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측 전방위 압박에 ‘화합 지지’ 내부 입장 돌아서
목사장로기도회·총무 문제 새 변수로 작용 가능성 커


비대위의 화해 손짓이 하루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비대위는 3월 20일 전국 노회장·서기 연석회의에서 총회장의 자진 근신을 전제로 5월 목사장로기도회를 화합의 장으로 열자고 제안했지만, 총회장은 다음날인 21일 열린 총회임원회에서 사회권을 행사했다. 총회임원회 사회권 위임은 총회장과 비대위간 합의서에 포함된 것으로, 21일 총회장의 사회권 행사로 양측의 합의서 파기가 확인된 것이다.

총회장의 사회권 행사는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총회장은 3월 15일 증경총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에 대해 “일방적으로 합의서를 파기했다”고 비판하고, “비대위를 비롯한 총회의 권위와 질서를 훼손하려는 세력에 대해 총회장으로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합의서가 파기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는 일말의 여지를 품고 화해를 제안했지만 총회장의 입장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 총회장이 비대위에 대해 사회법과 교회법을 통한 압박을 계속하는 가운데 비대위 내에서는 다시 강경 목소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30일 총회장과 비대위 면담 장면.
비대위 강경 목소리 커져

총회장은 비대위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소송, 속회총회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는데, 여기에 교회법을 통한 압박도 더해질 전망이다. 21일 총회임원회가 차기 실행위원회 안건으로 속회총회, 속회총회 주동자 조사 등을 상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사회법에 이어 교회법으로도 비대위 지도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비대위로서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비대위 내에서는 당장 총회장이 총회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의서 변조 문제, 속회총회 적법성 여부 등 여러 가지 논란거리가 있지만 총회를 화합으로 이끌어야 할 총회장으로서 책임을 져버렸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800명 총대들 앞에서 모든 파행의 책임을 지고, 어떤 돌팔매질도 맞겠다고 사과하지 않았나? 이럴 거면 뭐 때문에 큰절까지 했나?”고 비판했다.

반면 총회장측에서는 합의를 깬 것은 비대위측이며,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온 것도 비대위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총회장측 한 목사는 20일 비대위의 화해 제안에 대해서도 “비대위가 실수한 것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비대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미온적인 입장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위 내에서 강경 대응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합의서 논란과 관련해 비대위 내에서는 다소 성급했다는 자숙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총회장의 최근 행보로 다시 강경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5월 목사장로기도회 화합의 장을 지지했던 비대위 관계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장이 총회를 더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비대위가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는 않겠나”고 전망했다.

비대위의 대응은 우선 봄 노회 헌의안으로 표출될 전망이다. 비대위 지도부는 20일 연석회의에서 총회장과의 화해 모색 차원에서 헌의안을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총회 파행 책임자들에 대한 헌의안을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련의 파행 사태를 경험한 전국노회들에서 자발적으로 헌의안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헌의안 내용은 일련의 개혁안을 비롯해 총무 해임안, 총회장 명예와 관련된 부분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비대위원장 서창수 목사는 “총회장이 이제라도 근신을 하면 좋겠지만, 안한다면 노회들로서는 헌의안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전망했다.


총무 문제가 새로운 변수될 듯

봄 노회 이외 5월 목사장로기도회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는 20일 연석회의에서 총회장이 비대위의 화합 제의를 거부하거나, 사태가 악화될 경우 전국 규모의 기도회를 여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시기와 방법은 밝히지 않았으나 5월 목사장로기도회를 전후해 별도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5월 목사장로기도회는 9월 총회를 4개월여 앞둔 때라, 별도의 비대위 주최 기도회가 열린다면 현 총회장에 대한 또 다른 압박이자 9월 총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총회장과 비대위가 다시 대립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총회총무 문제도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총회총무 문제는 제98회 총회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비대위의 그간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합의서 파기로 총회장과 비대위가 삐거덕거리는 상황에서 총회총무 문제가 추후 양측의 협상카드이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총회장과 가까운 한 목회자는 “이제는 총회장과 총무를 떼놓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최근의 정치권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비대위가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는 총무의 남은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대위로서는 총회총무 문제를 협상카드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무의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제98회 총회 파행 이후 총무에 대한 반감이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총회장 임기가 반 넘게 지난 상황에서 총무 문제마저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위기감도 나오는 상황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총무 문제는 지도부로서도 받아들일 수도,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문제”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사회법 소송에 교회법 압박이 더해지는 가운데 향후 총회 사태는 비대위가 얼마나 단결된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일 연석회의에서 나온 “봄 노회에서 비대위 입장을 계속해서 전개하느냐, 방향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9월 총회까지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발언이 비장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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