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 낳은 정 총회장 행보에 속회 총회 참석 총대 실망 커
“지켜보자” 신중론 속 “봄노회서 개혁의지 재천명” 여론 높아


▲ 2월 19일 속회 총회서 사과하고 있는 정준모 총회장. 그러나 이후 열린 총회실행위에서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속회 총회가 열렸다. 정치권의 거센 제지와 위협을 뚫고 열린 총회였기에 총대들이 정준모 총회장, 총회총무, 증경총회장들이나 정치권 일부에 대해 가차없는 단죄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무려 117개 노회 801명의 총대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장 불신임과 총무 해임이라는 강경한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지난 6개월동안 간절히 염원했던 총회 안정화에 대한 열망을 총회 임원회에 일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 정준모 총회장이 나와서 큰 절을 하면서 현재 총회 혼란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꾸짖어 달라고 했다. 총회장측과 속회 총회를 주도한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서창수 목사, 이하 비대위)간의 합의문도 발표됐다.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총대들은 총회장의 사과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합의내용을 수용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2월 27일 열린 총회실행위원회는 총회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을 확연히 보여준 모임이었다. 3월부터 총회 임원회 사회를 부총회장에게 맡기고 근신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온 정총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대신 증경총회장들이 속회 총회 주동자를 처벌하자는 안건을 차기 실행위원회에서 다루자고 제안하자 재빠르게 가부를 물어 결정을 내렸다. 안명환 목사부총회장을 비롯한 총회 임원들이 실행위원회 안건을 다루는 것은 총회 임원회의 소관이라고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고 회의장 분위기는 소란해졌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과연 정총회장의 본심은 무엇일까? 벌써부터 전국의 총대들은 정총회장의 사과가 한주일만에 180도 돌아선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과를 하고 총대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혀놓고 돌아서서 속회총회를 불법이라고 천명하고 관계자 처벌을 조사키로 결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앞서 비대위와 합의에 총회장을 대신해 나섰던 신규식 고광석 목사는 2월 19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속회 총회에서 채택한 합의문은 변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목사는 자신들의 입장발표는 정총회장과 관련이 없이 자의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으며, 회의록 변조 시비에도 불구하고 정총회장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총회장이 반대한다면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에서 정총회장의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흘러나왔다. 또 총회장 측근에서는 정총회장의 근신은 총회 임원회 사회에만 한정되며 기타 100주년특별사업 관련 위원회와 유지재단 이사회 등 총회 산하 특별위원회와 기관 회의 주재, 각종 대내외 활동은 모두 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만약 근신이라는 의미를 특정 회의 사회권만 내려놓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누가 진실하다고 생각하겠느냐”면서 “총회장이 진심으로 총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 모든 대내외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교단 인사들은 이같은 정총회장의 좌충우돌 행보를 정치권 눈치보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총회장이 속회 총회 장소를 방문하자 증경총회장들과 총회 총무를 중심한 정치권은 곧바로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관되게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제97회 총회가 정상 파회됐다고 주장해왔는데 총회장이 속회 총회 장소를 찾아가므로 속회를 인정한 꼴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정총회장은 당분간의 근신으로 신분이 유지될 수 있으나 그동안 속회총회를 반대하고 총회장과 총무를 비호해왔던 정치세력들은 된서리를 맞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었다.

신중론도 있다. 정총회장은 실행위원회 전까지 총회장으로서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으며 속회 총회에서도 혼란의 극복을 위해 희생할 것을 다짐했다. 따라서 정총회장의 본심을 확인하기 위해서 3월 첫 번째 총회임원회에서 약속대로 사회권을 이양하는지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총회장이 소수의 정치권에게 휘둘리지 말고 다수의 총대들의 상처와 양보를 생각하면서 본인이 거듭 밝힌바와 마찬가지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높다.

이번 실행위원회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은 정치권의 본심이다. 실행위원회 내에는 차기 실행위원회 안건을 미리 채택하자는데 대해 반대의견을 낸 위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무려 8명이나 지도위원 자격으로 참석해있는 증경총회장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례적으로 총회총무가 동의안까지 내놓으면서 압박해 나가자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사실 제도권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총회총무를 비호하고 있는 이들의 숫자는 소수라고 말할 수 있다. 총대들은 이들이 기득권을 이용해 총회 정서에 역행하는 결정들을 얻으려고 애쓰지 말고 이제라도 거교단적인 개혁의지에 순복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실행위원회에서 정치권의 강한 반대와 총회 혼란에 대한 반성의 의지가 전혀없음을 확인한 총대들은 3월 봄노회에서 총회개혁을 위한 헌의안을 무더기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총회총무 해임 △일부 총회 임원들에 대한 징계 △총회정상화 적극 방해자 처리 △총회정책실행위원회의 폐지 또는 개선 등이 핵심 사안들이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3월 4일부터 시작한 영남지역 노회들에서 총회총무 해임안과 총회실행위원회 개선안 등이 속속 결의되기 시작해 지난해 가을노회에서 100여개 노회가 총회개혁안을 강력히 결의한 전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가고 있다.

특별취재팀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