스도를 증거했던 공간인 셋방에 주목했어요. 건물을 소유하지 않은 셋방공간에서 사귐의 사역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죠. 도시선교 개념으로 저는 선교사이고 이곳은 저의 선교지입니다.”

▲ 양선영 사모가 손뜨개질을 직접 선보이고 있다.
‘영국의 거실을 빌려드립니다’ 메뉴판에 적힌 문장이다. 유학생활을 했던 영국의 가정집을 재현해 놓은 작은 공간에서 홍차보다 달짝지근하고 편안한 사귐이 샘솟고 있다. 메인 메뉴는 지역주민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안고 오면 상담전문가들이 재능기부로 상담을 해주는 ‘티 터치 토크’와 양선영 사모의 손뜨개질 직강이다. 손님들이 상담을 나누고 뜨개질도 하면서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다보면, 어느새 교제의 문이 활짝 열린다. 제법 친한 주민들도 늘어났지만, 오 목사 부부는 직접화법이 아닌 간접화법을 택해 선교를 한다.

“우리교회 교인이 아니면 저희가 목사인지 사모인지 모릅니다. 교제를 나누다보면 가끔 신앙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때 신분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꽃피웁니다.”

오 목사 부부의 간접화법은 <레이첼의 티룸>을 전도의 공간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성장을 위해 교회가 지역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존재함으로 지역을 더욱 풍성하게 채우는 것이 목회의 목적이라 했다.

“저는 지역의 목사로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교회가 존재함으로 지역이 풍성하게 되고, 지역주민들과 같이 아파하고, 힘을 되어 주는 선교적교회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거죠.”

카페가 소통을 위한 물리적공간이라면, 예배를 통해 내면적 소통이 이뤄진다. 문화예술을 접목해서 말이다. 매주 그림, 음악, 드라마, 시를 소재로 말씀을 나눈다. 이를테면 오 목사가 설교를 하면서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거나, 시나 드라마가 설교의 모티브가 되는 방식이다. 다름 아닌 하나님이 주신 오감으로 예배를 경험하자는 취지다.

“올바른 말씀 아래 오감이 느낄 수 있는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말씀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교인들이 듣는 이가 아닌 예배가 참여자가 되는 겁니다.”

문화목회와 더불어 북한선교, 다문화선교, 다음세대라는 4가지 사역을 기둥 삼아, 미와십자가교회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최근에는 구약의 룻기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다문화연극 <루키>를 상연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문화목회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하나님과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내면적 공간을 말이죠.”

 

▲ 예드림교회 <호모북커스>의 벽장은 4500여권의 책들로 가득 차 있다. 김성수 목사는 책읽기와 독서토론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 대안을 제시하는 그리스도인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예드림교회

미십자가교회와 불과 1킬로 남짓한 거리에 또 하나의 특별한 목회현장이 있다. 작은 도서관 <호모북커스>를 운영하는 작은 교회 예드림교회(김성수 목사)이다.

여느 개척교회 목회자와 마찬가지로 김성수 목사도 예배처소 마련에 난항을 겪었다. 선교단체 사무실에서 목회를 시작했다가, 여의치 않아 교인 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등 2년 넘게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자연스레 예배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혜화동 로터리에 처소를 장만하게 되었다.

어렵게 얻은 예배당인 만큼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사역으로 참신한 그리스도인을 키우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랜 생각 끝에 교인들과 중지를 모아 결정한 것이 바로 ‘작은 도서관 사역’이었다.

“이 땅에 모든 것에 하나님의 가치관을 접목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책읽기에 관심 없는 교회문화가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하나님나라의 가치관을 토대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갖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시작했습니다.”

