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요금폭탄에 떠는 교회들


전기요금 폭탄에 교회사역 감전될라


지난해부터 적용…무관심하다 속수무책 “고지서 보기 두렵다”
불합리한 요금체계 문제, 에너지절약 교회조차 “아껴써도 한계”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이번 달 교회 전기요금 고지서를 들여다보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과거 2년 전과 비교해 보라.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2012년부터 전력피크제도가 시행되면서 전기요금은 ‘폭탄’으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교회들마다 아우성이며 일부 노회들은 총회에 헌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두 번에 걸쳐 전력피크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교회의 대응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가창교회(박용규 목사)는 지난해 연초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경악을 했다. 평소 120만 원 선이던 전기요금이 190만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혹시 착오가 아닐까 해서 한국전력에 문의를 했더니 전력피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걸 몰랐냐는 답변을 들었다.

교회들마다 전기요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300~400% 오른 요금폭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에는 2012년부터 시행된 전력피크제도가 중심에 있다. 전력피크제도란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로, 15분 간격으로 순간 사용전력을 체크해 단 한 차례라도 사용전력이 계약전력을 초과했을 때 한달 총 전기사용요금에 2.5배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A교회가 순간 사용전력을 100kW(킬로와트)로 정하고 한국전력과 계약을 맺었다고 치자. 그러면 한국전력의 전력량계는 15분 단위로 최대 피크치를 계산해 가장 큰 값을 기억하게 된다. 문제는 주일예배 때 예배당과 교육관, 식당에서 일시에 냉난방기를 가동해 약속한 100kW를 초과했을 때다. 한국전력은 초과분에 대해 2.5배의 요금을 부과한다. 주중에 전기 사용량이 거의 없어도 주일예배 때 순간적으로 100kW를 넘어버리면 요금폭탄을 맞게 된다.

요금폭탄 맞은 교회들

가창교회처럼 요금폭탄을 맞은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오히려 전력피크제도를 지혜롭게 넘긴 교회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대구 설화교회(전승덕 목사)도 전력피크제도 시행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다. 설화교회는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도 평균 80~9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력피크제도가 시행되면서 30% 이상의 요금이 추가돼 재정적인 부담이 커졌다.

북삼교회(김중회 목사)의 상황은 더 처절했다. 지난해 연초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100만원이 찍혀 있었다. 평소 20만 원 선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5배에 이르는 요금폭탄이었다. 놀란 마음에 한국전력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도 전력피크제도를 모르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북삼교회는 지난해 1500만원을 들여 냉난방 시설을 교체했다. 그러나 교회의 특성상 천장 높이가 높고, 주일에 모임이 집중되기 때문에 요금폭탄을 피할 수 없었다.

김중회 목사는 “솔직히 냉난방 시설 교체 효과가 미비했다”면서 “한국전력이 시행하고 있는 전력피크제도가 수정되지 않는 한 요금폭탄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교회 “전력피크제 문제 있다”

김중회 목사의 지적처럼 아무리 아껴 써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교회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한국교회에서 환경운동을 잘하기로 소문난 청량교회(송준인 목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량교회는 전력피크제 이전에 한국전력과 체결한 계약전력 70k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해 벌금을 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전력피크제 이후 주일 피크타임에 집중된 전기사용으로 2차례 경고장을 받고 벌금을 물어야 했다.

청량교회는 결국 교회 재정부와 관리부와의 논의 끝에 한국전력과의 계약전력을 증설해 전기배선을 분산시키고 일부는 도시가스로 전환했다. 전등도 고효율 LED로 교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당의 높은 천장고도와 주일에 집중되는 전기 사용 등의 이유로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다.

오랫동안 ‘2% 아끼기운동’을 전 교회적으로 벌여온 전주창대교회(조성민 목사)도 마찬가지였다.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있다고 자부했기에 전력피크제도에 자신이 있었다.
전력 사용량을 증설하고 전력요금 피크 시간대가 다가오기 전에 예배당 사전 냉난방을 놓고, 에어컨보

다 선풍기 사용시간을 크게 늘이는 등 절약을 위한 지혜를 최대한 모았다. 효과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예년보다 33%이상 나오는 요금은 어찌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교회의 무관심이 더 문제

더 큰 문제는 요금폭탄으로 헌금이 줄줄 세고 있는 데도 아직도 전력피크제도를 모르는 교회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서울 S교회 한 담임목사는 “전력피크제도라는 용어를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전기요금은 재정부에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사실을 늦게 깨달은 교회들도 한국전력에 항의를 해봤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했다. 따라서 총회와 한국교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예장합동총회만 해도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중부산 동부산 대구구성 대구중노회 등이 전력피크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고 헌의했다. 교회 차원에서 이런저런 노력을 했지만 꼼짝 않는 한전 측의 태도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교단은 불의의 파행 사태를 맞으면서 지역교회의 애타는 현실을 돌아볼 수 없었다.

교계연합단체 역시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분열되는 안타까운 사태를 맞으면서 전력피크제는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해 전력피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의 대안을 요구하려고 했지만 교회들의 반응이 시큰둥해 성사되지 못했다.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가치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쓰기에만 바빴지 아끼는 데에는 미숙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교회가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는 절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전력요금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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