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꺼낸 연합, 빛바랜 부활정신

정치적 갈등, 빈약한 예배 내용에 투영 … 한기총 예배엔 다락방 관계자 순서 맡기도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주도한 ‘2013년 한국교회 부활절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별개의 장소에서 부활주일 예배를 드렸다.

한기총은 예배 자료 말미에 ‘부활절연합예배 약사’를 실었는데 “2012년 4월 8일/NCCK·한기총 이탈자와 분리예배, 승동교회”, “2013년 3월 31일/NCCK·한기총 이탈자와 분리예배, 여의도순복음교회”라고 명기했다. 반면 준비위원회는 ‘부활절연합예배 약사’를 통해 “2012년 4월 8일 2012년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개최, 정동제일교회”, “2013년 3월 31일 2013년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개최, 새문안교회”라고 적었다. 기술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양측을 서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인데, 그 뉘앙스에서 갈등의 골이 깊음을 알 수 있었다.

▲ 한기총 주관 부활절연합예배 참석자들이 길자연 목사의 집례로 성찬에 참여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양측이 지금은 이렇게 심각하게 싸우는 모양새지만 몇 년 지나면 언제 그랬다는 듯이 문제의 핵심인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먼저 합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활절연합예배 쯤이야 하나로 치러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부활을 축하하는 예배조차 연합으로 드리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탄식하는 목소리가 높다.

분열된 예배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 양측은 하나 된 예배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교연 탄생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갈등의 골이 패인 상태였지만 1.13 WCC 성공기원 공동서명문 파문으로 더더욱 연합이란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기총은 교회협의 1.13 선언 파기선언을 두고 혼합주의자들이 정체를 드러냈다면서 맹비난을 했다. 또 단 2차례 준비모임을 하는 등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았다. 연합예배를 고려할 시간이 없었다. 한편 교회협은 2월 14일 교회협 소속 교단 연석회의를 열고 조직과 순서자 윤곽까지 밝혔다. 며칠 뒤에는 장소와 설교자도 거론됐다. 그러나 한기총과 논의해 예배를 하나로 드리겠다는 고려는 없었다.

하나 되지 못한 예배는 부활의 정신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빈약함을 보였다. 먼저 한기총 예배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도한 예배였다고 할 수 있다. 순서는 한기총 산하 교단장들이 연합해서 진행하고 한기총이 주관한 것은 맞다. 그러나 예배전 찬양인도, 예배 찬양, 헌금 찬양, 헌금 위원, 성찬식 분병 분잔 위원까지 모두 순복음교회 성도들이 수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축사가 대독됐지만 정부 관계자가 아니라 한기총 소속 교계 지도자가 했으며 정치권에서는 황우여 의원만이 참석했다.

27명의 예배 순서자 가운데는 정은주 목사(예장개혁 증경총회장)도 특별기도 순서자로 포함돼 있었다. 정 목사는 2011년 6월 예장개혁 일부(조경삼 목사 측)에 총회세계복음전도협회(다락방전도운동)가 영입될 당시 전도협회 대표였다. 정 목사는 그동안 한기총 행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기총은 잘 알려졌다시피 1월 14일 실행위원회에서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했다. 아직 다락방 문제는 예장합동 등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런 문제 때문에 한기총 탈퇴 헌의안이 이번 봄노회에서도 상정되는 등, 교단의 입장은 강경하다. 따라서 정 목사의 등단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교회협은 16명 가량이 예배 순서와 기도를 이끌었는데 짜임새 면에서는 한기총다 나았다. 준비기간이 충분했고 교회협에 속해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이었다. 홈리스들이 특송을 했고 여성, 청년, 어린이 대표들이 대표기도하는 시간도 있었다. 새문안교회 등 세 개 교회가 연합찬양을 했고, 남북공동기도문도 낭독했다. 그러나 참석인원은 1000명이었다.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한기총 예배는 1만여 명을 상회했다. 과거 장충체육관 등에서 열렸던 예배 동원 인원이 7000명 선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교회협이 주도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예장통합이 이끌었다고 지적받는 부분도 있다. 예배 주제, 예배 장소, 설교자를 예장통합이 가져갔다. 지난해 예장통합의 총회 주제이자 캠페인이 ‘교회, 작은이들의 벗’이었는데, 올해 부활절연합예배 주제는 ‘교회, 작은 자의 이웃’이었다.

부활주일을 맞아 전국교회 성도들은 장기기증 서약이나 헌혈을 했고 지역연합예배를 찾아 찬양과 봉사를 했다. 쪽방촌과 병원을 방문해 소외된 이웃을 위로했다. 이 모든 노력들이 하나되게 해 달라는 주님의 기도를 따르기 위한 순종이었다. 성도들은 교회지도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내년 부활절예배는 하나로 드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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