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연합’ 한국교회 위상에 직격탄

한기총·교회협, 준비과정부터 파열음 심각… “소수 정치가 부활절 정신 훼손한다”


▲ 부활절연합예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개로 갈라져 열려 교계가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작년에 거행된 한기총 주최 부활절연합예배 모습.
올해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주축이 된 부활절예배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가 각각 부활절예배를 드린다.

한기총과 교회협이 최근 6년간 연합으로 예배를 진행하다가 2012년 한기총의 분열로 둘로 나뉘어 예배를 드린 후 두 번째다. 한기총과 준비위원회는 최근 3월 3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조용기 목사, 새문안교회에서 방지일 목사를 설교자로 세워 예배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부활절예배가 파행을 시작한 이유는 지난해 있었던 한기총의 내분과 한교연의 설립 때문이었다. 한기총이 대표회장 선임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였고 예장통합 합신 대신 백석 교단이 이를 계기로 행정보류 및 한기총 탈퇴를 선언했다.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구성했고, 한교연은 교단장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꾸려 한기총과 별도의 예배를 지난해 진행했다. 연합예배가 나눠진 후 교계는 우려의 뜻을 표명했으나 한 해 동안 연합예배를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 한교연은 설립 이후 조직을 확대해 나가는데 주력했고, 한기총은 이단 시비 교단 영입 등의 비난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또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한국총회를 두고 보수진보의 대립이 거세, 교회연합운동을 위한 관심은 논외였다.

손해는 한기총이나 준비위원회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교회 전체의 위상에 미치고 있다. 먼저 한기총은 예배 장소와 설교자 선정에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부활절예배 장소와 설교자가 확정됐다”고 확언했으나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교회 차원에서 아직 공식 결정이 내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지난해 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가 부활주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승동교회로 예배장소를 변경한 바 있었다.

한기총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2월 말 한기총에 대한 기하성 교단의 행정보류 해제 등을 내용으로 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서 순복음교회측은 “범교단적으로 부활절예배에 참여한다면 장소를 사용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기총은 이와 관련 금주 중 한기총을 탈퇴한 예장통합 백석 대신 합신 등의 교단장까지 초청해 준비모임을 갖고 순서를 확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모임의 성사 여부에 따라 막판에 예배 장소나 순서가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교회협이 주축이 된 준비위원회도 연합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부활절연합예배 파행의 한쪽을 담당했던 한교연은 이번 준비위원회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항의의 뜻으로 3월 7일 열린 한교연 실행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의까지 했다.

한교연 관계자는 “지난해 부활절연합예배에서 한교연의 도움을 요청했던 부활절예배준비위원회가 올해는 한교연과 협의하지 않고 예배를 독자적으로 준비해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한교연은 자체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를 구성하되 연합을 깬다는 우려를 줄 수 있다면서 발표만 차기 회의로 미루기로 했다.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도 불만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준비위원회에는 교단장이 아닌 교파별 대표들이 대표회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회장은 장로회, 감리회, 성공회, 루터회, 구세군, 침례회, 성결교 기하성, 복음교회 별로 각각 1명씩이다. 100여개 이상의 장로교단이 국내에 있고 회원 교단만 30여개가 되는 한장총은 교세가 크게 차이나는 구세군이나 복음교단과 다를 것 없이 1석의 대표회장 지분만을 배분받은 채 대표회장이 예배사회 순서만 맡은 것이 불공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준비위원회를 예장통합과 교회협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활절연합예배가 깨진 것은 한기총의 잘못도 있지만 한기총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하자 한기총 탈퇴를 선언한 예장통합의 책임도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통합의 한기총 탈퇴로 인해 매년 한기총과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했던 교회협은, 지난해 한기총이 연합기구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연합예배를 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올해 준비위원회의 순서를 보면 예장통합의 원로 방지일 목사가 설교를 맡았고 순서자로 교회협 주축 인사들이 포진했다. 교회협은 그동안 한기총이 교회연합기구로서 대표성을 상실했기에 한기총을 제외하고 부활절예배를 준비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준비위원회 실무진이나 예배순서 등을 볼 때 예장통합과 교회협 교단들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속죄와 하나됨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다시 사신 것을 기념하는 부활절예배가 이처럼 연합기관들간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찢어진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속히 부활절예배라도 연합의 의미를 살려 하나로 회복시키므로 땅에 떨어진 한국교회의 신뢰도와 위상을 회복토록 해야 한다는 바람이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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