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목소리 컸지만 책임 규명은 유보

기존 총회결의 재확인… “서명자보다 언론 인터뷰 인물에 초점” 비판도


▲ WCC공동선언으로 교단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다양한 대응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거행됐던 예장합동 주최 WCC대책결의대회에서 교계지도자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모습.
WCC 부산총회 협력 공동선언문에 대한 예장합동의 입장은 원론적으로 단호하나 기존 총회 결의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WCC 부산총회 선언문이 1월 13일에 체결된 후 곧이어 열린 1월 16일 총회 임원회에서 일부 임원들은 합의문이 교단의 기존 결의와 달라 교단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합의문 작성에 관계된 인사들에 대한 대응책과 WCC선언문 뿐만 아니라 다락방 이단해제까지 결의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의 관계 재정리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으나 임원회 차원의 입장발표는 하지 않았다. 임원회는 임원회가 다루기는 버겁고 1월 30일 총회실행위원회에서 거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WCC 부산총회 선언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입장을 보인 곳은 WCC대책위원회(위원장:서기행 목사)다. 대책위원회는 1월 25일 전체회의에서 합의문 작성에 참여한 교단의 두 목회자에 대해 WCC대책위원회 위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 위원이 개인적으로 WCC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서를 지상에 발표할 경우에는 회원권 회복을 재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관련자에 대한 강한 문책이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대해 이사 파송 유보나 회비 납부 보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위원회에서는 합의문에 대해 찬성한다는 개인적 소신을 밝힌 교단의 모 목회자의 발언 배경을 조사하기로 결의했다. 위원들은 이 목회자가 신문지상에 인터뷰 한 말의 배경에 대해 사실확인해서 차기 총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의에 대해 교단 일각에서는 합의문 작성에 관계된 당사자에게 취한 조치보다 합의문 작성 결과에 대한 개인적 입장을 밝힌 사람에게 내린 결의가 더 과중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단은 일찍이 WCC를 영구탈퇴하기로 결의했으며 여러차례 총회 결의를 통해 NCC 계열과의 교류 금지를 강조해왔다. 또 2013년 WCC부산총회를 반대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비판세미나와 책자 발간 등의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 과정에서 WCC는 반대하지만 부산대회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해온 목회자나 지역 NCC에 가입되어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 총회적 차원의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문이 발표됐을 때 교단은 총회임원회를 비롯, 관련 기관이나 지도자들 선에서 강력한 반대입장이 천명되고 관계자 소환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교단의 WCC에 대한 입장은, WCC에 대한 과거 결의는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하지만 지난 1월 13일에 있었던 합의문 관계자에 대한 책임 규명은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단의 입장은 제97회 총회 이후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교단의 침체된 분위기나 합의문 작성에 관계된 교단 인사들의 무게와도 관계가 있고, 2014년 WEA총회 등 향후 교계 행사에서 교단이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공동선언문에 대한 교단들의 반응은 양분되고 있다. 보수진영은 WCC에 대한 반대를 재확인하고, 진보진영은 공동선언문을 폐기하자고 주장한다.

예장고신(총회장:박정원 목사)은 WCC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선에서 예장합동과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예장고신은 예장합신과 1월 31일 임원 간담회를 갖고 WCC에 대한 결의를 재확인하고 공동선언문도 인정할 수 없음을 밝힐 예정이다. 예장고신은 이와 함께 뜻을 같이하고 있는 교단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에큐메니칼 진영의 교단들은 공동선언문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섰다.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 등 WCC 회원교단은 1월 25일 기독교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공동선언문을 폐기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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