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측 합의문 파기 선언따라 법적 다툼·정치 갈등 예고
“비대위, 총회 권위·질서 부정” 지적에 “지나친 비약 말아야”

총회장의 “비대위의 잘못으로 인한 합의문 파기” 선언으로 총회가 또다시 정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금까지는 제97회 총회의 비정상적 파회, 용역 동원 등이 논란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일련의 총회 파행 과정에서 일어난 부차적인 문제들이 논란거리로 등장한 상황이다. 당장 총회장측이 제기한 속회총회무효확인, 총회장업무방해, 허위사실유포 등의 소송과 이에 대한 비대위측의 반박으로 적어도 9월 총회 때까지 팽팽한 법적 다툼과 이를 둘러싼 정치공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 정준모 총회장이 증경총회장단과의 만남에서 합의서 파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총회장측이 비대위를 비판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합의서를 변조했다는 것과 비대위 카페에 올라온 헌의안 관련 내용이 불손하다는 것이다. 우선 합의서와 관련해 총회장은 절대 합의서 내용이 바뀌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증거물로 자신과 비대위 사일환 목사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으로 공개했다.

실제 총회장이 제시한 녹취록에는 합의서 변경에 대해 명확한 대화가 없다. 자연스레 전화통화 후 합의서 변경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다를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대위측은 사일환 목사가 총회장과 통화 전에 합의서 변경에 관해 총회장 대리인과 통화를 했고, 총회장도 사 목사와의 통화에서 대리인과의 통화를 확인했기 때문에 합의서 변경 동의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2월 19일 속회총회에서 총대들에게 설명한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총회장은 대리인과의 통화에서 합의서 변경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고, 사 목사와의 통화에서도 일절 합의서 변경을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합해볼 때 합의서 변경에 대한 불분명한 대화가 사태의 일차적 원인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합의서 변경과 관련해 총회장으로서는 불편하고, 억울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대위가 일방적으로 결의한 내용으로 총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2월 19일 속회총회 현장에서 800여 명의 총대들이 변경된 합의서 내용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이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변경된 합의서를 총회 화합의 매개체로 삼은 것이다. 따라서 합의 진위 여하를 떠나 제97회 총회 파행 사태의 핵심인물이자 총회 화합을 책임지는 총회장으로서 “합의문 파기” 선언은 그나마 안정됐던 총회 상황을 뒤흔드는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 번째로 총회장측이 문제삼는 것은 비대위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헌의안 권유글들로 “헌법과 규칙을 부정하는 초법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3월초 비대위 카페에는 ‘총회개혁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모 회원이 10개의 글을 올렸다. 총회 개혁을 위해 카페 회원들이 노회에 헌의안을 제출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10개 헌의안은 한기총의 WCC 공동합의문 문제와 총회정책실행위원회 개선, 윤리위원회 설치, 총회 파행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사건들에 대한 처리 등이 담겼다. 이중 특별히 총회장측이 비판하는 것은 증경총회장 예우 폐지, 총회총무 관련, 총회 파회 사태 관련자 문책 등이다. “헌법과 규칙을 부정하는 초법적인 발상으로 노회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총회장은 “총회의 권위와 질서를 훼손하려는 세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대위측에서는 “개인이 올린 글이고, 카페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비대위 공식문서도 아니고 개인이 올린 글을 문제 삼는 것은 총회장측의 지나친 비약이라는 것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총회 발전을 위해 어느 노회나 자유롭게 헌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카페글을 이유로 근신을 안 하겠다는 것은 책임 전가고, 처음부터 빌미를 잡아서 근신을 안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총회장측의 법적 소송에 맞서 총회장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여 양측의 갈등은 9월 총회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총회장 책임론과 관련해 “화합하는 마음으로 근신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노회들에서 총회장 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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