▲ 책을 함께 읽으며 토론하고 있는 <호모북커스> 회원들.
10명 정도의 작은 도서관에서 4500여권의 양서를 배경삼아 열띤 책읽기와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역주민들, 그중에서도 어머님들 중심으로 책읽기 모임이 생겨났고, 이어 동네 초등학생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책 길 삶 길’이라는 보다 전문적인 독서모임도 꾸리고 있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삶 속에서 길을 찾는다’라는 뜻에 어울려 2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책 이야기에 덧붙여 자신들의 삶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함께하는 분 중에는 다른 교회 교인도 있고 비기독교인도 있어요. 그래도 전도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은 교회를 섬기지 않아도 서로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도 목회라고 봅니다.”

예드림교회도 도서관 사역을 전도의 발판으로 삼기보다는 지역주민과 타교회 교인, 더 나아가 비기독교인과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뿐이었다.

또한 교인들과도 주일예배를 마치고 설교내용이나 매달 선정된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며, 신앙생활에 필요한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예드림교회 교인들과 독서모임 회원들이 함께 첫 번째 열매를 맺기도 했다.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를 읽고 저자인 송강호 박사를 만나러 제주 강정마을까지 내려간 것이다. 2박 3일간 저자와의 만남 속에서 평화와 정의, 환경을 주제로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도 사역의 지경을 넓힐 계획을 품고 있다.

“적극적으로 책읽기를 할 수 있는 독서공동체를 구상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삶을 성찰 할 수 있고, 더 나은 삶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겁니다. 하나님나라를 각 분야에서 펼쳐낼 수 있는 공부하는 공동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커피를 통해 선교활동을 펼치는 <커피밀>의 대표 윤선주 목사(디딤돌교회)는 한국 교회에 카페사역을 알린 장본인이다. 공정무역커피 보급이 선교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1996년에 카페선교에 뛰어들어, <커피밀>을 전국에 40여개의 체인점을 두는 건실한 단체로 키워냈다. 최근에는 기아대책과 공동으로 공정무역커피 브랜드 ‘치아파스’를 런칭했으며, 인도네시아에 협동조합 형태의 커피농장을 세우는 등 착한 소비운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카페사역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의도치 않는 역풍도 맞았습니다. 목회자가 왜 물장사를 하냐, 돈벌이 목적이 아니냐는 등 취지를 알아주지 않고 무조건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윤 목사를 향한 날선 시선이 사그라진 것은 2002년 이후 대형교회들이 교회 내 카페를 만들면서였다. 대형교회가 먼저 나서자 중형교회들이 카페사역에 뛰어들었고, 이제는 웬만한 교회마다 교회 내 카페를 여는 등 카페사역이 보편화됐다. 최근에는 카페사역에서 더 나아가 카페목회를 펼치는 작은 교회가 생기기에 이르렀다. 카페목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카페를 예배처소로 사용하는 것에 비판적 시각이 많은데, 외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어요. 영국 옥스퍼드에 가면 15세기경에 세운 교회에 카페가 있고, 목회자들이 주요 답사지인 미국 세이비어교회도 교회 안 카페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또한 개척교회의 여건을 고려할 때 카페목회가 선교적·비용적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전통적 교회를 개척하려면 개척자금이 만만치 않지만 카페목회는 보다 적은 비용으로 개척이 가능하고, 더불어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관심을 덜 받는 작은 교회들이 카페목회를 통해 지역주민, 지역사회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작은 교회들이 전통적 교회로 가는 전 단계로 보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교회 내 카페사역 혹은 카페목회를 제대로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윤 목사는 크게 3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지역상권을 꼭 고려해야 하고, 더불어 최근 불거진 세금 등의 법적인 부분을 잘 지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공정무역커피 사용으로 커피생산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라는 말을 더했다.

“동네에 카페가 많은데 굳이 교회까지 카페를 여는 것은 소통은커녕 선교의 걸림돌이 됩니다. 대기업처럼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격이죠. 지역 상황을 고려하면서 시작해야 하고, 세금 등 법적인 부분을 잘 지키고, 공정무역커피로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면 하나님께 영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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